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단지(사진)가 공정률 52%인 상황에서 ‘전면 공사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조합과 시공사 간 사업비를 둘러싼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양측이 실력 행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1만2000여 가구에 달하는 미니 신도시급 단지가 공사 중단에 직면하면서 강남권 주택 공급 일정에 대대적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12일 둔촌주공시공사업단(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에 따르면 시공단은 오는 15일 0시부터 둔촌주공 사업장에서 모든 인력과 장비, 자재 등을 철수한다. 아파트 공기가 절반을 넘긴 상황에서 공사가 전면 중단되는 재건축단지는 둔촌주공이 처음이다. 다음달로 예정된 둔촌주공 일반분양도 무기한 연기됐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기존 최대 재건축이던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9510가구)를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일반분양 물량도 4786가구에 달하는 초관심 단지다.

공사비를 둘러싼 시공사업단과 조합의 대치는 서울시의 10여 차례 중재 노력에도 해법을 찾지 못했다. 양측은 2016년 공사비 2조6000억원에 계약했지만 2020년 설계안을 변경하면서 3조2000억원으로 증액하기로 했다. 둔촌주공재건축조합은 “시공단이 전임 조합과 맺은 증액 계약은 절차적으로 부당하다”며 무효 소송에 나섰다. 이에 시공사업단은 “지난 2년간 공사비를 한푼도 못 받은 상황에서 조합이 계약서상 공사비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공사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조합은 시공단의 공사 중단 통보에 시공사를 교체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정률이 50%를 넘어선 공사 현장에서 시공사를 바꾸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심은지/이혜인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