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2경기 연속 1번 출전…아내 위해 가수 사쿠라 사인받는 기쁨도
'두산의 5월 1번 타자' 안권수 "1회에 꼭 출루하고 싶은데"
김태형(55) 두산 베어스 감독이 택한 '5월의 1번 타자'는 안권수(29)다.

안권수는 지난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의 방문 경기에 입단 후 처음으로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고, 이 경기 포함 두산이 치른 최근 12경기에 모두 1번 타자로 나섰다.

2020년 2차 10라운드 전체 99순위로 두산에 입단해 2시즌 동안 대주자·대수비로만 뛰던 안권수는 이제 붙박이 외야수 이자 1번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17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만난 안권수는 굳은 표정으로 "고민이 정말 많다"고 털어놨다.

그는 "1번 타자의 첫 번째 목표는 1회 첫 타석에서 출루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나는 최근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안권수는 1번 타자로 출전한 12경기에서 3안타를 쳤다.

볼넷은 얻지 못했다.

그의 '1번 타자 1회 타율'과 출루율은 0.250이다.

시즌 타율(0.338)과 출루율(0.419)보다 낮다.

안권수는 "감독님과 구단에서 기회를 주셨으니, 결과로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조급함도 느끼고, 욕심도 난다"며 "내가 1회 첫 타석에 출루하면 뛰어난 후속 타자들이 타점을 만들 수 있다.

그런 기회를 꼭 만들어줘야 하는데, 아직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했다"고 곱씹었다.

'두산의 5월 1번 타자' 안권수 "1회에 꼭 출루하고 싶은데"
안권수는 17일 잠실 SSG 랜더스전에서도 1회 첫 타석에서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1번 타자로 출전하니, 그만큼 타석에 설 기회가 자주 온다"는 그의 말처럼 아직 만회할 기회가 있었다.

안권수는 6회 좌전 안타, 8회 중전 안타를 치는 등 7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의 준수한 활약을 했다.

이날 두산은 1-8로 끌려가다가 경기 중반부터 힘을 내 9-9로 비겼다.

안권수의 야구 인생과 비슷한 흐름이다.

재일교포 3세인 안권수는 와세다실업고 재학 중 고시엔 도쿄 예선에서 15타수 연속 안타를 치고, 고교 2학년 때는 도쿄 서부 대회에서 타율 0.572를 기록했다.

와세다대에 진학하며 일본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키우던 안권수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일본 독립리그 군마다이아몬드 페가수스에 입단했고, 이후 독립리그와 실업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 입단 가능성도 있었지만 막판에 무산됐다.

2019년 8월에 열린 2020 KBO 신인 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 참여한 안권수는 당시 허리에 통증을 안고 테스트에 임했고, 주루하다 통증을 참지 못해 쓰러지기도 했다.

트라이아웃을 정상적으로 치르지 못했지만, 두산은 안권수의 재능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고 전체 99순위로 그를 지명했다.

'두산의 5월 1번 타자' 안권수 "1회에 꼭 출루하고 싶은데"
2020년과 2021년, 안권수의 역할은 대주자·대수비였다.

두 시즌 동안 1군 타석에 설 기회가 자주 오지 않아, 2년 동안 안타 10개씩(2시즌 동안 20안타)만 쳤다.

올 시즌 초에도 안권수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두산 야수진에 부진을 겪거나 다친 선수가 나오면서 안권수에게도 선발 출전 기회가 왔다.

맹타 행진을 벌인 안권수는 5월 3일부터 '두산 1번 타자'로 자리 잡았다.

안권수도 "최근 내 성적에 만족할 수 없지만, 경기에 꾸준히 출전할 수 있는 건 매우 행복하다.

정말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산의 5월 1번 타자' 안권수 "1회에 꼭 출루하고 싶은데"
붙박이 1군 선수가 된 덕에 안권수는 '아내의 부탁'도 들어줄 수 있었다.

안권수의 아내는 가수 출신인 미야타니 유에 씨다.

미야타니 씨는 '미야와키 사쿠라(활동명 사쿠라)가 소속된 걸그룹 르세라핌이 두산 홈경기에 시구 행사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듣고, 안권수에게 사인을 부탁했다.

사쿠라는 7일 잠실구장을 찾았고, 공연도 했다.

안권수는 조심스럽게 사쿠라에게 사인을 요청했다.

안권수는 "아내가 사쿠라 씨 팬이다.

아내가 사인을 꼭 받고 싶어했는데 사쿠라 씨가 흔쾌히 사인에 응해주셨다"고 웃었다.

그는 "2020년 12월에 결혼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자가 나오지 않아서 아내가 아직 한 번도 한국에 오지 못했다.

아내가 야구에 관해서는 잘 모르는 데 내 경기를 잘 챙겨보고, 응원해준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지고 있으니, 곧 아내가 한국에 올 수 있다는 희망도 생긴다.

아내에게 1군에서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