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진의 ‘PD-1’ 면역관문억제제인 ‘티슬리주맙’이 중국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재발성 또는 전이성 비인두암(NPC) 1차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베이진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티슬리주맙이 비인두암에 대한 기존 화학요법과의 병용 치료제로 중국 보건당국으로부터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4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식도편평세포암(ESCC) 2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데 이어, 2개월 만에 새로운 적응증을 또 확보하게 됐다.

이번 승인은 총 263명의 환자 대상 무작위, 이중맹검 방식의 중국 임상 3상(RATIONALE-309) 결과가 바탕이 됐다. 표준 화학요법(젬시타빈 및 시스플라틴)과 함께 A군의 131명은 위약을, B군의 132명은 티슬리주맙을 병용투여받았다.

티슬리주맙 병용요법은 3상에서 1차 평가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FS)을 충족했다. 2차 평가지표 중 하나인 전체 생존기간(OS)도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안전 관련 부작용은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 결과(데이터)는 최근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됐다.

비인두암은 코 안쪽의 공간인 비인두의 상피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 편평세포암이다. 2020년 중국에서 6만2555건의 신규 비인두암 환자가 발생했다. 세계 비인두암 환자 중 중국인이 약 46.8%에 달한다. 뚜렷하게 알려진 발병 요인은 없다. 주요 위험요인으로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 감염, 식품첨가물 등이 알려져 있으나 이 역시 정확한 원인은 아니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티슬리주맙은 PD-1 억제제다. 면역세포가 종양을 인식해 싸울 수 있도록 돕는 원리의 치료제다. 또 식세포 작용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Fc 감마수용체(FcγR)’와 대식세포 간 결합을 최소화해 이로 인한 T세포 사멸을 회피하도록 설계됐다.

이번 승인으로 티슬리주맙은 중국에서 비소세포폐암(NSCLC)을 포함해 총 9개의 적응증을 보유하게 됐다.

마크 라사나 베이진 고형암 부문 최고의료책임자(CMO)는 “비인두암은 중국과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가장 흔한 두경부암의 한 종류이지만 치료법이 제한적이었다”며 “티슬리주맙이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샤오빈 베이진 사장은 “회사의 영업팀은 중국에서 승인된 9가지 적응증을 바탕으로 티슬리주맙을 더 광범위하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승인은 중국 내 비인두암 환자들에게 좋은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베이진은 미국과 유럽에도 티슬리주맙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미국에 진행성 또는 전이성 식도 편평세포암 치료제로 신약허가를 신청했다. 유럽에는 비소세포폐암 및 전이성 식도 편평세포암 치료제로 신청한 상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9월,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 4월 초 심사를 개시했다.

베이진은 또 작년 1월 노바티스와 북미 유럽 일본 지역의 판권을 이전하는 조건으로 총 22억달러 규모의 티슬리주맙 공동개발 및 상업화 협력(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국가에서 티슬리주맙의 임상 개발 및 마케팅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는 티움바이오가 고형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TU2218’의 글로벌(한국·미국) 임상 1·2상에 티슬리주맙을 활용한다. 병용투여를 통해서다. 티움바이오는 지난 2월 베이진과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임상용 티슬리주맙을 무상 공급받기로 했다.

TU2218은 ‘TGF-β’와 ‘VEGF’ 경로를 동시에 저해하는 기전의 물질이다. TGF-β와 VEGF 경로는 모두 면역억제적 종양미세환경을 조성해 환자의 약물 반응률을 낮추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