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금속노조(IG메탈)가 최고 8.2%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치솟는 물가상승세에 생활비 위기가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이 1970년대 전 세계를 강타했던 스태그플레이션과 '임금과 물가의 악순환적 상승'이 재현될 것이란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금속노조가 "올 여름 안으로 최고 8.2%에 달하는 임금 인상률을 확보하겠다"며 철강업계와 협상에 나섰다. 독일금속노조는 독일 전역의 8만5000명에 달하는 철강업계 노동자들이 소속된 독일 최대 노조 가운데 하나다. 유럽노동조합연맹의 에스더 린치 사무차장은 "유럽의 경제대국인 독일에서 일어나는 임금 협상은 다른 나라에도 파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FT는 "이번 협상 결과에 따라 올해 하반기에 다른 산업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뿐만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 입안자들이 조기 금리 인상에 나설지와 관련해서도 초미의 관심사가 될 예정"이라고 분석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4월 인플레이션은 전년 동기 대비 7.5% 급등했다.

유로존 전역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값 폭등 등으로 인해 "먹고 살기 팍팍해졌다"는 여론이 들끓으면서 임금인상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네덜란드 최대 노조 FNV는 최근 정부에 최저임금을 시간당 10유로에서 14유로로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 또 네덜란드 기업들에는 매달 100유로에 달하는 임금을 인상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급격한 임금인상이 있을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과도한 임금인상이 기업 비용으로 이어져 또 다른 물가상승을 촉발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10월 이미 최저임금을 시간당 9.82유로에서 12유로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