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5년간 훼손된 고용보험기금 건전성을 다시 높여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불가피하게 지출을 늘린 측면도 있지만 선심성 정책을 편 영향도 커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경우 고용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해 근로자들의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고용보험기금은 2017년까지 6년 연속 흑자를 냈다. 하지만 2018년 8082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뒤 매년 대규모 적자를 거쳐 지난해엔 사상 최대 규모인 5조7092억원의 적자를 냈다.

적립금은 갈수록 소진됐다. 2017년 말 10조2544억원이었던 적립금은 지난해 말 5조8188억원으로 줄었다. 그나마 공공자금관리기금 차입금을 제외하면 -4조9000억원이다.

문재인 정부는 기금이 줄자 두 차례나 고용보험요율을 올렸다. 2019년 기존 1.3%(회사와 근로자 반반 부담)에서 1.6%로 인상한 데 이어 지난해 9월 1.8%로 인상하기로 정했다. 다만 인상 시기는 차기 정부 집권 후인 올해 7월로 넘겼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을 말하지만 실업급여 확대 등 ‘퍼주기 정책’으로 인해 건전성은 그전부터 악화되고 있었다. 정부는 2019년 10월 실업급여 지급 기간을 늘리고 상·하한액을 높였다. 실업급여 지급 기간은 최소 90일에서 120일로 늘렸다. 2020년에는 실업급여 월 하한액이 최저임금보다 높아지는 현상도 발생했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실업급여 혜택이 더 커진 것이다. 보장성만 강화하고 도덕적 해이에는 눈을 감아 반복 수급자도 급증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고용보험 적용 확대 정책은 계속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7월 1일부터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프리랜서, 골프장 캐디 등 5개 직종에 고용보험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2023년에는 자영업자까지 포함할 계획이다. 특수고용직 고용보험은 이미 지난해 7월 보험설계사 등 12개 직종을 시작으로 올해 1월 퀵서비스기사와 대리운전기사로 확장됐다.

전문가들은 고용보험 확대 시기를 조절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7월과 올 1월 확대된 대상으로 수지가 어떻게 되는지 먼저 검증한 뒤 확대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