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사진=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사진=신화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글로벌 투자은행(IB)에 직원 월급을 인상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무시하고 임금을 인상하면 공산당과 충돌할 거라고 으름장을 놨다. 상하이 봉쇄에 당국의 압박이 겹치며 중국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당국 관계자들이 글로벌IB 들을 상대로 임금 인상을 자제하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레디트 스위스, 골드만삭스, UBS 등이 대상이었다. 중국 규제 당국은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열린 회의에서 글로벌 IB 임원진들에 “직원들에게 너무 아낌없이 보상해주지 말라”며 “그렇지 않으면 공산당과 마찰을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증권감독위원회(CSRC)가 이들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IB에 현금 보상책 규모를 축소하고, 보너스 지급을 연기하는 정책을 3년 이상으로 연장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CSRC는 지난 2년 동안 중국 현지 증권 브로커들의 급여를 삭감하라고 경고했다. 크레디트스위스에는 고위 임원진 보상체계를 ‘공동번영’ 정책에 따라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공동 번영은 빈부격차를 줄이려 중국 정부가 내세우는 캠페인이다.

평균적으로 중국에서 증권 브로커리지를 담당하는 전무급 임원 연봉은 약 400만 위안(약 7억 6000만원)에 달했다. 미국 월가 IB는 여기에 10~20%를 인상했다. 다른 중국 증권사들은 연봉 수준을 맞추려 고군분투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급여 수준을 규제하면 중국 현지에서 인재 유치가 어려워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규제당국의 경고를 준수하는 동시에 인재들을 확보하는 난제가 발생한 것. 한 IB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임직원들 사이에서 불공평하다고 느낄 정도로 임금 격차를 벌리지 말라고도 경고했다”고 밝혔다.

인사 계획 전반을 규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규제기관의 승인 없이 직원을 해고할 수 없고 지방 정부의 입김에 따라 세제 혜택이 제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IB는 지방 당국에 세제 혜택 승인을 거절당했다. 지방 당국이 경기침체를 근거로 내세운 것이다.

IB 들이 중국에 투자한 보람이 공염불이 됐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국의 상하이 봉쇄 조치와 시장의 불확실성 등 악재가 겹쳐서였다. 불안감을 당국의 규제가 증폭했다. 블룸버그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비즈니스를 재편하고 정부의 통제력을 확장하려 한다”며 “뉴욕, 런던, 스위스 등에 거점을 둔 투자은행이 이에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IB는 공개적으로 중국을 지지했다. JP모건체이스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책임자인 필리포 고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JP모건은) 다음 분기가 아니라 향후 25년 동안 중국 시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속마음은 달랐다. 골드만삭스, JP모건, UBS 등의 고위 임원진들은 임금 문제는 사소한 골칫거리에 불과하다고 했다. 라이선스 사용 문제를 비롯해 직원 채용, 데이터 보안 문제가 남아있다는 것. 무엇보다 가장 큰 난제는 중국 공산당이 추진하는 캠페인이었다.

중국 정부가 ‘공동 번영’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어서다. 부유한 기업가들을 억제해 빈부격차를 줄이려는 취지다. 때문에 IB 들이 중국 투자 확대를 망설이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해 중국 현지에서 200여명을 채용했다. 하지만 곧 지점 확대 계획을 연기한 뒤로 해고 조처를 내릴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오데온 캐피탈 그룹의 딕 보브 애널리스트는 “대형 IB 들은 중국에서 하이 리스크 게임을 벌이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부채 문제로 인해 당장은 IB에 손을 뻗고 있지만, 문제가 해결되면 외국 은행들에 내민 손을 거둘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