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재의 새록새록] "뭉쳐야 산다" 여름 철새 백로의 겨울나기
'똘똘 뭉쳐야 산다'
백두대간 대관령에서 발원해 강릉시 도심 한복판을 지나 동해(바다)로 흘러가는 남대천에서 월동 중인 새들이 한파로 힘겨운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절기상 가장 춥다는 소한인 5일 여름 철새였지만 텃새화 된 백로가 냉동고를 방불케 하는 강추위를 견디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특히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진 지난달 26일 남대천에는 해가 뜨기 전 하천 중간에 그동안 보지 못했던 하얀 섬이 생겨 눈길을 끌었다.

폭 5∼6마리씩, 길이는 족히 20m 가까이 돼 보인다.

얼핏 보면 큰 얼음덩어리나 눈을 쌓아 놓은 듯하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뭉쳐야 산다" 여름 철새 백로의 겨울나기
100여 마리가 넘는 백로가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옹기종기 모여 햇볕을 쬐며 아침을 맞는 모습이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파고들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서로 몸을 밀착하고 고개를 처박은 채 한파를 견뎌낸다.

일부는 그마저도 추운지 한쪽 다리로만 서 있다.

백로는 희고 깨끗해 예로부터 청렴한 선비의 상징이었지만 추위 앞에서 고고한 자태는 이미 던져 버린 모습이다.

해가 뜨고 햇볕이 따사로움을 선사할 때쯤인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하나둘 자신들의 섬을 떠났다.

그러고도 백로 대열 일부는 한동안 유지됐다.

백로의 이런 모습은 주변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뭉쳐야 산다" 여름 철새 백로의 겨울나기
칼바람을 피할 수 있고 햇볕이 잘 드는 갈대 앞 등에도 10여 마리씩 모여 혹한의 겨울 아침을 견뎌낸다.

추위를 극복하려는 나름의 지혜로 보인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자료에 따르면 백로처럼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는 여름 철새가 느는 것은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한다.

겨울철에도 따뜻하고, 습지가 얼지 않아 먹이를 구할 수 있어 힘들게 먼 남쪽으로 가지 않고 남는 개체가 많아지고 있다.

또 다른 곳에서는 왜가리가 몸을 있는 대로 잔뜩 움츠리고 깃털을 부풀린 채 꼼짝도 하지 않고 한파를 견디고 있다.

역시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고 날이 풀려서야 먹이활동에 나선다.

사람도 견디기 힘겨워 두꺼운 패딩으로 중무장하는 겨울 한파는 여름 철새 백로에게는 더 혹독해 보인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뭉쳐야 산다" 여름 철새 백로의 겨울나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