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드라마 스토브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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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날이다. 2년간 그토록 바랐던 날이지만 몇몇 직장인들 사이에서 한 달 넘게 곡소리가 들려온다. 바로 사내 회식 때문이다.

실제, 거리두기 해제와 동시에 회사에서 회식과 워크샵을 추진한다고 해 걱정하는 직장인들을 많이 봤다. 모든 직장인이 회식 문화를 싫어할까, 아니면 특정 계층이나 세대가 싫어하는 것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취업사이트 인크루트는 직장인 10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사실 코로나 시국에도 회식은 있었다. 다만, 팬데믹 시기의 회식은 모임 인원 제한과 시간 단축으로 간소화된 것이 특징이다. 설문을 통해 '코로나로 달라진 회식 문화가 만족스러운지'를 물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응답자의 94.5%가 만족스럽다고 했다. 코로나 이후에도 계속되길 바라는 회식문화는 무엇인지 물었을 땐 ‘음주 없는 점심’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런 대답을 한 응답자의 연령대와 직급은 뭘까? 역시 2030세대가 가장 많이 했다. 회식 형태 중 ‘음주 없는 점심’을 고른 20대는 65.6%, 30대 71.2%, 40대 45.3%, 50대 이상 31.3%로 조사됐다. 반면, ‘음주를 곁들인 저녁’을 고른 연령층은 비교적 4050세대가 많았다. (20대는 34.4%, 30대 28.8%, 40대 54.7%, 50대 이상 68.7%)

단순히 설문조사 결과치만 놓고 보면 2030세대는 술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회식을 싫어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음주 자체를 싫어하기보다는 언제 그리고 누구와 먹는지에 대한 부담감이 더 크기 때문에 회식을 꺼린다고 봐야 한다.

현재 회식문화의 가장 큰 문제를 꼽는다면 시대가 변화된 것에 비해 문화는 그리 많이 바뀌지 않았다는 데 있다.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회식에 대한 이미지를 조사해본 바 있다. 수직적, 제한된 메뉴 선택, 심리적 압박, 폭탄주, N차, 경직된 분위기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월등하게 많았다. 또한, ‘회식도 업무의 연장선’이라는 집단 결속을 강조하는 분위기 또한 여전히 존재한다.

심지어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회식이 늘면서 고통받는 직장인들의 사례를 공개했는데 회식 불참을 이유로 퇴사 협박, 연봉 동결, 월급 삭감 등을 경험한 직장인이 있었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들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듣다 보면 즐겁자고 시작한 회식에 공포심과 환멸감이 들 수밖에 없다. 젊은 세대들이 회식을 싫어하는 이유는 개인주의 성향보다 어쩌면 강압적인 분위기, 제한된 선택 등으로 구속감을 느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회식을 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다시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무조건적인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시대는 지났다. 진정 직원 간 유대와 세대 간 통합을 위한 것이라면, 젊은 세대 직장인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면 더더욱 MZ세대의 눈높이를 맞추고 회식 문화 개선을 넘어 개조까지 하고자 하는 부장님의 진심 어린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MZ세대의 눈높이를 맞춘다고 해서 그들이 좋아할 만한 신조어나 트렌드를 무조건 익혀 회식 자리에서 써먹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보다 현재 주변에 있는 젊은 세대 직원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 사내에서 겪고 있는 고충, 고민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더 필요하다. 직접 해결해주지 않아도 된다. 그저 그들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려는 준비된 자세만 있으면 된다. 그렇다면 소통할 기회는 자연스럽게 찾아올 것이다.

정연우 인크루트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장
즐거운 회식을 위해 부장님이 해야 할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