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이 빠르게 늘고 있다. 삼성과 롯데, 신세계 등 우량 등급 대기업 계열사들이 연 3% 안팎의 금리로 자금 조달에 나섰고, 비우량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이자는 연 9%에 육박하고 있다. 둘 다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리 상승 속도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그동안 저금리로 버텨온 한계기업들은 자금난에 내몰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 자금조달 금리 1년새 3배 뛰었다
채권평가회사들에 따르면 국내 우량 회사채(신용등급 AA급 이상)의 평균 이자비용은 9일 2.8% 수준으로 8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1년 전(1.3% 수준)과 비교하면 세 배 가까이 높다. 기관투자가들이 시장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을 우려해 투자를 꺼리는 데 따른 영향이다. 당장 대기업은 1년 전보다 두세 배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야 할 상황이다. 신세계(AA)는 이날 연 2.96% 금리로 3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했다. 2012년 수요예측 제도 시행 이후 신세계가 발행한 3년물 가운데 가장 비싼 이자비용을 물게 됐다. 작년 1월 발행 당시 금리(연 1.21%)와 비교하면 2.4배 높다.

롯데그룹의 중간지주회사 성격인 호텔롯데(AA-)도 지난 7일 3년 만기 회사채를 연 3.25% 금리로 발행했다. 10대 그룹 우량 계열사 3년물의 연 3%대 발행은 8년 만이다. 이 회사의 1년 전 발행금리는 연 1.46%였다. 삼성증권도 8일 수요예측 시행 이후 최고인 연 2.94%에 3년물을 찍었다.

금융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발행을 연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 시가총액 1위 건설사인 현대건설은 금리 인상에 HDC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붕괴 사고 등이 겹치자 이달 계획한 자금 조달을 다음달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한 증권사 회사채 발행담당 임원은 “기관들이 금리 급등 구간에서 회사채를 샀다가 곧바로 손실을 인식할까 봐 우량기업 투자까지 보류하고 있다”며 “취약업종 비우량 기업은 자금 조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