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사진=한경DB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사진=한경DB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부모의 장례식 방명록 명단 일부를 친동생들에게 공개하지 않아 일어난 법정 다툼에서 동생들에게 패소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성지호 부장판사)는 지난 1일 정 부회장의 친동생 2명이 정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방명록 인도청구 등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정 부회장의 모친 조모씨는 2019년 2월, 부친 정경진 종로학원 회장은 2020년 3월 사망했다. 장례 절차를 마친 뒤 정 부회장은 장례식 방명록을 보여달라는 동생들의 요청을 거부했다. 당시 정 부회장은 동생들 측 조문객이라고 판단되는 일부 조문객 명단만 공개했다. 동생들은 2020년 12월과 2021년 1월 방명록 사본을 요청했으나 연달아 거절당했다. 이에 동생들은 그해 2월 정 부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정 부회장 측은 "방명록 명단은 단순한 정보에 불과한 것으로 원·피고의 공유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부회장 측은 "문상객은 자신이 의도한 특정 상주에게만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그에게 수집 및 이용을 허락한다는 의도로 기록을 남기는 것이므로 공개 요청은 개인정보 주체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청구"라고 피력했다.

그러나 법원은 정 부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우리나라 장례식 관습과 예절, 방명록 등의 성격 및 중요성을 고려할 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방명록은 망인의 자녀들이 모두 열람 및 등사 가능한 상태에 있어야 한다"며 "이를 보관 또는 관리하는 자는 망인의 다른 자녀들이 열람 및 등사할 수 있도록 할 관습상, 조리상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법원은 통상 장례식장에 각 상주·상제별로 방명록이 따로 비치되지 않는 점, 조문객들이 상주·상제와 관계없이 망인 본인에게 애도를 표하기 위해 문상하는 경우가 많은 점 등을 근거로 정 부회장의 동생들이 방명록을 열람한다고 조문객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재판 결과에 정 부회장 측은 "2020년 11월 치러진 부친상 장례식장 방명록은 이미 동생들에게 공개했으며, 2019년 2월 치러진 모친상 장례식장 방명록만 이사 중 분실돼 전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굳이 모친상 방명록만 공개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