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대기줄에 발길 돌리기도…처음 투표 10대와 훈련병들도 한표 행사
경북 울진·강원 삼척 등 산불 피해지역 일부에서는 선거유세 중단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이튿날인 5일 전국 투표소에는 휴일을 맞아 가족이나 연인 등과 함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나들이 전 각자가 지지하는 후보자를 위해 일찌감치 투표에 나선 사람들이 몰려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일부 유권자는 투표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이틀째 산불이 확산 중인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영월·강릉 등 일부 피해지역에선 각 정당의 선거 유세가 중단된 가운데 사전투표가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사전투표] 가족·연인과 나들이 전 한표…전국 투표소 이틀째 북적
◇ 휴일 맞아 외출한 가족·연인들 투표소로 향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 중인 호남지역은 이날 오후 1시 이미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한 사전투표 열기를 반영하듯 투표소 곳곳에 투표자들이 몰리며 긴 줄이 늘어섰다.

산책 나온 시민부터 나들이를 떠나기 전 투표하러 온 가족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투표소를 찾았다.

이들은 투표안내원의 안내를 받아 관내·관외 투표자로 분류돼 투표용지를 받아들었다.

연인과 함께 온 김모(28) 씨는 "데이트를 하려고 여자친구와 만났는데 마침 근처에 사전투표소가 있다고 해 함께 왔다"며 "이것도 하나의 추억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사전투표] 가족·연인과 나들이 전 한표…전국 투표소 이틀째 북적
평일이었던 사전투표 첫날인 4일과 달리 휴일인 이날은 아이의 손을 잡고 투표장으로 온 가족의 모습도 보였다.

사전투표소가 마련된 전북도청 4층 대회의실에선 한 남성이 품에 안은 아이가 울자 복도 한쪽으로 자리를 옮겨 아이를 급히 달래기도 했다.

아이와 함께 투표소에 다녀온 A(42) 씨는 "아들이 투표장에 가고 싶다고 해 오전에 일찍 투표하고 왔다"며 "고민이 많았지만, 조금이나마 우리 지역에 발전을 가져올 후보에게 신중하게 한 표를 행사했다"고 말했다.

주말을 맞아 운동을 마치고 함께 투표하러 온 동호인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2동 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에서 최모(51) 씨는 "아침에 이웃들과 함께 테니스를 쳤는데 투표 안 한 사람들은 투표하고 같이 점심 먹으러 가자고 해서 사전투표를 했다"며 "회원들 사이에서도 지지 후보가 엇비슷하게 나뉘는 걸 보니 이번 선거가 박빙 승부인 게 맞는 거 같다"고 말했다.

[사전투표] 가족·연인과 나들이 전 한표…전국 투표소 이틀째 북적
제주도에선 관광객들이 제주국제공항과 가까운 의원회관 대회의실 등의 투표소나 관광지 주변 사전투표장을 찾았다.

국토 최남단 마라도 주민들도 전날에 이어 이날 여객선을 타고 제주도 본섬으로 나와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마라도에는 투표소가 따로 마련되지 않아 선거 당일 날씨가 좋지 않을 경우 여객선이 운항하지 않으면서 투표 참여가 어렵기 때문에 사전투표에 나서고 있다.

사전투표에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투표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대선 당일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있었다.

강원 춘천시 후평동에 사는 40대 주민은 "점심을 먹고 사전 투표를 하려 했으나 워낙 줄이 긴 것을 보고 되돌아왔다"며 "9일 본투표 때 한 표를 행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전투표] 가족·연인과 나들이 전 한표…전국 투표소 이틀째 북적
◇ 생애 처음 투표한 10대부터 훈령병까지…"미래를 위한 선택"
생애 첫 투표를 하게 된 10대들은 벅찬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대구 북구 고성동 행정복지센터에서 투표한 이지현(18) 씨는 "대통령을 뽑는다는 게 왠지 모르게 큰일을 하는 것 같다"며 "제 한 표가 큰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충북 청주 율량사천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오모(19) 군은 "공약을 꼼꼼히 살피고 왔다"고 밝힌 뒤 "주말이라 쉬고 싶었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이라 생각하고 투표했다"며 웃음을 보였다.

충남 논산 육군 훈련소에선 이른 아침부터 오와 열을 맞춰 연무읍 연무문화체육관 사전투표소에 들어선 훈련병들은 손 소독과 발열 체크, 신분증 검사를 마치고 기표소에 들어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이곳에선 이틀에 걸쳐 1만1천900여명의 훈련병이 사전투표에 참여한다.

[사전투표] 가족·연인과 나들이 전 한표…전국 투표소 이틀째 북적
코로나19 경증 환자들이 입소해 있는 보은군 장안면의 병무청 사회복무연수센터(생활치료센터)에서도 사전투표가 진행됐다.

이곳은 의료진 등 지원인력과 입소자를 위한 특별사전투표소가 설치된 곳이다.

◇ 산불 피해지역 사전투표소에도 발길…규모는 줄어
지난 4일 경북 울진에서 난 산불이 강원 삼척으로 번지고, 영월과 강릉, 동해에서도 잇따라 발생하자 강원도 내 각 정당은 피해지역에서의 선거 유세를 중단했다.

일부 유권자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산불 상황 속에서도 투표소로 힘겨운 발걸음을 옮겼다.

[사전투표] 가족·연인과 나들이 전 한표…전국 투표소 이틀째 북적
대형산불이 발생한 강릉 옥계면 크리스탈밸리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는 이날도 사전투표를 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산불 영향으로 첫날보다는 절반 정도로 크게 줄었다.

강릉 산불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사전투표를 하려고 했는데 어젯밤에 마을 인근에서 불이 나고 산 가까이에 집이 있어 산불 추이를 지켜봐야 해 투표는 선거일에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전투표는 4∼5일 전국 3천552개 투표소에서 진행된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전국 투표율은 30.74%로 집계됐으며, 이는 사전투표가 전국 단위 선거에 처음 적용된 2014년 이후 투표율이 높았던 2020년 총선의 최종치 26.69%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유형재 김근주 천정인 김선호 나보배 고성식 박재천 이재현 강종구 황대일 박세진 유의주 이영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