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대로 올해 전기요금을 동결하면 한국전력이 최소 16조원의 추가 손실을 볼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는 한국 최대 공기업의 부실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더 큰 우려를 낳게 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단계부터 전기요금 조정체계 및 한전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한전 내부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부터 전기요금 구성 항목 중 하나인 ‘연료비 조정단가’에 ㎾h당 30원 이상의 인상 요인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LNG(액화천연가스) 등 연료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현행 전기료 체계는 분기별 조정단가 인상폭을 최대 3원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만약 이마저 동결해 ㎾h당 30원의 연료비 인상분을 한전이 고스란히 떠안을 경우 연간 16조원의 추가 손실이 예상된다는 것이다(전력 판매량이 전년과 동일, 연료비 인상폭은 연말까지 이어진다는 전제). 이 경우 한전의 올 손실 추정액이 20조원에 달한다고 하니 그 후과를 누가 감당할 것인가.

한전은 작년에도 5조860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첫해 109조원이던 부채 규모는 작년 말 146조원으로 불어났다. 매년 이자비용만 2조원에 이른다. 한전 부실의 결정적 요인은 주지하다시피 가장 경제적 전력원(源)인 원전을 배제한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있다. 과거 80~90%였던 연평균 원전 이용률이 현 정부 5년간 71.5%로 낮아졌다. 여기에 정부가 물가안정을 내세워 연료비 연동제를 스스로 무시하고 전기료 인상을 억눌러 온 것이 부실을 눈덩이처럼 키웠다.

윤 당선인은 “정부가 대선 직후(4월) 전기요금을 인상한다는 계획은 탈원전 정책의 실패 부담을 국민에게 돌리는 것”이라며 올 전기료 인상 계획 백지화를 공약했다.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경위야 어찌 됐든 지금 같은 부실 재무구조에서 전기료 동결은 한전을 더욱 멍들게 할 뿐이다. 결국 국민 혈세를 투입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임은 불문가지다. 전기료 동결은 공약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대표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인수위는 대선 공약이라는 데만 집착하지 말고 요금 현실화 및 한전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파국이 빤히 보이는데 ‘폭탄 돌리기’를 계속할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