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종주 비올 대표./사진=김기남 기자
라종주 비올 대표./사진=김기남 기자
“올해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피부미용 의료기기 시장에서 성장을 이어가면서, 중국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실적 전환(턴어라운드)에 이어, 올해 매출 성장이 목표입니다.”

지난 7일 경기도 성남 본사에서 만난 라종주 비올 대표는 “회사가 보유한 다양한 원천기술과 미세침(마이크로니들) 고주파(RF) 결합 제품을 바탕으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비올은 지난해 매출 184억원, 영업이익 54억원을 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51.2%, 58.5% 급증했다. 순이익은 흑자전환했다.

호실적은 주력 제품인 ‘실펌X’를 중심으로 수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비올은 2021년 매출의 83%인 153억원을 해외에서 냈다. 이중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에서만 65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전체 수출 68억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라 대표는 “지난해 의미 있는 턴어라운드를 할 수 있었던 건 북미 대륙을 중점으로 제품 홍보와 영업 활동(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제품 판매가 급증했기 때문”이라며 “올해는 북미에서 두 배 이상 성장하고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매출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비올이 올해 신제품의 해외 진출과 소모품 매출 성장을 바탕으로 251억원, 77억원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작년보다 각각 36.4%, 42.6%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피부과 원장 경험 살려 피부미용 의료기기 개발

비올은 고주파(RF) 기술을 활용한 피부미용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대표 제품은 ‘스칼렛’ ‘실펌’ 실펌X다. 회사는 세계 최초 ‘300마이크론(μm) 치료’ 기술을 기반으로, ‘다중 펄스형(듀얼 웨이브) RF’ 기술과 마이크로니들을 결합한 제품을 출시했다.

비올이 마이크로니들 RF 기술을 바탕으로 의료기기를 개발하게 된 건, 라 대표가 피부과 원장이었던 경험 덕분이다. 라 대표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순천향대에서 해부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천안에서 피부과를 개원해, 우리나라에서 피부미용이 현대화하기 시작한 2000년부터 ‘IPL’ ‘써마지’ ‘프락셀’ ‘레이저토닝’ 등 다양한 시술을 직접 했다.

2004년엔 세계 최초로 ‘더마스탬프’를 개발해 제품화하기도 했다. 마이크로니들로 피부를 찔러 약물 흡수용 통로를 만들고, 피부 내 섬유질들을 끊어 피부 재생을 촉진하는 수직형 마이크로니들 치료 제품(MTS)이다. 라 대표가 상표권 및 디자인 특허를 갖고 있다.

이후 그는 새로운 피부미용 의료기기나 시술법을 개발하고자 2009년 10월 비올을 창업했다. 2010년 피부미용 RF 기기인 스칼렛을 개발했고, 2015년 색소 치료 RF 기기인 실펌, 2020년 토탈 피부 솔루션 장비인 실펌X를 출시했다.

RF와 마이크로니들 결합…다양한 원천기술로 경쟁우위 확보

라 대표는 “피부미용 의료기기의 원리는 자극을 통해 피부에 상처를 주고, 피부가 이를 스스로 재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RF는 피부에 전기 신호를 흘려 피부에 자극을 주는 기술이다. 전류가 피부를 통과하면서 전기 에너지가 열에너지로 전환돼 40~60°C의 열을 발생시킨다. 열이 발생하면 피부 속 단백질 구조가 변화되고, 단백질 응고 등의 변화가 일어난다. 이를 통해 상처가 치유되고 조직이 재생되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마이크로니들링 시술은 피부에 미세하게 상처를 내 성장인자를 활성화하고, 피부의 자연 치유과정을 통해 재생 효과를 낸다. 또 흉터에 사용하면 이상섬유조직을 끊어낸다.

비올은 RF와 마이크로니들링의 장점을 결합한 ‘RF 마이크로니들링 기술’을 제품에 활용한다. 마이크로니들로 RF를 피부층 깊은 곳까지 전달해, 비침습 시술보다 더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원하는 피부층을 표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왼쪽부터) 고주파(RF), 마이크로니들링, RF 마이크로니들링 시스템
(왼쪽부터) 고주파(RF), 마이크로니들링, RF 마이크로니들링 시스템
비올 제품의 핵심 기술 중 하나는 라 대표의 이름을 딴 ‘나 효과(NA Effect)’ 기반의 원천기술이다. 라 대표가 세계 최초로 발견해 2015년 네이처 자매지에 논문을 냈다. 나 효과는 각 마이크로니들 전극의 끝단에서 조직의 응고가 시작돼, 전도시간이 증가하면 물방울 또는 고치 모양으로 열 응고점이 형성되는 현상이다. 넓게 에너지를 전달하면서도 표피에서 열손상이 적게 나타난다.

그는 “기존 RF는 전극 사이의 단백질들이 모두 변형을 일으켜 불필요한 손상이 생기고, 이에 최소 부위에만 시술해야 했다”며 “나 효과는 전극 주변의 단백질만 변화시켜, 불필요한 손상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마이크로니들을 제작하는 데 로봇을 활용한다는 것도 비올의 경쟁력이다. 이를 통해 사람이 손으로 직접 심는 것보다 바늘 길이를 0.1mm 단위로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또 마이크로니들간 길이에 오차가 없어 일정한 깊이로 피부에 침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가능해진 기술이 300μm 치료 기술이다. 피부 속 유두진피층이 위치한 300μm 깊이에 정확하게 침투해 RF를 전달하는 것이다. 유두진피층은 기저막과 표피가 상호작용하는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또 망상진피층에 비해 ‘타입3 콜라겐’이 많이 분포해 있다. 여러 종류의 콜라겐 중 피부결과 탄력 개선·유지를 위해서는 타입3 콜라겐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듀얼 웨이브 기술로 해외 공략

라종주 비올 대표./사진=김기남 기자
라종주 비올 대표./사진=김기남 기자
비올은 또 세계 최초로 ‘펄스형 고주파(PW)’ 기술을 개발했다. 회사는 ‘연속형 고주파(CW)’와 PW가 모두 가능한 듀얼 웨이브 기술에 대해 경쟁 우위를 갖고 있다고 했다.

듀얼 웨이브 기술은 실펌X에 적용됐다. 다른 회사의 RF 기기들이 CW만 있는 것과 달리, 실펌X는 PW 기술까지 함께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피부에 CW가 전달되면 피부 온도는 60℃ 이상까지 상승하면서 단백질 변성이나 콜라겐 응고 등의 조직 변화가 나타난다. 이 변화는 상처치유를 활발하게 하고 진피층 재구성을 촉진한다. CW는 피부재생, 리프팅과 타이트닝, 흉터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PW는 피부에 전달되면 피부 온도가 전류(펄스)에 맞춰 42~45℃까지 점차적으로 상승한다. PW는 기저층과 혈관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기미나 홍조 같은 색소 및 혈관병변 치료에 사용한다.

실펌X는 이 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라 대표는 “작년 하반기에만 200여대의 장비를 보급하는 등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은 실펌X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며 “올해 현지 컨퍼런스 개최 등 마케팅 활동을 통해 시장점유율(MS)을 더욱 확대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중국에서도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할 예정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허가를 받은 스칼렛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되면서다. 비올은 중국 판매망을 갖고 있는 미용 기업과 계약을 맺고 스칼렛을 유통할 계획이다.

실펌X도 중국에 진출한다. 비올은 지난해 중국 시후안그룹과 5년간 180억원 규모의 실펌X 현지 독점 공급계약을 맺었다. 2022년 중국에서 허가를 받아, 성수기인 4분기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작년 7월에는 멕시코 현지 기업과 스칼렛의 유통에 대한 협약을 맺었다. 브라질로 이어지는 남미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2부에 이어서)

성남=김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