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물가를 통제하는 것이다.” 지난 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정연설에서 한 말이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 유가는 11년 만에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다. 월가에서는 오는 10일 발표하는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월 상승분(전년 동월 대비 7.5%)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투자 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표적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인 원자재와 리츠(REITs)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개별 종목에 투자할 때는 시장 지배력이 높고 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기업을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원자재·리츠로 인플레 헤지

원자재·리츠·반도체…든든한 '인플레 파이터'
한국경제신문은 3일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4대 증권사를 통해 현 시점에 주목해야 할 종목과 펀드를 추천받았다. 네 개 증권사 중 세 곳이 원자재 관련 종목과 펀드를 추천 리스트에 올렸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과거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주요 자산군 가운데 원자재만 실질수익률이 플러스(+)를 기록했다. 실질수익률은 명목수익률에서 인플레이션율을 뺀 값이다. 원자재 유형별로는 에너지, 산업금속, 귀금속, 농산물 순으로 수익률이 높았다.

미래에셋증권은 미국의 앨버말(티커명 ALB)과 글래드스톤(LAND)을 추천 종목으로 꼽았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앨버말은 리튬 가격 강세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며 “글래드스톤은 미국 농지를 많이 보유한 리츠 기업으로 농산물 가격과 농지 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세계 원자재 생산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TIGER 글로벌자원생산기업’을 추천했다.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리츠와 배당주도 유망한 투자처로 꼽혔다. 리츠는 실물 자산(부동산)을 기초로 하고 물가 상승분을 임대료에 전가할 수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국면에 유리하다. 삼성증권은 추천 펀드 2개를 ‘삼성배당주장기펀드’와 ‘이지스고배당리츠플러스부동산투자펀드’로 채웠다. 미래에셋증권은 미국의 대표 리츠 ETF인 ‘뱅가드 리얼이스테이트(VNQ)를 추천했다.

반도체·IT 유망

주식은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자재를 수입한 뒤 가공해 수출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시장 지배력과 가격 전가력이 높은 기업을 눈여겨볼 만하다는 조언이다. 네 개 증권사 중 세 곳이 삼성전자를 추천 종목으로 꼽았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률이 작년 18.5%에서 올해 18.8%, 내년에는 20.3%로 올라갈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이익 모멘텀이 유지되고 마진율이 높은 정보기술(IT) 업종이 유리하다”며 유망 ETF로 ‘TIGER 200 IT’를 제시했다.

인플레에 투자하는 ETF 출시 줄이어

인플레이션 국면에 투자하는 ETF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증시에 상장한 ‘AXS 아스토리아 인플레이션 센서티브(PPI)’는 에너지, 원자재, 농산물 기업 등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티커명도 생산자물가지수(PPI)와 동일하다.

뛰는 밥상 물가에서 투자 기회를 찾은 상품도 있다. 미국 ETF 전문 운용사 디렉시온은 커피, 오렌지주스, 돼지고기, 밀의 선물지수를 따르는 ‘디렉시온 조식 상품전략 ETF’ 출시를 준비 중이다. 요동치는 해상·항공 운임에 투자하는 ETF도 있다. 올 1월 상장한 ‘US 글로벌 시 투 스카이 카고(SEA)’의 기초지수는 해운회사를 70%, 항공 화물선을 30% 비중으로 담는다.

서형교/구은서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