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을 둘러싸고 호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액면분할로 주가 부양 의지를 드러내는 상장사가 늘고 있다. 액면분할로 주당 가액을 낮춰 거래량을 늘리면 주가 단기 부양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주가를 띄울 수 있기 때문에 액면분할을 시행하는 상장사가 많아질 것으로 증권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신영와코루 6% 급등

"주가 띄우자"…상장사들, 줄잇는 액면분할
10일 속옷 생산업체 신영와코루는 5.58% 오른 13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3만9000원(10.75%)까지 오르기도 했다. 최근 1년 내 최고가다. 시가총액은 1193억원이다. 신영와코루는 이날 10 대 1 비율의 주식 분할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주당 가격이 1만3000원대로 내려가는 효과다. 오는 4월 18일부터 발행 주식 총수가 90만 주에서 900만 주로 늘어난다.

액면분할은 한 장의 주식을 여러 장으로 쪼개 주당 가격을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25건이던 액면분할 공시 건수는 2020년 16건, 2021년 24건을 기록했다. 올해엔 이날까지 9건을 기록했다.

이 추세대로면 액면분할이 급증했던 2018년 35건에 가까워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 3월 50 대 1의 액면분할을 결정했다. 그해 삼성전자 사례를 따라 액면분할을 주가 부양 수단으로 삼는 상장사가 많았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진 영향도 컸다. 올해에도 긴축과 전쟁, 인플레이션 리스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액면분할을 고려하는 상장사가 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액면분할한 종목 주가 보니

액면분할은 거래량 증가를 통한 주가 부양에 주된 목적이 있다. 높은 주당 가격을 내리면 개인투자자의 진입장벽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한 주 가격은 액면분할 전 기준으로 350만원이 넘는다. 소수점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지금으로선 한 주라 해도 진입장벽이 높다. 실제 삼성전자는 액면분할 전인 2017년 말 지분율 1% 미만인 소액주주 수가 14만4283명, 이들의 전체 지분율은 58.39%였다. 액면분할을 단행한 이듬해에는 주주 수가 76만1374명, 지분율은 62.50%로 높아졌다.

올해 액면분할 포문을 연 건 2차전지 관련 부품인 슬롯다이를 생산하는 지아이텍이다. 지난달 16일 5 대 1 비율로 액면분할에 나선다고 공시했다. 현 주가는 공시 전 거래일 대비 22%가량 반등했다.

같은 달 22일에는 신세계 계열 상장사 세 곳이 동시에 액면분할을 발표했다. 기업용 교육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하는 신세계I&C는 10 대 1의 비율로 액면분할을 공시했다. 10만원대이던 주가가 1만원대로 내려가면서 투자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주가는 공시 전 대비 10% 넘게 반등했다. 같은 날 5 대 1의 액면분할을 공시한 광주신세계도 10% 넘게 올랐다. 다만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액면분할을 공시한 다음날 3% 넘게 상승했지만 업황 악화 우려로 지금까지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액면분할에 따른 신주 교부일이 다음달 11일인 만큼 단기 모멘텀은 다시 나타날 수 있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15년 5월 10 대 1의 비율로 액면분할했던 아모레퍼시픽과 2018년 5월 5 대 1의 비율로 액면분할한 휠라홀딩스 사례를 보면 모두 신주가 발행된 뒤 단기적으로 주가가 강세였다”고 설명했다.

아세아시멘트DI동일도 각각 지난달 25일과 이달 4일 10 대 1 비율로 액면분할을 공시했다. 공시 전과 대비해 이날까지 각각 12%, 3% 올랐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