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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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 내지 않는 아들 딸이 돼드리자.”

토스가 모바일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50세 이상 장년층과 고령층을 위한 ‘시니어 서비스’를 선보인다. 스마트폰 활용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고령층은 금융자산이 많고 금융에 관심이 높아도 앱을 다루는 데 서툴러 원하는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복잡한 메뉴, 알아보기 어려운 글씨 사이에서 헤매다 못해 자녀에게 ‘어떻게 쓰는 거냐’고 물었다가 짜증 섞인 말만 들어본 경험도 적지 않다.

이승건 토스 대표는 “50세 이상의 사용자가 접속하면 모든 앱 구성이 시니어 맞춤형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며 “자녀가 부모에게 앱 이용법을 알려주다가 짜증 내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금융사들이 디지털 금융 바람에서 소외됐던 시니어 고객 모시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고령층의 온라인 금융 거래는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지만 여전히 이체·출금 같은 단순 서비스에 머물러 있다. 은퇴 후 자산설계나 연금 관리 등 정작 시니어의 관심이 큰 서비스는 아직 문턱이 높다. 지난해 정년퇴직한 이모씨(61)는 “맞춤형 자산 관리를 앱으로 받아볼 수 있다는데 지금 쓰는 주거래 은행 앱은 메뉴가 너무 복잡해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며 “이체만 겨우 한다”고 말했다.
"MZ만? 5060도 미래고객"…토스, 전용 앱 선보인다

앱 화면부터 ‘시니어 특화’

토스는 이 틈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토스가 올 상반기 시니어 전용 서비스를 도입하면 50세 이상 사용자가 접속했을 때 토스 앱 화면이 젊은 층과 다르게 나타나게 된다. 잡다한 서비스 대신 시니어가 주로 쓰는 인기 서비스를 우선 보여주고 새롭게 연금·자산 관리, 건강 같은 특화 콘텐츠가 전진 배치될 전망이다.

토스의 타깃은 디지털 문외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모바일로 ‘돈 거래’를 하는 데는 소극적인 5060세대다. 현재 토스 이용자 가운데 50대 이상은 24%로 2030세대(48%)의 절반에 그친다. 이들에게 쉽고 안전한 모바일 금융 경험을 안겨주겠다는 목표다. 토스는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55세 이상 시니어 컨설턴트를 채용해 서비스는 물론 디자인, 사용자 흐름, 표현 등 세세한 부분까지 의견을 받아 반영했다.

“시니어 고객 확보 경쟁 치열해질 것”

다른 시중은행과 카드사들도 시니어 맞춤형 디지털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은 급격한 점포 폐쇄와 맞물려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이 깊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앱 메인 화면을 시니어 고객이 쓰기 편한 구성(‘이지 타입’)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조회·이체와 금융일정 알림 기능만 메인에 배치해 알아보기 쉬워졌고, 금융일정을 누르면 바로 필요한 업무로 연결된다. 국민·신한은행은 고령층이 주로 쓰는 기능만 큰 글씨로 담은 미니 뱅킹 앱을 별도로 운영 중이다.

신한카드 앱도 고령자를 위해 글자와 아이콘 크기를 키우고 주로 쓰는 서비스 위주로 구성을 단순화한 ‘이지모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지모드 도입 후 65세 이상 앱 이용자 수는 30%(3만2000명) 늘었다. 정기 소득이 없는 60대 이상 맞춤형 신용평가(CB) 모형을 개발해 카드 한도 설정이나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심사에 활용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한 핀테크 기업 관계자는 “자산이 많은 5060을 ‘액티브 유저’로 확보하면 수익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며 “시니어 세대로 고객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혁/빈난새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