김오수 전 총장 이후 공백 50일…추천위 구성·소집 지연
일부 후보군, 총장직 고사설…인사권 없는 '바지 총장' 우려 목소리도
검찰총장 공백 최장 기록 찍나…실세 장관 부담에 구인난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 인선을 위한 첫걸음인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 구성이 역대 최장인 50일이 지나도록 꾸려지지 않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야가 힘겨루기하며 원 구성 협상조차 매듭짓지 못하는 상황에서 '역대급' 총장 공백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조심스레 나온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임 김오수 검찰총장 퇴임 후 이날까지 정확히 50일 동안 45대 총장 추천을 위한 추천위를 구성하지 않고 있다.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12년 이후 법무부는 총 6번 추천위를 꾸렸는데, 이번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통상 정부 교체기에는 추천위 구성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게 맞지만, 그렇다 해도 문무일(42대) 총장 때의 30일은 물론 과거 채동욱(39대) 총장 때의 38일을 훌쩍 넘어섰다.

39∼44대 총장이 추천위 구성부터 취임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66일이었다.

이미 김오수 전 총장 퇴임 후 50일이 됐으니, 당장 이번 주에 추천위가 구성된다 해도 역대 가장 공백이 길었던 채동욱 전 총장(124일) 사례에 근접하게 된다.

그러는 사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두 차례 인사를 단행해 검찰 지휘부 인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이번 주에는 차장·부장검사들도 싹 물갈이된다.

검찰총장 공백 최장 기록 찍나…실세 장관 부담에 구인난
법무부가 추천위 구성을 못 하는 배경엔 정부 입장에서 마땅한 총장 후보를 아직 못 찾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형식적으로야 추천위가 구성된 뒤 국민 천거를 받아 후보군을 추리고 그 중 한 명을 장관이 제청하는 모양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통령이 점찍은 후보가 있어야 절차가 진행된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총장 후보군으로 거론된 인사들이 손사래를 친다는 점이다.

한동훈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최고 신임을 받는 '실제 장관'인데다 사법연수원 27기로 기수도 낮다 보니 한 장관보다 윗 기수들은 총장을 맡겠다고 선뜻 나서기 부담스럽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온다.

사실상 한 장관이 검찰 인사도 마무리한 만큼 정치권뿐 아니라 검찰 안에서도 새로 올 총장이 '바지 총장'이 될 거란 말도 공공연히 나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일부러 총장 인선을 미루고 한 장관 마음대로 검찰 인사를 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이러니 한 장관이 사실상 총장 역할까지 하며 검찰은 윤석열 정권의 하부조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권 입장에선 한 장관과 기수가 같거나 후배를 총장으로 앉히는 것도 조직 연소화와 내부 서열 문제가 걸려 있어 쉽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물론 총장 인선 지연을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과 연결 지어 해석하는 의견도 있다.

올해 9월부터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대폭 축소되는 만큼 한 장관이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총장 인사 작업보다 수사 체제 완비에 우선 순위를 둔 것이란 시각이다.

한 장관도 지난 20일 "총장 자리가 인사청문회까지 하고 자리를 잡기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게다가 서울중앙지검은 선거 전담 공공수사부장 대부분이 사직하는 등 당면한 업무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추천위 구성과 총장 인선은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라며 "총장 후보 추천에 관한 다양한 의견수렴을 위해 사회 각계의 경험이 풍부하고 학식과 덕망을 갖춘 위원 선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