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시대, 사람과 사람의 거리는 멀어지고 우리가 머무는 공간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까. 서울시청 서소문2청사에서 서울의 도시 디자인을 책임지는 강병근 서울총괄건축가를 만났다.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꿈꾸고 있는 서울의 미래와 건축 철학에 대해 들려줬다.
지난 달 20일 서울시청 서소문2청사 집무실에서 만난 강병근 서울총괄건축가


서울총괄건축가로 활동하고 계신다. 서울은 어떤 특색을 가진 도시인가?

"서울은 지구촌에서 유례 없는 도시다. 그렇게 표현하는 건 600년 전에 더구나 외부와 어떤 교류가 없는 조선 시대에 지금 봐도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는 10만이라고 하는 상주 인구를 염두에 둔 계획 도시이면서, 지금은 급팽창해 인구가 천만이 넘는 도시이기도 하다. 30년 겨우 남짓한 사이에 지구촌에서 메가시티 수준으로 성장한 이런 도시는 없다. 또 특이한 것을 더 꼽으라고 하면 도시 내에 국립공원이 있는 도시는 있어도 지구촌 어디에도 그런 수도는 없다. 서울엔 내사산이라고 하는 한양도성에 네 개의 산이 있고 외곽을 둘러싼 외사산이라고 하는 네 개의 큰 산이 둘러싸고 있는데 거기서 흘러내리는 개천의 길이는 339㎞, 서울 내 한강만 41.5㎞에 달한다. 도시 안에 그 정도의 물길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세계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유례를 찾기가 힘든 정말 특이한 그런 도시, 그게 우리의 서울이고 우리의 수도다."

서울을 어떤 모습의 도시로 만들고 싶은가? 추구하는 방향 혹은 철학이 있다면?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름다운 감성 도시 만들고 싶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너무 급팽창하다 보니까 우리 서울은 어떻게 보면 양적 팽창 또 그런 수요에 대한 경제적 성장만 감당하다 보니까 감성이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상실될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케이팝이 지금 세계적인 리더가 된 것처럼 한국민 만큼 감성이 풍부한 민족도 사실은 찾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렇다고 하면 우리 도시 자체 감성을 불어넣는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충분히 리드할 수 있는 수도로 만들 수 있다는 차원에서 감성 도시를 만들고 싶다는 거다. 그냥 길을 걷는 것이 단순하게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이 들어가게 되면 경험이 된다. 꼭 정해진 어디가 아니라 서울 어디를 걷더라도 '아 이런 것도 여기에 있네. 저것도 가슴에 와닿네' 이렇게 하면서 계속 경험이 이어지게 하고 또 머무르는 곳에서는 단순하게 쉬는 것이 아니라 '아 정말 여기에서는 내가 그 동안 전혀 찾지 못했던 시간의 향기가 여기에서 묻어나네' 이렇게 느낄 수 있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아파트에서 요새 빗소리, 물소리, 새소리, 바람 소리를 듣기가 굉장히 어렵다. 이것을 시간의 향기라고 한다고 하면 그런 향기 때문에라도 그 자리에 뭔가를 좀 깊이 생각하면서 머무를 수 있는,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감성 도시의 현실이 될 거고 또 그 출발이 될 거라 생각한다."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변은 어떤 공간으로 바꿔나갈 계획인가?

"한강 자체는 서울을 관통하는 길이만 해도 41.5㎞니까 마라톤 풀코스에 버금간다. 그런데 이게 한 쪽 길이만 그 정도니까 양 쪽을 다 한다고 하면 굉장한 길이다. 한강은 바다와 합류하고 있기 때문에 본류고 거기에 지천이라고 하는 하천이 국가 하천만 해도 네 개나 있다. 남쪽에서 두 개 북쪽에서 두 개, 거기서 옛날 한양도성의 거의 본류에 가까운 수준의 지천이 중랑천이고 지천의 지천으로 나간 게 청계천이다. 우리가 청계천 하나만 복원을 해가지고도 얼마나 풍요롭게 도시의 삶이 바뀌었나. 한강도 도시공간의 중심이 돼야 한다 해서 도시공간 구조 자체를 수변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하자는 것이다. 이게 구호가 아니고 하나의 어떤 프로젝트나 슬로건이 아니라 향후에 지속 가능하도록 이것을 제도적으로 시스템으로 한 번 구조를 바꿔보자 해가지고 '2040 도시기본계획'에 한강이 도시 공간의 중심 공간으로 되도록 재편을 할 것이다. 그러면 서울은 천만명의 중심 도시를 넘어 글로벌 수도로서 중심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출발을 했으면 하느냐 하면 실개천에서부터 출발하자. 다시 표현하면 큰 도시에서 먼저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작은 마을 단위에서 출발을 해서 이걸 수변 중심으로 도시 공간 구조를 재편을 하게 되면 그게 균형 발전이고 시민들의 삶의 질 그 자체를 근본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 시민의 삶의 질이 향상된다는 건 우리 도시의 품격 자체를 끌어 올리는 것이고 이로 인해 서울의 도시 글로벌 경쟁력이 올라간다고 하면 외형적인 화려함보다 더 실리적이기도 하고 가치 있고 지속 가능한 거라고 생각해서 그 방향으로 도시공간 구조를 개편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강의 스카이라인에 대해서도 의견을 듣고 싶다. 현재 한강변 아파트 35층 규제로 묶여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단 원칙은 정했다. 서울 전체 도시 기본 계획상으로 35층이라고 하는 것은 한강에 한정된 얘기는 아니다. 공동주택인 경우 35층을 최고 높이로 정했었는데 그 변화는 옛날 5층을 했다가 10층을 했다가 35층까지 올라온 거다. 그런데 이렇게 정량화해서 해 보니 한계가 있더라. 왜냐하면 15층에서 25층 올릴 때만 해도 천편일률적인 높이의 스카이라인에서 10층이나 늘어나니까 당연히 높낮이의 변형을 가지고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이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안 되고 최고 층수를 정해줄 때마다 그 층수에 따라 그냥 다 올라갔다. 그래서 정량화로는 이걸 35층을 다시 몇 층 더 올려준다고 해서 도시가 아름답게 변하는 건 아니니까 정량화가 아닌 정성화를 하자, 정성화를 한다는 건 똑같은 높이를 정해놓고 얘기하지 말고 주변 환경에 따라가지고 유연하게 그 높이를 조정을 해주자 하는 쪽으로 정책의 방향을 일단은 바꿨다. 그러면 어떤 기준으로 누구에 의해서 그 유연성을 보장할 것이냐 하는 것에 대한 것은 2040 계획이 곧 발표되면 거기에 포함될 거다. 한 쪽에서는 아름답다고 해도 주변을 위해서는 피해일 수도 있다. 그게 일조 관계일 수도 있고 또 시야 확보 관계일 수도 있고 심지어는 바람길 같은 이런 기후 관계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 것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서 여러 분야의 수권소위원회를 만들고 거기에서 이런 경우에는 여기까지 유연성을 부여하자 하는 것으로 결정을 하면 지금과는 다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개발과 재생, 서울시 정비사업의 가장 큰 이슈다. 두 가지의 충돌을 어떻게 풀어나가야할까?

"일단은 도시라는 것 자체가 여러 개체들이 유기적으로 엮여 있는 유기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경우라도 도시에는 극단적인 한 꼭지점만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상당한 오해가 지금 우리 시민들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유감스럽게도 전문가들도 있는 것 같다. 그게 뭐냐 하면 개발은 무조건 싹 밀어가지고 새로 만드는 거고 재생이라고 하는 건 그런 행위 없는 단순한 보전이라는 오해인데 그건 너무 극단적인 생각이다. 사실 개발이라는 말은 그냥 표현 그대로 하면 허허벌판에다 신도시 만들 때 하는 게 개발이다. 그런데 우리 도시 내에서는 개발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대부분 재개발이라고 한다. 재개발을 할 때 시간과 장소에 대한 기억과 흔적들, 이런 것들을 완전히 다 흔적 없이 제거한다고 하면 그건 재개발이 아니고 어떻게 보면 개발에 가까운 거다. 그렇게 된다고 하면은 거기에 뿌리 내리고 있는 다양한 도시 생태계와 사람들의 삶이 있고 거기에 일터가 있고 여러 가지 역사나 문화적인 어떤 그 뿌리나 흔적들 그게 장소이고 시간인데 이런 것들이 깨끗하게 소멸되는 수준으로 간다고 하는 데 대한 반감이 생긴다. 그래서 재생이라고 하면 무조건 그런 가치들을 더 우선하기 위해서 아무것도 손대면 안 돼, 그러다 보니까 재생하면 이건 보존 이렇게 생각하는데 사실은 두 개 다 공존이 가능하고 공존해야 되는 거다. 왜냐하면 재개발이 됐든 재생이 됐던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건 어떻게 가치를 상승시켜줄 수 있느냐 하는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하는 행위일 뿐이지 거기에서 무게 추가 너무 여기는 낙후되었으니 개발 수준에 가까운 쪽으로 훨씬 더 많은 미래를 더 우선적으로 좀 집어넣자 하는 쪽에 가면 재개발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거고 그걸 조금 더 억제하고 이런 가치는 지금까지 계승되어 왔던 거니 스스로 그 가치의 잠재력을 상실할 때까지는 그대로 유지시켜 주자 하면 그게 재생 쪽인 것이다. 도시는 다양한 유기체니까 다름을 인정하고 거기에서 어떻게 이질적인 것을 잘 조화시켜 가지고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창출하느냐 하는 것에서 아름다움이라는 게 만들어지는 것이지 새로 만들어지니까 아름답고 또 있던 것하고 적당한 다른 어울림을 찾아가지고 하는 건 안 아름답고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이밖에 최근 관심이 있거나 집중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현재 추구하는 가치는 딱 두 가지인데 하나는 어떻게 하면 시민의 삶의 질을 갖다가 좀 높일 수 있을까, 두 번째는 우리 도시의 품격을 어떻게 하면 좀 올릴 수 있을까 하는게 핵심이다. 분석해 보니까 하나는 도시 공간의 문제고 다른 하나는 도시 환경에 대한 문제였다. 그래서 도시 공간에 대해서는 우리 도시 전체를 '시티 갤러리'라는 이런 이름으로 한 번 올해 만들어보려고 한다. 워터 프론트 갤러리도 가능하고 북천 쪽으로 가면 다양한 박물관과 갤러리들이 있다. 둘레길 가지고도 갤러리를 만들 수 있고 시장으로도 갤러리를 만들 수 있고, 그러니까 그 지역의 특색이 가장 잘 부각될 수 있는 쪽으로 '시티 갤러리'를 거미줄 같이 동네 동네마다 깔아 놓을 수 있도록 25개 구청에 각각 그 구청이 가장 우리 지역의 특성에 맞는 갤러리가 이겁니다 하는 것을 제안을 받아서 한 번 만들어 볼까 생각한다. 브라질의 시골 동네 꾸리치바, 독일의 프라이브록이라는 남쪽에 있는 조그만 동네가 세계적인 에코 수도라는 것을 유엔이 인정했고 지구촌이 다 인정했다. 그런 모습의 '시티 갤러리'들을 우리 서울에 갖고 있다고 하면 시민들의 삶의 질이 분명히 향상되었다고 나중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될 거고 그게 도시의 품격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을 위한 건축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건축의 공공성 확보가 상당히 중요한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은 건축이라는 건 태생 자체가 공공재다. 어느 건축 하나가 아무리 프라이빗한 건축이어도 건축은 도시 속에 섬으로 남을 수가 없다. 내가 보고 싶지 않다고 해서 그 건물을 안 볼 수는 없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건축은 공공재로 출발해야 되기 때문에 다양한 조건이 붙는 거다. 실제 우리가 아름답다고 얘기하는 유럽의 오래된 도시들은 '이런 색깔의 기와만 쓰세요. 이런 색깔의 외벽 색을 넣으면 안 됩니다.' 심지어는 '창문 높이도 이거 이상은 자유롭게 창문 높이를 올리거나 내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엄격하게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놓고 운영되기 때문에 사실은 우리가 가서 그 도시를 아름답다고 얘기하는 건 그 어울림 때문인 것이지 그중에 어느 하나가 독창적으로 눈에 띈다고 그래서 그 것이 아름답다 이렇게는 얘기 안한다. 우리 서울에 개체를 놓고 보면 세계적인 수준의 건물들이 너무나 많다. 근데 문제는 그 개체하고 그 이웃을 같이 보면 서울에 어디 가서도 내어놓기가 부끄러운 수준의 건물들이 즐비하다는 거 이게 공공성이 왜 중요한지 우리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건물은 많은 연합체들이 있는 도시 속에 공공제로 태어나기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거기에 적응하기 위한 공공성을 반드시 지니고 있어야 된다.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도록 해줘서 그것이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아낌을 받고 사랑받고 보호받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안 되지 않겠느냐. 그래서 공공성은 아무리 제가 강조를 해도 전혀 충족되지 않을 수 있는, 정말 그런 무한적인 사회적 요구를 받는 것이 건축이다. 비록 그게 누추한 오두막이라도 천년이 가도 허물어지지 않는다면 그 시대의 수요를 그런데 그걸 못 지켜주면 지은 지 얼마 안 돼도 금방 사라진다. 무엇보다도 공공성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라지는 것이지 공공성이 확보되면 징검다리 하나도 절대로 안 없어진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건축’은 어떻게 달라질 것이라고 보는가?

"팬데믹이 이번에 일회용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기후 변화를 포함해서 이제 4차 산업으로 인해 앞으로 이어질 어마어마한 변화는 물론이고 이동의 속도가 무한정으로 빨라지고 대규모로 이동이 이루어진다고 하면 이런 코로나 19와 같은 바이러스 팬데믹 현상은 일상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렇다고 하면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도시와 건축의 방향을 일회용 처방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처방을 어떤 식으로 해야 되느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거리 두기는 그냥 단순한 거리 띄우기가 아다. 가장 우리가 많이 겪는 게 분리다. 아기가 태어나면 제일 먼저 접촉하는 게 엄마의 가슴인데 지금은 세상을 떠날 때 형제 자매, 부모 자식 간에도 만남이 허용되지 않는다. 우리는 식물처럼 봄이 다시 오지 않는다. 그러면 마지막 만남이 접촉으로 끝나야 된다고 보는데 근데 그게 허용이 안 되는 게 지금 현재 팬데믹이다. 코로나 시대 이후 건축은 조각 조각의 흩어짐을 어떻게 하면 이어가지고 조각보처럼 모든 조각을 부스러기까지 담아서 서로 연결해 주고 어떻게 하면 그 연결된 공간 속에 들어와서 위로받고 치유하고 끊어진 것들을 갖다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드느냐가 가장 큰 도전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또 우리 도시가 회복해야 할 기능이 있다면 그것을 가장 빨리 회복해 줘야 된다고 본다."

끝으로, ‘좋은 건축’ 이란 무엇인가?

"참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지만 평생 추구했던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지 않은 질문이기도 하다. 건축은 관계 맺기라고 늘 얘기하는데 무엇과 관계 맺기냐 하는 것은 그때 그때 주어지는 조건들과의 관계 맺기다. 그래서 나는 어떤 건축물이 들어가야 될 대지가 주어진다고 하면 제일 먼저 이 대지와 내가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이냐를 두고 고민한다. 건축주가 '여기다 무엇을 어떻게 지을 거예요?' 하면 나는 '땅에게 물어봐야 됩니다. 대지가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물어보고 또 어떤 요구를 할지를 물어보고 답을 하겠습니다.' 하기 때문에 대부분 내가 만든 건축은 내가 결정한 게 아니라 사실은 그 땅이 결정하는 거다. 그 땅이 요구대로 따라가다 보니까 그게 나온 결과일 뿐이지 그걸 무시하고 내가 구사한 것을 갖다가 억지로 땅에다 갖다 앉히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만든 건물이나 100만 평이 넘는 규모로 조성한 곳을 가보면 단 한 뼘도 옹벽이라는 것은 없다. 없다고 하는 것은 땅이 '나를 깎아서라도 네 생각을 여기다 넣으세요.' 그렇게 요구한다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관계를 잘 맺어 놓으면 절대로 서로를 해하는 법이 없다. 땅이라고 하는 것은 그 속에 흐르는 물도 있고 그 토질이 갖고 있는 성질도 있고 오래된 자기네들 풍습이 있다. 그래서 바람은 여기로 지나가는구나 물길은 저기로 지나가는구나 해는 여기로 이렇게 비추는구나 그걸 서로 다 관계 맺게 하다 보니까 나는 도시 속에서 하는 건축은 사실 그렇게 많지는 않다. 나 혼자 지으려고 하면 진짜 어디 저 벌판에 가서 지어야지 그러면 내가 무슨 모양을 하고 무슨 옷을 입든 암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름답다고 얘기하는 도시에 가면 엄격한 관계 맺기에 대한 요구, 그걸 디자인 가이드라인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있는데 일방적인 요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관계를 잘 맺는 것, 이것이 참 좋은 건축이다. 가장 아름다운 건축이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한 관계 맺기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 가장 이질적인 것들이 조화를 이루도록 관계를 맺어주는 것, 경우에 따라서는 '이건 정말 역발성이다. 어떻게 이런 불리한 조건에 이런 반전을 읽어냈을까' 이런 것들이 가장 아름답고 가장 좋은 건축이 아닐까 생각한다."



● 강병근 서울총괄건축가는

1952년생. 건국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공대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건국대 건축대학 명예교수이며 영동대로 복합화사업, 용산정비창 개발 등 주요 시책사업 총괄계획가로 활동했다. 또한 한려해상공원 외도, 제주 에코랜드, 경기 가평 프랑스문화촌(쁘띠프랑스) 등의 설계를 맡았다.


임동진기자 djl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