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이달 글로벌 자동차 생산 목표를 35만 대 안팎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서서히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서다. 현대차는 1월 이후 생산량을 꾸준히 늘려왔고, 이달 생산 목표는 6월 생산량으로는 최근 4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 차질이 예상보다 길어졌지만 수요는 여전히 탄탄하다”며 “반도체 공급난이라는 긴 터널 끝에 조금씩 빛이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 생산 회복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달 35만 대 안팎의 차량을 생산하기로 정했다. 현대차의 글로벌 생산 대수는 1월 28만5133대, 2월 29만9426대, 3월 31만7777대, 4월 32만2767대로 매월 증가했다. 이달 생산이 계획대로 이뤄지면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전인 2019년(34만7530)을 포함해 최근 4년간 6월 생산량 중 가장 많아진다. 2018년 6월 생산량은 38만9951대였다.

현대차의 글로벌 백오더(주문 대기 물량)는 130만 대로 알려졌다. 역대 가장 큰 규모의 백오더지만, 최근엔 주문 물량이 쌓이는 속도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부터 생산 현장을 괴롭혀 온 반도체 공급이 하반기부터 조금씩 원활해질 것이라는 신호다. 스마트폰, 가전 수요가 꺾이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생산라인인 8인치 공정을 차량용 반도체 생산으로 돌릴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게다가 차량용 반도체 공급업체인 르네사스, NXP 등이 지난해부터 증설해 온 생산라인이 이르면 내년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현대차, 생산량 코로나 前 수준으로 늘린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의 정상화 속도는 현대차·기아의 실적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전기차 수요가 급성장하는 미국에선 생산량이 곧 판매량으로 이어지는 터라, 원활한 반도체 공급은 시장 선점을 위한 필수 요소다. 전기차를 제조하려면 내연기관차보다 대당 반도체가 최대 다섯 배가량 더 필요하다.

“완전히 안심하긴 이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도 반도체 공급난에서 서서히 빠져나오는 분위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의 생산·공급망 관리책임자인 요르크 부어저는 “반도체 수급 문제는 작년과 비교할 때 심각하지 않은 수준”이라며 “현재까지 자동차 생산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BMW도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가동 중단 없이 모든 공장이 운영되고 있다”며 “현재 상황은 (과거보다) 조금 더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은 “올 하반기 반도체 공급난이 완화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생산업체의 전망도 낙관적이다.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자동차부터 헬스케어까지 산업 전반에 걸친 반도체 공급난이 올해 말부터 내년 초에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상황은 빠져나왔지만, 단기적으로 완전히 안심하긴 이르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부족한 차량용 반도체의 종류는 갈수록 늘고 있어서다. 기존엔 엔진컨트롤유닛(ECU) 에어백컨트롤유닛(ACU) 등의 공급이 문제였지만 지금은 첨단주행보조시스템(ADAS) 센서 등 공급에도 문제가 생겼다. 이에 따라 언제 다시 조업을 중단할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최근 반도체 공급난은 스마트키 부족으로까지 이어졌다. 캐스퍼는 이달 주문하면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데 이유는 스마트키가 없어서다. 10~14개월 기다려야 하는 아반떼도 스마트키 부족이 대기 지연으로 이어졌다. 쌍용자동차 BMW는 반도체 부족으로 차를 구매하면 스마트키를 1개만 주고 있다. 현재 대기 기간이 가장 긴 차량은 기아 EV6(18개월 이상)로 지금 주문하면 2024년 1월에나 받을 수 있다.

김형규/허세민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