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폐막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들이 물러나고 새 별이 그 자리를 채우는 세대교체가 곳곳에서 확인됐다.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36·미국)는 이번 대회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4위로 현역 무대를 마감했다. 화이트는 스노보드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2006년 토리노대회, 2010년 밴쿠버대회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고 2018년 평창대회에서 정상을 탈환하며 올림픽에서만 3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은퇴 무대로 삼은 이번 올림픽에서 그는 4위에 그쳐 메달을 추가하지 못했다. 대신 그를 보며 꿈을 키운 ‘화이트 키즈’ 히라노 아유무(24·일본)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피겨 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는 일본의 ‘신성’ 가기야마 유마(19)가 떠올랐다. 가기야마는 남자 피겨 최고 스타인 하뉴 유즈루(28), 우노 쇼마(25·이상 일본)의 그늘에 가려 있었지만, 이번 대회에서 부진한 하뉴(4위)는 물론 우노(동메달)까지 넘고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차준환(21)도 이번 올림픽에서 5위를 기록하며 남자 싱글 차세대 주자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인재풀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번에 메달을 딴 최민정(24), 황대헌(23), 차민규(29), 정재원(21), 김민석(23), 이승훈(34)은 모두 2018년 평창대회 메달리스트다. 쇼트트랙 남녀 계주에 참가한 일부 선수를 제외하면 개인 종목에서는 새로운 메달리스트를 단 한 명도 발굴하지 못했다.

메달 획득 종목이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에 편중된 점도 짚어야 할 대목이다. 피겨스케이팅에서 남자 싱글 차준환(21)이 한국 남자 선수로는 역대 올림픽 최고 순위인 5위를 차지했고, 여자 싱글 유영(18)과 김예림(19)도 각각 6위와 9위를 기록하는 등 남녀 모두 톱10에 드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설상, 썰매, 컬링 등은 메달권에서 멀어졌다.

평창 대회를 앞두고 반짝 집중됐던 적극적인 지원과 육성 움직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종목별 연맹들이 평창 대회 이후 공과를 놓고 내부 권력 싸움을 벌이며 선수 육성은 관심 밖으로 미뤄졌다. 외국인 지도자 영입 등 평창 대회 당시 추진했던 많은 지원책도 일회성으로 끝났고 선수들의 세대교체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체육계 안팎에서 4년 뒤 밀라노 동계올림픽을 위해 지금부터 폭넓게 선수를 발굴하고 내실을 다지는 데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