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정책의 난맥상이 상상 이상이다. 세계 인구의 1%도 안 되는 한국에서 발생한 확진자 비중이 지난 12일 26.8%, 13일엔 26.5%에 달했다. 전 세계 확진자 4명 중 한 명꼴로 한국에서 나왔다니 듣고도 믿기 힘든 결과다. 요즘 국내 하루 확진자는 35만~40만 명으로, 2위 독일(20만 명 안팎)의 두 배에 육박한다.

‘낮은 중증화율·치명률이 중요하다’며 “여전히 잘 관리되고 있다”고 강조하는 정부 태도도 이해하기 힘들다. 확진자가 워낙 많다 보니 코로나로 죽어 나가는 사람이 하루 300명에 달하고 누적 사망자는 1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환자 폭증으로 동네 병·의원이 북새통이고, 검사받는 데만 못해도 한 시간, 길면 서너 시간이 소요된다. 이런 난리통에도 ‘K방역 이상 무(無)’를 강변하는 정부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입원 및 사망 확률을 88%나 낮출 수 있다는 코로나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품귀다. 방역당국은 76만2000명분을 계약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울산의 한 요양병원에선 1주일 동안 단 한 건도 팍스로비드 처방을 못 했을 정도로 씨가 말랐다. 집중관리·치료 대상이 하루 10만 명이 넘는데 팍스로비드 처방은 4000여 명에 불과하다는 게 의료계 추산이다.

물량이 부족하다 보니 처방 자체가 60세 이상 고령자와 40세 이상 기저질환자로 제한되고 있지만 그마저도 수급이 만만찮다. 환자 발생 시 연줄을 총동원한 팍스로비드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는 게 현실이다. 마스크·백신 대란에 이은 치료제 대란 조짐이다. 30만 명대 환자를 예고해 놓고도 치료제를 확보하지 않은 방역당국의 안이함에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납득하기 힘든 행보는 이외에도 너무 많다. 확진자 추이가 예상을 크게 웃도는데도 방역 완화로만 치닫는 모습부터 그렇다. 오미크론 확산을 먼저 경험한 나라 대부분은 확진자 숫자가 정점을 지난 뒤 방역을 풀었는데 유독 한국만 정반대다. ‘조만간 꺾일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만 앞세운 이해하기 힘든 행보다.

모순투성이 방역에 따른 사회 전반의 피로도가 임계치를 넘어서고 있다. 사흘간(11~13일) 서울에서만 7747명의 초등학생 확진자가 나온 학교 현장도 코로나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 사이에선 이제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자조와 비장함이 넘친다. ‘말년이 없다’는 것도 말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