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 겨냥한 서방제재에 전투역량 타격 확인
정밀유도탄 대신 멍텅구리탄…가전제품 반도체 재활용도
러시아군 첨단무기 동난듯…"구식무기 많아 전쟁은 계속"
러시아가 국제사회 제재로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쓸 첨단 무기를 채워놓지 못하고 있다고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정부는 현재 러시아가 첨단 무기 재고가 부족해진 상황이어서 대신 재래식 무기를 더 많이 쓰는 추세라고 분석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침공 초기 가지고 있던 정밀유도무기 상당 수량을 소진한 뒤 입고에 어려움을 겪자 현재는 사용을 줄이고 노후화된 군수품 사용을 늘렸다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는 유도 기능이 없는 재래식 폭탄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이 가전제품에서 반도체를 꺼내 군무기에 들어갈 정밀 부품으로 쓰고 있다는 보고도 접수됐다.

이날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상원 청문회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노획한 러시아의 군사 장비를 보면 냉장고나 식기세척기에서 빼낸 반도체로 채워져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시작한 이후 미국의 대러 과학기술 제품 수출은 70% 가까이 급감했다"며 러시아의 군사 장비와 기타 물품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는 서방이 주도한 대러 제재와 수출통제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미국은 2월 말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러시아로 가는 첨단 기술 제품의 수출을 대대적으로 금지했다.

당시 미 상무부가 발표한 수출제한 정책에는 반도체, 컴퓨터, 통신, 정보보안 장비, 레이저, 센서 등이 수출통제 대상에 올랐다.

특히 외국에서 만든 제품이더라도 제조 과정에서 미국 소프트웨어나 기술이 사용됐다면 수출을 금지하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도 적용됐다.

미국 정부는 침공 이후 현재까지 러시아 국방 분야와 연계된 기관 147곳과 개인 35명 등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여기엔 극초음속 무기를 생산하는 러시아 국영 방산업체인 전술미사일회사(KTRV)의 보리스 오브노소프 사장과 자회사 28곳도 포함됐다.

러시아군 첨단무기 동난듯…"구식무기 많아 전쟁은 계속"
미 국방부 고위 관리는 "(대러) 제재와 수출 통제, 특히 부품과 전자 부품과 관련해서는 러시아의 국방 산업의 토대와 정밀유도탄 동원 능력이 영향을 받았다고 본다"며 "러시아 방위산업 역량이 잠식당하기 시작한 것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IT 인력의 국외 이탈 문제도 겪고 있다.

영국 외무부 소속 영연방 개발사무소(FCDO) 대변인은 3월 컴퓨터 전문가 최대 7만명이 러시아를 떠났고 10만명의 추가 이탈이 예상된다고 FP에 전했다.

다만 서방 정부가 기밀정보 공개를 꺼리는 관계로 러시아 군수산업이 어느 정도까지 영향받은 것인지는 정확히 확인이 어렵다고 FP는 전했다.

현재 러시아는 정부 부처간 위원회를 설립해 내부적으로 군사 장비를 추가로 조달하거나 중국 같은 우호국으로부터 마이크로프로세서나 무기 완제품 등을 받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가 아직 재래식 무기는 많이 보유하고 있어 전쟁을 계속할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동유럽 국가의 국방 고위관리는 FP에 "러시아는 정밀 유도미사일이나 첨단 장비, 무기 공급을 확보하는 데 문제를 겪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동시에 더 단순한 무기로 전쟁을 계속할 능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