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경중, 더 이상 안돼…중국에 기울어진 외교 과감히 버려야"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갈수록 고도화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새 대통령에게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을 제언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중 경쟁 심화로 국제질서가 급격히 재편되고 있는 외교 상황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남북 관계 개선에 지나치게 치중한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조언했다.

최중경 한미협회장(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안보는 미국과 하고 경제는 중국과 한다는 안미경중(安美經中)과 같은 태도는 매우 잘못됐다”며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주도하는 글로벌공급망(GVC) 재편에서도 볼 수 있듯이 경제와 안보는 이제 밀접하게 붙어 있다”고 지적했다.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외교 태도를 겨냥한 것이다. 그는 이어 “마키아벨리는 500년 전 ‘어정쩡한 중립은 파멸을 부른다’고 했다”며 “한·중 관계도 매우 중요하지만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다면 안보 동맹인 미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차기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북한 일변도’ 외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에 대한 원칙 부재로 세계 10위권 국가에 걸맞지 않은 가벼움을 보여왔다”며 “남북 관계에 더 이상 지나친 기대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중심의 시야에서 벗어나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외교·안보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국제 관계도 사람 사이와 똑같다”며 “도와달라고 할 때 마지못해 도와주곤 자신이 어려워졌을 때 상대가 적극적으로 도와주길 바랄 수는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제질서에 큰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이라는 점을 새 대통령은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핵 위협까지 가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1968년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근간인 국제질서를 흔들고 있다”며 “안보리와 NPT는 북한의 핵 보유를 방해하는 두 장애물이라는 점에서 북한 정권이 상당히 고무돼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는 새로운 국제질서 수립을 불러올 것”이라며 “향후 세계 각국의 격렬한 이합집산과 국제질서 재편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유럽 강대국과 긴밀하게 전략적 소통을 확대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호주와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핵·미사일에 대해서는 단호한 자세를 촉구했다. 박 교수는 “북한 비핵화의 개념부터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2018년 북·미 싱가포르 합의 때 ‘한반도 비핵화’가 명시되며, 북한은 자신들의 비핵화 이전에 미국이 한국에 보장한 확장억제정책부터 철회하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도발’이라고 명확히 규정하고, 북한이 원하는 ‘도발의 일상화’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북핵 문제에서 사실상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는 한국이 미국과는 다른 독자 행보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며 “안보 공조를 분명히 하되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요구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박 교수는 “최근 북한이 쏜 미사일들은 회피기동과 순회기동이 가능한데 이는 동해 쪽으로 발사한 미사일이 부산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의미”라며 “이 경우 일본 측 레이더에 먼저 잡힐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가 부족한 부분은 미·일 자산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MD)와 미국의 MD를 연동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