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행 '순장조' 비서관 오종식 유력…최상영 등도 동행 가능성
기록물 이관도 순조로워…靑 퇴거일은 신중히 결정
정치적 영향력 이어질 듯…盧 서거 13주기 등에 메시지 내놓을 수도
[文정부 남은 한달] 퇴임 준비에 속도…'잊혀진 사람' 될까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0일 정확히 한 달을 남겨두면서 퇴임 준비에 더욱 속도가 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향후 한 달간 외부 일정을 줄이고 업무를 보는 틈틈이 참모들과 퇴임에 필요한 실무를 논의하며 물러날 준비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대통령과 함께 경남 양산의 사저로 낙향할 이른바 '순장조' 참모의 라인업도 가닥히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문 대통령은 비서관 3명과 운전기사 1명을 둘 수 있다.

비서관 3명은 1급 상당 1명과 2급 상당 2명으로 구성된다.

통상 1급 상당으로는 현직 비서관급이, 2급 상당으로는 현직 행정관급이 동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1급 비서관으로는 오종식 기획비서관이 사실상 낙점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김정숙 여사를 가까이서 보좌한 최상영 제2부속비서관도 동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임 기간 생성된 대통령 기록물 이관 등의 작업도 한창이다.

2013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과 관련한 '사초(史草) 실종' 논란을 경험했던 만큼 관련한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후문이다.

각 실에서 기록물을 종합한 뒤 이를 분류하고 나면 다음 달 초에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는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된 자신의 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도중 '전직 대통령은 자신이 생산한 기록물을 복사해서 볼 수도 있다'는 취지로 법이 개정되면서 기밀 유출의 우려도 나오긴 했지만, 목적에 맞게 쓴 뒤에는 사본을 즉시 반납해야 하므로 문제가 없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모든 퇴임 준비를 마치고 나면 문 대통령은 관저에서 나와 5년 간의 청와대 생활을 마무리하게 된다.
[文정부 남은 한달] 퇴임 준비에 속도…'잊혀진 사람' 될까
5월 9일까지 근무를 마친 뒤 다음날 윤석열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9일 밤을 청와대에서 보낼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윤 당선인 측이 5월 10일 0시에 청와대를 완전히 개방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의 국정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만큼 문 대통령도 부담을 주지 않고자 9일 밤에 청와대에서 나오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다만 10일 통화에서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 "참모들도 퇴임일 일정을 숙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의 취임식에까지 참석하고 나면 문 대통령은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에 마련된 사저로 향하게 된다.

문 대통령이 생각하는 퇴임 후 모습은 지난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직접 언급한 '잊혀진 사람'이다.

지난달 30일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성파 대종사 추대 법회 때도 "자연으로 돌아가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文정부 남은 한달] 퇴임 준비에 속도…'잊혀진 사람' 될까
실제로 양산의 사저는 전직 대통령이 평범한 '촌로'로 지내기에 좋은 환경이다.

우리나라 3대 사찰인 통도사가 걸어서 갈 만한 거리에 있고 마을 뒤에는 산이 있다.

문 대통령은 잘 알려진 등산 애호가다.

그러나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문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여당 내에 '친문'(친문재인)계가 건재한 상황인데다 견고한 팬덤을 형성한 강성 지지층도 여전해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 활동을 요구받으리라는 시각이다.

윤 당선인이 취임 후 '문재인 정부 흔적 지우기'에 나선다면 문 대통령 스스로도 '잊혀진 사람'으로만 남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는다.

문 대통령이 첫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는다면 그 계기는 오는 5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참석한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찾아뵙겠다"고 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