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자동차처럼 덜컹거리는 스토리…영화 '스텔라'
잘빠진 외관과 위압적인 엔진소리, 상쾌한 질주감과 내 집 같은 승차감. 카 체이싱 영화에 나오는 자동차들은 대개 이런 모습이다.

그러나 영화 '스텔라'에서 영배(손호준 분)가 서 사장(허성태)의 추격을 피해 몰고 다니는 차는 영 딴판이다.

최대 속력 50km/h. 그마저도 오르막길에선 30km/h가 채 나오지 않는다.

에어컨은 고사하고 창문을 열려면 망가진 손잡이를 힘겹게 돌려야 한다.

MZ세대들은 이름조차 생소한 자동차 1987년식 스텔라다.

'스텔라'는 영배가 아버지의 유일한 유산인 스텔라를 타고 잃어버린 슈퍼카를 찾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맨발의 기봉이'(2006), '형'(2016) 등을 선보인 권수경 감독이 연출을 맡아 고물차인 스텔라를 자동차 추격전 선두에 서게 하는 신선한 시도를 했다.

낡은 자동차처럼 덜컹거리는 스토리…영화 '스텔라'
영배는 돈을 빌려 간 사람이 빚을 갚지 못하면 사채업자 대신 차량을 압류해오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채무자가 아무리 매달려도 인정사정 보지 않고 차를 빼앗던 그는 절친한 친구 동식(이규형)이 3억 원짜리 슈퍼카를 빼돌리는 바람에 차 주인 서 사장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평생 등지고 살았던 아버지(전노민)의 부고를 듣고 고향을 찾지만, 서 사장 일당이 찾아와 영배를 닦아세운다.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는 서 사장 때문에 영배는 결국 도망을 친다.

택시 운전사였던 아버지가 오랫동안 버리지 않고 보관해온 스텔라를 탄 채로.
서 사장은 영배를 쫓고, 영배는 동식을 쫓으며 추격전이 이어진다.

영배는 곧 숨이 넘어갈 듯한 스텔라로 고급 세단들의 추적을 피해 가며 슈퍼카를 찾을 수 있을까.

낡은 자동차처럼 덜컹거리는 스토리…영화 '스텔라'
고물차의 느린 추격전이라는 소재는 새롭게 다가오지만, '장비발'을 내세운 시원스러운 자동차 추격전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다.

한적한 시골길에서 스텔라 하나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는 고급 자동차들의 모습을 보면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도망을 가고, 잡히고, 기가 막힌 우연이나 운으로 탈출하고, 다시 도망을 가는 과정이 반복된다.

스토리는 낡은 차처럼 덜컹거리며 가까스로 나아간다.

갑작스럽게 '아버지 서사'가 끼어들면서 장르는 한순간에 신파극으로 바뀌는가 하면 범죄·액션물이 되기도 한다.

일부 코믹한 대사가 웃음을 주기는 하지만, '코미디' 장르를 단 영화치고는 무언가 부족해 보인다.

다음 달 6일 개봉. 상영시간 98분. 15세 관람가.

낡은 자동차처럼 덜컹거리는 스토리…영화 '스텔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