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기술로 독자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어제 우주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46초(3단 로켓 연소시간)가 모자라 실패한 작년 10월 첫 도전의 아쉬움을 말끔히 날려버렸다. 한국은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중국 인도에 이어 1t 이상 위성을 자체 발사할 수 있는 7대 우주강국이 됐다.

3단 로켓인 누리호는 중형차 한 대 무게인 1.5t 규모의 인공위성들을 저궤도 상공(700㎞)에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다. 특히 설계·제작·시험·발사 등 전 과정을 국내 기술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이번 누리호 성공의 의미는 남다르다. 1단 로켓에 러시아 엔진을 단 나로호(KSLV-Ⅰ)가 세 번 도전 끝에 2013년 1월 겨우 발사에 성공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37만여 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누리호는 2010년 3월부터 12년3개월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탄생했다. 우주 발사체 기술은 군사용으로 전용할 수 있어 국가 간 기술 이전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 엔진과 소재 부품 등 하나부터 열까지 자력으로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 누리호 제작·발사에 참여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단암시스템즈 등 300여 기관과 기업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아리랑3호 인공위성은 일본 로켓에, 기상위성은 프랑스 아리안로켓에 실어 보내야 했던 설움도 날려버리게 됐다. 이제 우리도 기상위성이나 군사용 첩보위성 등을 원하는 시기에 자유롭게 쏘아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우주산업은 막 걸음마를 뗐을 뿐이다. 미국 민간업체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팔콘헤비는 저궤도에 64t의 위성을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나다. 재사용이 가능하고 100t 이상을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초대형 발사체도 개발 중이다. 세계 주요국은 미래 먹거리 기술 확보와 안보역량 강화를 위해 우주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수십년 쌓은 기술을 민간에 과감히 개방했다. 이 덕분에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등이 민간 우주여행 등 우주 상업화 시대를 열었다. 중국은 달 뒷면 착륙과 화성 도착 같은 성과로 ‘우주 굴기’를 과시하고 있다. 일본 영국 호주는 우주 관련 예산을 크게 늘렸다.

막대한 비용과 고도의 기술력이 어우러져야 하는 우주산업 육성에는 민관의 유기적 협력과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도전정신과 창의적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과 민간기업들이 우주산업에 적극 뛰어들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하고 예산 지원을 늘려 우주강국을 위한 판을 깔아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