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한일 순방직후 北 도발…핵실험시 美전략자산 전개할듯
중·러도 KADIZ 진입하며 무력시위…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 점점 뚜렷해져
한미일 결속에 北은 ICBM으로 맞서…치솟는 한반도 긴장지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4일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동맹 결속에 나서자 북한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2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전략적 도발로 맞섰다.

북한은 조만간 7차 핵실험까지 감행할 태세다.

국가안보실 김태효 1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7차 핵실험을 준비하기 위한 핵 기폭 장치 작동 시험을 하고 있는 것이 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핵무기는 고성능 폭탄을 터뜨려 원하는 시점에 정확하게 연쇄 핵분열이 일어나도록 하는 기폭 장치가 필요하다.

100만분의 1초 단위의 정확도를 갖춰야 하는 장치다.

통상 기폭장치 작동 시험은 핵실험 준비단계가 임박했다는 징후 중 하나다.

북한이 감행하는 주요 전략적 도발인 ICBM 시험발사와 핵실험은 한 세트다.

핵실험을 통해 완성한 핵탄두를 ICBM에 넣어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을 갖추는 게 북한 핵무력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에도 9월에 6차 핵실험을 하고 11월에 ICBM은 '화성-15형'을 발사한 바 있다.

이번에도 ICBM 발사에 이어 핵실험을 하는 수순으로 갈 조짐이다.

북한이 핵실험과 ICBM 발사를 했던 2017년엔 북미가 무력 충돌을 불사할 정도로 살벌하게 맞섰다.

이른바 '화염과 분노'의 시기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그해 8월 북한의 ICBM 시험 발사에 발끈해 "북한이 미사일을 계속 발사하면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서 나온 말이다.

그러자 북한도 괌 '포위사격'을 위협하며 군사적 위기감이 치솟았다.

북미 간 전운은 2018년 1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핵 단추가 책상 위에 놓여있다")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나는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이 있다")으로 오간 이른바 '핵 단추 설전'으로 최고조로 치닫는 듯했다.

그러다가 분위기는 드라마틱하게 바뀌었지만,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재개하면서 이런 긴장 상황이 5년 만에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선 나온다.

북한의 이번 ICBM 도발에는 한미가 미사일 한 발씩을 동해상으로 대응 사격하는 정도로 자제했지만 북한이 끝내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이 이에 맞서 전략폭격기나 핵 추진 잠수함을 한반도로 보내는 방식으로 북한에 '근육'을 보여주려 하면 북미 간 갈등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한미일 결속에 北은 ICBM으로 맞서…치솟는 한반도 긴장지수
북한이 올해 들어 도발에 거리낌이 없는 건 국제정세가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 전략경쟁이 갈수록 심화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러 간 갈등의 골이 깊은 상황에서 자신이 무슨 짓을 해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추가 제재의 우려가 없다는 생각에 도발에 거침이 없다는 의미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을 계기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가 출범하고 쿼드 정상회의가 열리면서 미국과 중·러의 대립이 부각되는 점도 북한으로선 반가울 수 있다.

실제 중국과 러시아도 전날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군용기를 진입시키는 등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 결과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김태효 1차장은 이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이러한 행동을 사전에 준비해 기획했단 것은 아마도 한미정상회담, 쿼드정상회담, IPEF, 이러한 외교일정의 종료가 임박한 시점에 나름대로 정치·외교·군사적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보이고 싶은 게 아니었나 짐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과 엮어보면 바이든 대통령의 순방을 계기로 한미일이 밀착하자 북중러가 이를 견제하기 위해 공세적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신냉전 분위기가 감돌던 한반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점점 뚜렷해지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미일 등이 안보리에서 대북 추가제재를 추진하더라도 중·러가 이에 동의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윤석열 정부로선 취임 보름 만에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면서도 한반도 긴장지수가 너무 치솟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어쩌면 상반된 목표를 동시에 이뤄내야 하는 녹록잖은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