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채용 비리 의혹 등으로 감사를 받다가 사퇴한 뒤 3개월 만에 숨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연구기관장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과기정통부 산하 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했던 A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 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지난 1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15년 10월부터 과기정통부 산하 연구원 원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2017년 12월부터 약 3개월간 국무조정실과 과기정통부로부터 친인척에게 채용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대한 감사를 받았다. 그는 2018년 2월 원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해당 연구원 산하 연구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재기를 노렸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한 감사가 계속 이어졌다. 감사원은 그해 5월엔 연구센터의 실험용 동물 구매 과정에 대한 추가 감사도 벌였다. 그러던 중 A씨가 심장마비 증세로 쓰러져 사망했다.

유족은 A씨의 죽음이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유족 급여 등을 신청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이유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족은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의 사망이 업무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 유족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고인은 연구센터에 대한 감사가 실시된 것을 알고 사망 당일에도 배우자에게 ‘연구원을 그만둬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며 “자신의 거취를 고심하던 중 스트레스가 가중돼 심뇌혈관계 질환에 이른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이 검찰의 과기정통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4년 전 A씨를 포함해 과기정통부 산하 12개 공공기관장이 임기를 채우기 전에 그만두자 정치권에선 ‘과기정통부 블랙리스트’라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과기정통부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해당 인사들에 대한 표적 감사를 벌여 사퇴 압박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블랙리스트 의혹을 받는 산업통상자원부를 최근 강제 수사한 데 이어 과기정통부, 교육부, 통일부 등에 대한 수사도 검토하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