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믿을 수 없는 푸틴, 더 무서운 파월…S&P500 -10%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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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가 프레지던트데이로 휴장을 했던 21일 오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평화유지를 명분으로 러시아군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예상대로 중국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자 바로 침공한 것입니다. 긴장감이 크게 높아지며 다우 선물 지수가 한때 500포인트 넘게 하락하고 나스닥 선물은 3% 육박하는 수준까지 내리기도 했습니다. 또 유가는 폭등해 브렌트유가 한때 배럴당 99.5달러까지 치솟았고 니켈 팔라듐 등 러시아가 주로 수출하는 비철금속 가격도 급등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새벽 4시가 넘자 지수 선물은 하락 폭을 급격히 줄였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블로디미르 젤린스키 대통령이 러시아를 규탄하면서도 "러시아 연방은 실제 2014년부터 친러 반군 지역에 주둔하고 있던 자국 병사의 존재를 합법화한 것"이라며 "우리는 평화를 원하며, 정치적·외교적 해결을 지지한다"라고 밝힌 데 따른 겁니다. 푸틴 대통령도 러시아 과거 영토를 모두 수복하는 계획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가 일부 동부 지역만 병합하고 물러난다면 커다란 충돌로 번지지 않을 수 있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미국과 유럽은 제재를 발표하겠지만 밝혔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수위도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러시아가 국지적 침범할 때는 좀 더 제한적 규모의 제재를 할 수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바이털날리지의 애덤 크라사펄리 설립자는 이날 새벽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나온 건 우려했던 것보다 더 나은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은 지난 몇 년 동안 매우 자치적으로 움직였고, 러시아는 이미 그 지역에 존재했었다. 그래서 푸틴이 어제 발표한 것은 단지 기술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그 지역의 현실은 바뀌는 게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돈바스 지역은 실질적인 러시아 지배 지역이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는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에 대해 군사적으로 반격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바이털 날리지는 "푸틴이 돈바스를 넘어 움직이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이 주식이 하락 폭을 대폭 줄인 이유"라면서 "이렇게 사태가 진전된다면 몇 주간 축적된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러시아와 미국, 나토 등이 출구로 빠져나갈 수 있는 램프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이는 위기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지만, 분명한 건 앞으로 며칠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공중에 떠 있는 것이 많이 있다"라며 "24일 블링큰 국무장관이 러시아의 라브로프 장관과 회담을 가진다면 매우 흥미로울 것이며, 분명히 외교적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4~0.9% 수준의 내림세로 출발했습니다. 급락했던 지난 밤에 비해선 훨씬 나았죠. 그리고 곧 상승 반전했습니다. 하지만 오전 10시 30분쯤 시장은 급격히 흘러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모든 조짐은 러시아가 전면적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을 계속해서 세우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더 많은 병력이 병영에서 나와 전투대형을 이루고 공격할 준비가 돼 있는 것을 보고 있다"라며 "지난밤 러시아의 추가 병력이 돈바스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백악관의 존 파이너 국가안보부보좌관은 이날 CNN에 출연, 러시아가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군대를 파병한 것에 대해 "우리는 이것을 침공의 시작으로 본다"라며 "침공은 침공이고, 그것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파병을 강력히 규탄하면서도 '침공(invasion)'으로 규정하는지에 대해 다소 모호한 태도를 보였던 데서 달라진 것입니다.
시장은 하락 폭을 키웠습니다. 다우와 나스닥은 한때 2% 넘게 내렸습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변곡점은 오후 2시 20분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대에 서면서 만들어졌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됐다"라며 제재를 발표했습니다. 네 가지입니다. △러시아 국책은행인 대외경제은행(VEB), 군사은행(Promsvyazbank) 등 두 곳과의 거래 금지 △러시아 지도층과 그 가족에 대한 제재 △러시아의 국가 채무에 대한 포괄적 제재 △독일과 협조해 노드스트림2 중단 등입니다. 바이든은 "러시아가 추가 침공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시간이 남아있다. 우리는 러시아와 싸울 생각이 없다. 미국과 유럽 동맹국은 여전히 외교적 해결을 희망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든의 연설이 진행되자, 시장은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락 폭을 대폭 줄였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제재는 애초 예상했던 것만큼 가혹하지 않았고, 여전히 외교 노력을 기울이겠다는데 대해 투자자들은 희망을 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금융 제재 대상에서 대형 상업 은행들이 빠졌고 △국제금융결제망(SWIFT) 퇴출 관련 언급도 없었으며 △에너지 관련 제재도 노스스트림2 이외에는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시작된 뒤 30% 이상 급락한 러시아 증시 선물도 직후 6%까지 급등했습니다. 또 러시아 루블화도 가치가 높아졌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날 제재는 첫 번째였는데, 예상보다는 수위가 낮았다. 러시아가 침공을 가속화한다면 제제 수위를 높일텐데, 사실 유럽의 에너지 공급을 막거나 SWIFT에서 러시아 은행들을 제외하지 못하는 한 얼마나 제재가 실효성이 있을 지 의문이 있다. 게다가 러시아가 에너지 관련 제재를 받아도 중국이 러시아 에너지를 다 구매하면 별 효과가 없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든의 연설로 촉발된 반등세는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예비군 소집령이 내려졌다는 뉴스가 나오고, 미국이 동유럽에 F-35 전투기와 아파치 공격 헬기를 추가로 배치하기로 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하자 오후 3시 5분께 매도세가 쏟아졌습니다. 결국, 다우는 1.42%, S&P500 지수는 1.02%, 나스닥은 1.23% 하락한 채 마감됐습니다.
BCA리서치는 "과거 지정학적 이벤트가 비교적 단기적 영향만을 미쳤고, S&P500 지수의 올해 하락 폭이 지정학적 위기 때 평균 하락폭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금융 시장에는 여전히 더 많은 위험이 남아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BCA리서치는 전쟁 가능성을 여전히 75%, 외교로 해결될 가능성을 25%로 책정하고 있습니다. BCA측은 "결론적으로 러시아의 군사 행동과 서방의 보복적 제재의 전체 규모를 알 때까지 방어적으로 투자하라는 권고를 유지한다"라며 "이렇게 방어적이어야할 이유는 두 가지가 더 있는데, 미 중앙은행(Fed)의 임박한 금리 인상과 중국의 경기 침체"라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긍정적 뷰를 제시했던 UBS는 이날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진입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위기 고조가 서방의 심각한 제재를 촉발하고 유럽으로의 에너지 흐름을 위협할 수 있는 전면적 갈등으로는 아직 기울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현 상황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최종 결론을 내리기엔 너무 이르며, 최악의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더 큰 규모의 전쟁 및 러시아 에너지 수출의 장기 중단 등이 여전히 꼬리 위험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워낙 불확실성이 높다보니 골드만삭스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적인 위기로 번질 경우 S&P500이 6.2% 하락하고, 사태가 진정된다면 5.6%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나스닥의 경우 9.6% 하락하거나, 8.6% 상승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월가에서 가장 공격적 매수를 권해온 JP모건의 두브라코 라코스-부자스 전략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긴장이 미국 기업의 이익에 영향을 미칠 위험이 낮다"라고 긍정적 시각을 유지하면서도 "단기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조심스런 의견을 밝혔습니다. 그도 역시 "긴축적 통화정책은 여전히 주식의 핵심 위험으로 남아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JP모건은 지난 주말 Fed가 내년 초까지 앞으로 아홉 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릴 때마다 연속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전망을 바꿨습니다.
마침 전날 Fed의 미셸 보우먼 이사는 3월 50bp(1bp=0.01%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살려놓았습니다. 다음 3월 중앙은행 회의에서 0.5% 포인트 금리 인상이 필요한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향후 3주 동안 들어오는 경제 데이터를 평가할 것이라고 밝힌 겁니다.
만약 우크라이나 긴장이 지속되고 각종 제재로 인해 경제가 움추러드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에 쫓기는 Fed가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이어진다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커질 겁니다.
콘퍼런스보드의 2월 소비자신뢰지수도 110.5를 기록해 전월 111.1보다 낮아졌습니다. IHS마킷이 발표한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계절조정)는 57.5로 전월치인 55.5를 상회했지만, 세부 지수 중 인플레이션 압력은 역대 최고로 나타났습니다. IHS 마킷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성장세와 수요가 회복되는 동시에 물가 압력이 가중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Fed의 더 공격적 긴축에 대한 우려를 더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채권 금리는 전날 전쟁 긴장 고조 속에 급락했다가 다시 소폭 상승하며 마감했습니다. 이날 새벽까지 연 1.8%대 중반에서 거래되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오후 4시 1.934%로 1bp 상승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Fed의 금리 인상 기대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겹치면서 채권 시장에도 변동성이 커졌습니다. 월가의 한 채권 트레이더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이어지는 한 당분간은 연 2% 아래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라면서 "3월 금리 인상 시점이 다가오면 다시 상승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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