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트럼프'가 첫 좌파집권 저지할까…화색 도는 금융시장
에르난데스 놓고 "덜 부정적"·"경제성장에 부담될 것" 평가 갈려 콜롬비아 대통령 선거에서 기업인 출신 우파 후보가 유력 좌파 후보의 대항마로 급부상하자 콜롬비아 금융시장에도 화색이 돌았다.
31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증시 주요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 넘게 급등했다.
달러 대비 페소화 가치도 4%가량 상승했는데, 거의 12년 만에 최대 상승폭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설명했다.
이날은 콜롬비아가 지난 29일 대통령 선거 1차 투표를 치른 후 금융시장이 처음 개장한 날이었다.
30일은 대체 공휴일이었다.
당시 투표에선 좌파 후보 구스타보 페트로(62)와 보수 성향의 로돌포 에르난데스(77)가 각각 40%, 28%를 득표하며 내달 치러질 결선 진출을 확정했다.
1차 투표 전까진 페트로가 콜롬비아 첫 좌파 대통령이 될 것이 유력해 보였으나, 에르난데스 예상 밖 선전을 펼치며 결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자 증시와 환율이 긍정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페트로는 그동안 연금 개혁과 증세, 석유·석탄 생산의 단계적 축소 등을 공약해 시장을 불안하게 한 바 있다.
페트로의 당선이 불투명해지자 국영 석유회사 에코페트롤의 주가가 10% 넘게 급등하며 특히 반색했다.
에르난데스 후보는 건설 기업인 출신으로, 부패 척결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반(反)기득권을 자처하는 포퓰리스트인 에르난데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도 자주 비교되며 '콜롬비아의 트럼프'로 불렸다.
그가 막판 지지율을 끌어올려 결선 티켓까지 따내자, 1차 투표에서 3위를 한 중도우파 페데리코 구티에레스가 곧바로 에르난데스 지지를 선언하는 등 좌파 정권을 원치 않는 보수 표심이 그에게 몰리는 양상이다.
에르난데스는 북부 도시 부카라망가 시장을 지낸 것 외엔 공직 경험이 많지 않아 경제정책 등에서 불확실성이 있는 후보이긴 하지만, 시장은 그가 페트로보다 리스크가 적은 후보라고 판단하는 모양새다.
미국 컨설팅업체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안드레스 아바디아 중남미 수석 연구원은 로이터에 "에르난데스가 덜 부정적으로 보인다"며 "경제적 자유에 있어서 어느 정도 연속성을 상징하는 후보"라고 말했다.
다만 경제분석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에르난데스의 감세 공약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치솟을 수 있고 중기적으로 무역 장벽을 높인다는 계획이 생산성과 경제 성장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에르난데스가 페트로보다 더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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