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국가주석. 윤 당선인에 즉각 축전 보내고 통화
"높아진 국가 위상 감안해 현지 사회 존중해야" 지적도
[특파원 시선] 한·베 수교 30주년…'협력 강화' 기대 확산
올해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 30주년을 맞은 가운데 양국 간 협력 강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지 한인사회에서는 무엇보다도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 주석이 대선 다음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축전을 보낸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푹 주석은 축전에서 "베트남을 대표해 한국의 제20대 대통령에 오르게 된 당선인께 깊은 진심을 담아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은 양국간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푹 주석은 "베트남 국가와 본인은 한국 정부 및 당선인과 양국 관계를 효과적이고 실질적이며 전면적으로 발전시키는 한편 지역 및 국제사회 현안에 대해서도 긴밀하게 협력해 전세계의 평화와 안정 및 협력과 발전에 기여할 준비가 돼있다"면서 "빠른 시일내에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푹 주석이 윤 당선인에게 축전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자 한인 사회는 베트남 내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실감했다면서 자랑스러워했다.

베트남 정부가 대통령 선거 당선자에게 공식적으로 축하 메시지를 보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베트남 정부는 그동안 새 대통령이 취임한 뒤 축전을 보내왔다.

지난달 23일에는 윤 당선인이 푹 주석과 30분간 통화를 하고 양국 관계 발전을 논의하자 한인사회는 더욱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당시 통화에서 푹 주석은 방한을 희망한다고 밝히면서 윤 당선인이 이른 시일 내 베트남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가 이달 1일부터 베트남을 '격리면제 제외국가'로 지정하기로 했다가 시행 하루전 이를 전격 철회하자 한인사회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당초 베트남, 미얀마, 우크라이나 등 3개국을 격리면제 제외국가로 지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현지 교민사회에서는 질병관리청의 방침에 대해 강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신남방 정책'의 핵심 포스트인 베트남과 현지 교민을 홀대한다는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외교부의 '재외동포 현황'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 내 한국인은 15만6천여명에 달한다.

이는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4번째로 많은 수치이며.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9천여개에 달한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국가 주석이 당선인에게 곧바로 축전을 보낸 것은 베트남 정부가 그만큼 양국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아 교류 협력을 위한 여러 행사를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베트남 진출기업들 사이에서도 양국 수교 30주년이 현지 기업환경 개선의 모멘텀이 되기를 바라는 기대가 많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베트남에서 높아진 한국과 교민사회의 위상을 감안해 베트남 사회와 시민을 더욱 존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노이에 거주하는 교민 김모(50)씨는 "식당이나 공공시설에서 한인들이 베트남인들에게 고압적 태도를 취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있다"며 "현지인들을 대하는 자세가 좀더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