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경찰 공무원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 장관이 검사의 지휘·감독권을 갖고 있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커진 경찰 권한을 견제한다는 취지지만,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찰 감독 위한 법적 근거 필요”

26일 정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 13일과 20일 두 차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를 열고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 공무원의 지휘·감독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경찰 관리·감독을 위해 행안부 장관에게 명확한 법적 권한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경찰청은 법적으로 행안부 소속 외청 기관이다. 그러나 현행법에 행안부 장관의 경찰 지휘·감독권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행안부 장관은 경찰청장을 비롯한 총경 이상 경찰관이나 경찰위원회 위원에 대한 인사제청권 정도만 갖고 있다.

법적으로 경찰 공무원에 대한 지휘·감독권은 경찰청장에게 있다. 경찰 수사에 관해서는 국가수사본부장이 지휘·감독권을 갖고 있다. 이 중 경찰청장에게 있는 경찰 공무원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행안부 장관에게 부여하겠다는 게 자문위 검토 안이다. 검찰청법에 따라 법무부 장관이 검사의 지휘·감독권을 갖고 있는 것과 비슷한 모델이다.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 포함?

앞서 자문위 회의에서는 행안부 장관 사무에 32년 만에 ‘치안’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1990년 경찰에 정치권력이 개입하는 폐단을 막기 위해 당시 내무부 장관 사무에서 치안을 삭제했다. 정부가 행안부 내에 ‘경찰국’을 설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법무부가 검찰국을 통해 검찰을 지휘·감독하고 예산을 통제하는 것과 같은 구조다. 정부 관계자는 “치안을 행안부 장관 사무에 넣고, 경찰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부여한다는 두 가지 조건이 마련돼야 행안부가 경찰 조직을 감독할 법적 근거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찰 통제 방안들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논의돼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으로 경찰의 수사 부분에 대해서는 통제·견제 기능이 없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립성 훼손…시대 역행” 지적도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부여하면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행안부 장관을 통해 경찰 인사를 직접 통제할 길이 열리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자문위 회의에서는 차기 국수본부장에 비(非)경찰 출신을 임명하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법에 따르면 총경 이상급 경찰뿐 아니라 10년 이상 재직한 판사, 검사 또는 변호사도 국수본부장에 임용될 수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 인사는 행안부 장관이 통제하고, 경찰 수사는 국수본부장에 측근을 앉혀 지휘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독립성은 갈수록 강화하는 추세인데, 행안부 장관이 경찰의 지휘·감독권을 갖게 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행안부 장관에 대한 통제권을 국회에 주는 등 여러 보조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논의 초기 단계라 다양한 방안이 오가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양길성/구민기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