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격리자의 기표용지가 바구니와 쇼핑백, 골판지 상자에 수거된 전국 사전투표소 현장 사진은 보는 이들의 눈을 의심케 한다. 선거사무 보조원이 투표용지를 자기 주머니에 넣으라고 해 깜짝 놀랐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너무도 허술한 선거관리가 아닐 수 없다. 높은 투표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물론 자칫 선거 불복 빌미를 제공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1차 해명은 투표소 한 곳에 동시에 2개 투표함을 사용할 수 없다는 법률(공직선거법 제151조 2항)을 따르다 벌어진 혼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인이 직접 투표함에 기표용지를 넣도록 한 법률(동법 157조 4항 및 158조 4항) 취지가 결과적으로 훼손된 점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직접·비밀투표라는 민주주의 선거 원칙을 무시한 사태”(변협), “참정권은 방역 목적으로 제한될 수 없는 헌법적 권리”(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라는 반응이 정곡을 찌른다.

선관위 설명처럼 작년 4·7 재·보궐선거에서도 시행한 확진자 투표 방식이었다면, 소쿠리나 쇼핑백이 아니라 선관위 로고가 찍힌 공식성을 갖춘 수거함을 제작했으면 이처럼 유권자들이 분노하진 않았을 것이다. 9일 본투표일처럼 확진자 투표 시간대를 분리하면 막을 수 있었던 일이기도 했다.

이미 특정 후보에 기표한 투표용지가 서울과 부산에서 발견된 것도 어이없다. 선관위는 “관리인이 수거해 투표함에 안 넣고 남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다. 이러고도 국민에게 믿어달라 할 수 있나. 코로나 재택치료자만 112만 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더욱 세밀한 투표관리 매뉴얼이 필요했는데, 현실은 정반대였다. 투표함에 못 넣는다는 사전홍보도 없었다. 안이한 선거관리 행정은 결과적으로 부정선거 의혹을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니 시민단체가 사태 책임을 물어 선관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하기까지 한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본투표일엔 국민이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미 사전투표에 전체 유권자의 36.9%가 참여했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이지만, 더 이상 부정선거 논란이 없도록 선거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2020년 부정선거 시비로 국민이 사분오열한 4·15 총선의 혼란이 재연돼선 안 된다. 선관위는 조해주 전 상임위원 연임 문제에 2900여 전 직원이 한목소리로 반대해 공정 선거관리 사명을 일깨운 자부심을 상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