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1일 “이재명의 신(新)경제에서 가장 핵심은 국가의 역할 확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같은 날 자신의 경제 비전과 관련해 “정부 중심이 아닌 민간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여야 대선 후보가 경제관에서도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신경제 비전 선포식을 열고 “첨단과학, 기술 분야의 대대적인 투자와 미래형 인재 양성을 정부가 책임질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산업에 걸친 변화에 국가가 선제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이 후보 생각이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의 전환적공정성장전략위원회 위원장이자 이 후보의 ‘경제 브레인’으로 꼽히는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비전 선포식 후 “지금은 국가 역할이 확대되는 시대라는 걸 염두에 뒀다”며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은 어마어마한 투자로 기술 전환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 교수는 이 후보의 신경제 비전을 가다듬는 데 깊숙이 관여했다. 하 교수는 “(이런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다”며 “한발 앞서나감으로써 프런티어로 가는 기회를 선점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불확실성을 줄여주고 인프라 투자 산업을 열고 도와주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라며 “이것을 통해 민간기업이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윤 후보는 같은 날 ‘시장경제’를 강조하며 이 후보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위기’를 대한민국이 직면한 위기 중 하나로 꼽았다. 윤 후보는 “표현의 자유는 제약되고 시장의 자유는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고질적인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경제는 정부 중심이 아니라 민간 중심으로 변해야 한다”며 “민간의 창의력과 시장의 효율성을 이용하는 ‘공정 혁신경제’로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과 일자리 창출 능력을 두 배로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득주도성장으로 훼손된 시장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제가 말하는 시장경제는 모두가 어느 정도의 기초적인 경제 능력과 교육 혜택을 받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시장을 통한 분배 결과로 양극화나 취약 계층이 생긴다면 안전망을 선별적으로 구축해 놓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어 “사회 안전망은 시장경제 체제와 양립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미현/이동훈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