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운전기사에 대한 포괄임금제 약정이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7월 금호고속 사건에 이어 대법원이 버스회사의 포괄임금제를 유효하다고 인정한 사례다. 다만 노사 간 포괄임금제 약정을 체결한 경우라도, 일부 수당에 대해서 별도의 산정 방식이 존재하는 경우 포괄임금제가 성립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도 함께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재형)는 지난 2월11일 삼화고속 소속 근로자들이 삼화고속을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이같이 판단하고 원심을 일부 파기환송했다(2017다238004).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민주버스본부 삼화고속지회는 삼화고속과 체결한 2011년도 임금협정에서 “임금내역은 운송업의 특수한 근무내용·근무형태·근무시간을 감안해 법정 제수당을 포함한 포괄역산 방식의 체계로 정한다"며 "노선수당은 근무실적에 따라 발생하는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포괄한 수당이며, 노선수당을 지급함에 있어서 실제 근로시간과의 차이에 대해서는 노사 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한다”라는 내용의 약정을 체결했다. 즉 노선수당 안에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포함해서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를 채택한 것이다.

포괄임금제란 근로형태나 업무의 성질상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이 불규칙하거나 노동자가 재량을 가지고 근로시간 등을 결정할 수 있어 근로시간 측정이 곤란한 경우나 근로시간 측정이 가능하더라도 근로형태상 연장·야간근로 등이 당연히 포함돼 있는 경우(예컨대 현장공사 여건에 따라 근로시간이 달라지는 염전회사 직원, 근로시간이 일정치 않은 운전기사, 아파트의 경비 등) 수당을 근로시간에 따라 계산하지 않고 일정 금액으로 지급하는 임금체계를 말한다.

노사는 승무직 근로자가 월 18일 만근했을 경우 월 76시간의 연장근로, 월 40시간의 야간근로에 상응하는 정액 협정노선수당을 정했다. 그리고 월간 운행실적에 따라 산출된 노선수당이 협정노선수당에 미달하는 경우에도 협정노선수당을 최저지급액으로 지급했고, 반대로 산출된 노선수당이 협정노선수당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초과분에 대해 40%를 증액 지급하도록 했다.

하지만 근로자들은 이런 협약에도 불구하고 포괄임금제가 성립됐다고 볼 수 없다며 통상임금을 다시 계산하고 수당을 추가로 지급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은 "노선수당은 시간급 개념을 출발점으로 해서 일정한 연장·야간근로시간에 시간급을 곱하는 방법으로 산정됐다"며 포괄임금약정이 성립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연장·야간근로 수당에 대해서는 포괄임금제가 성립됐다고 판단하고 원심을 일부 파기했다.

대법원은 "2011년도 임금협정에 따라 피고가 연장·야간근로수당 명목으로 지급하는 돈은 실제 연장근로시간이나 야간근로시간의 수와 상관없이 운행실적에 따라 산출된 노선수당을 미리 합의한 비율대로 나누어 역산하는 방식으로 결정될 뿐"이라며 "여기에 회사가 운영하는 버스운송사업의 특수한 근무내용, 근무형태, 근무시간 등을 함께 고려하면 2011년도 임금협정은 연장근로수당과 야간근로수당에 관한 포괄임금제 약정을 포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휴일근로수당에서도 포괄임금제가 성립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인강여객 포괄임금제 사건(2015다233579)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비록 근로형태나 업무 성격상 연장·야간·휴일근로가 당연히 예상된다고 해도 기본급과 별도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을 세부항목으로 나눠 지급하도록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포괄임금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휴일근로수당은 2011년도 임금협정에 따라 노선수당과 별도로 지급됐다"며 포괄임금제 약정이 성립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포괄임금제가 성립된 노선근로수당과 구분되는 별도 휴일근로수당 산정 방식이 있기 때문에 휴일근로수당에 대해서는 포괄임금제가 성립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대법원은 이를 바탕으로 "원심의 판단에는 포괄임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하고 원심을 일부 파기한 후 인천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