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14일 두산테스나 서안성 사업장에서 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두산그룹 제공]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14일 두산테스나 서안성 사업장에서 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두산그룹 제공]
두산그룹이 향후 5년간 반도체에 1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회사의 미래를 위해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회장은 14일 경기도 서안성의 두산테스나 사업장을 찾아 이종도 두산테스나 사장 등 주요 경영진과 함께 사업 현황 및 중장기 전략에 대해 논의하면서 이같은 중장기 투자계획을 밝혔다고 두산그룹이 15일 전했다.

박 회장은 "반도체는 두산의 새로운 승부처로서 기존 핵심 사업인 에너지, 기계 분야와 더불어 또 하나의 성장 축이 될 것"이라며 "두산테스나가 국내 시스템 반도체 분야 '최고의 파트너 기업'으로 자리 잡고, 나아가 5년 내 반도체 테스트 분야 글로벌 '톱5'로 성장하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계획을 밝힌 뒤 방진복을 입고서 두산테스나의 주력 사업인 웨이퍼 테스트 라인을 꼼꼼히 살펴봤다.

두산테스나는 고도화가 계속 진행 중인 스마트폰 성능과 자율주행차 시장 확대에 발맞춰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중이다. 지난달 1240억원을 투자해 테스트 장비를 추가하기로 결정했고, 2024년 말 준공을 목표로 신규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등 5년간 1조원 가량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게 그룹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연평균 성장률 20% 수준의 고성장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앞서 두산은 지난 4월27일 테스나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고 두산테스나를 공식 출범시켰다. 당시 두산은 테스나의 최대 주주였던 에이아이트리 유한회사가 보유한 지분 전량(38.7%)을 46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며 반도체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2002년 설립된 테스나는 시스템 반도체 생산의 후공정(OSAT) 가운데 테스트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국내 웨이퍼 테스트 시장점유율 1위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076억원, 540억원이다.

두산테스나는 테스트 분야에서 입지를 확고히 함과 동시에 웨이퍼 가공과 반도체를 조립하는 패키징 기술까지 확보해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후공정 전문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다.

웨이퍼 테스트는 1000~1만개의 반도체 칩이 새겨진 원형 웨이퍼를 가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납품받아 전기·온도·기능 시험을 진행하는 작업으로, 두산테스나의 주요 테스트 제품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카메라 이미지 센서(CIS), 무선 통신칩(RF) 등이다.

두산테스나 측은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패권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설계·제조 등 전(前) 공정 분야에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는 만큼 후공정 기업의 경쟁력 강화도 요구되고 있다"며 "두산테스나가 앞으로 국내 시스템 반도체의 '넘버원' 파트너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시스템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국내 후공정 기업 중 글로벌 톱10 안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아직 없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후공정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테스트 장비, 첨단 패키징 등 반도체 생태계 내에서 추가 진출을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