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항만은 닫혀 있고, 철도 화물운송은 모두 중단됐습니다. 도로에 다니는 화물 트럭도 없습니다.”

국내 한 종합상사의 우크라이나 법인장 A씨는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의 폭격이 점점 민간시설 쪽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라며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지 상황을 이같이 전했다. 그는 지난달 중순 비행기로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와 지금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현지 직원과 연락하며 사업을 챙기고 있다. 그는 회사 이름이 공개되면 현지 직원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익명 보도를 요청했다.

A씨는 “러시아군 폭격이 민간시설로 확대되고 있다”며 “민간인 시설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러시아 국방부의 공식 발표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발전소나 수도, 전력시설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만큼이나 남부 항구도시 점령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말도 전했다. A씨는 “키이우 점령은 정치적인 상징인 것이고, 남부 흑해 연안도시를 점령한다는 것은 우크라이나를 결국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키이우 외곽에서 전투가 계속 벌어지고 있는데 남부지역의 더 많은 도시를 점령하기 위해 일부러 키이우 점령은 미루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고 말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 연안의 대표 항구인 오데사항과 므콜라이우(니콜라예프) 항구 등은 선박 입출입이 모두 통제된 상태다. 흑해를 통한 바닷길이 완전히 막힌 상태며, 유럽으로 연결되는 철도망도 멈춰 섰다.

A씨는 최근 민간 선박이 피해를 본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A씨는 “지난주 일본 민간 선박이 폭격에 따른 간접 피해를 당했다”며 “철도 화물운송은 모두 멈췄고, 인도적인 차원에서 민간인이 이용할 수 있는 통로만 일부 열어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쯤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할지 가늠할 수 없어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져만 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국민 안전을 위해 우크라이나 입국을 금지한 한국 정부의 조치는 당연하다”면서도 “어느 정도 상황이 안정된다면 기업인에 한해 입국을 일부 허용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