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혜진 인크루트 마케팅그룹장 / 사진=인크루트
엄혜진 인크루트 마케팅그룹장 / 사진=인크루트
“마케터는 자기 서비스의 헤비유저(heavy user)가 돼야 합니다”

엄혜진 인크루트 마케팅그룹장은 자신을 포함한 마케팅그룹 멤버들이 구직자와 취준생처럼 인크루트 서비스의 헤비유저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사내에서 고객을 대신해 고객 입장에서 서비스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엄 그룹장은 “신규 유저를 아무리 많이 데려와도 그들이 서비스에 실망하고 떠나버리면 그만”이라며 “철저히 고객의 입장에서 우리 서비스의 부족한 점을 파악하기 위해 마케터들이 헤비유저가 됐다”고 말했다.

마케팅 경력 16년의 엄 그룹장은 2016년 9월 인크루트에 조인했다.

Q: 인크루트 고객의 특성은

A: 한 마디로 절박함이다. 구직자와 취준생은 일자리에 대한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을 갖고 우리 서비스를 이용한다.

고객의 그런 절박함에 공감하기 때문에 채용 공고의 날짜 하나라도 잘못 나가면 징계감이 될 정도다. 고객 입장에서는 얼마나 절실한 마음으로 그 공고를 살펴봤을텐데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가 작은 실수라도 해서 그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면 안 되기 때문이다.

Q: 맞춤 정보 제공은

A: 요즘 채용 서비스 트렌드는 ‘구직자 맞춤’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공고가 뜨는 탓에 아무리 절박한 취준생이라해도 그 많은 공고를 다 살펴볼 수는 없다.

구직자들이 공고를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도록, 오늘 뜬 공고’를 속보로 알려주고, 구직자가 관심 갖는 직무와 유사한 공고를 모아서 메일로 보내주고, 관심 있는 공고를 스크랩하였을 경우 공고의 지원이 마감되기 전에 알려주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구직자들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도화 작업을 하고 있다.

Q: 코로나로 취업이 더 어려운데

A: 코로나 이후 취업문이 더욱 좁아진 것이 사실이다. 취업을 위해 갖춰야 할 것과 알아야 할 것이 많아졌다.

취준생들이 값비싼 유료 취업 강좌, 자격증 시험 응시료 등 비용 부담까지 안고 있는 모습에 취업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웠다.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 고민에서 시작해 삼성그룹,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청년들에게 인기있는 기업의 채용 일정에 맞춰 유튜브 라이브 취업특강을 무료로 진행했다. 자기소개서부터 면접 등 채용 과정 전반을 알려줬다. 청년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기업의 채용 일정에 맞춰 강의를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바쁘고 정신없지만 “10점 만점에 9.5점이다”, “어떻게 준비해야 될지 막막했는데 너무 도움이 되었다”는 청년들의 피드백을 들으면서 보람을 느꼈다.

Q: 인크루트 마케터는

A: 언제 어떤 기업이 채용 공고를 낼지 사전에 알기 어렵다. 고객들에게 가장 빨리 채용 공고를 전달하려면 마케터들이 촉각을 세우고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인크루트의 마케팅그룹은 크게 4개 파트로 나뉜다. 콘텐츠와 바이럴, 외부 광고와 이벤트 프로모션, CRM과 사이트 운영, SNS 채널 운영 등이다. 각 파트마다 전문성을 가진 인재들이 모여 있다.

마케팅그룹의 멤버 절반 이상은 5년 이상된 장기근속자들이다. 이직률이 높은 타사 마케팅팀에 비해 오랜 기간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마케터는 자기 서비스의 헤비유저가 돼야 합니다”

Q: 마케팅 업무에서의 원칙은

A: 저는 ‘아나바다’ 신조를 가지고 있다. 아(예산은 ‘아’껴 쓰고), 나(아이디어를 ‘나’누고), 바(전략은 ‘바’꿔보며), 다(리포트는 ‘다’시 써보자)라는 의미다.

마케팅팀은 다른 팀에 비해 비교적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특성상 비용 대비 효율을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색다른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도출하는 노력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출근하면 40여 개가 넘는 데이터를 확인하고 분석해 전략을 세운다. 인크루트에 방문한 사람, 가입한 사람, 로그인한 사람, 이력서 작성한 사람(다 쓴 사람, 쓰다만 사람), 입사지원한 사람, 관심기업으로 설정한 사람, 채용 공고를 스크랩한 사람 등 여러 데이터에서 많은 시그널을 파악한다.

Q: 채용시장 상황은

A: 코로나로 인해 채용시장이 참 많이 변했고,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 우선, 채용 방식이 바뀌었다. 많은 기업이 대규모 인원을 정해진 기간에 뽑았던 정기공채보다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뽑는 수시공채로 전환했다.

두 번째로 테크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전통적인 대면 서비스가 비대면으로 빠르게 바뀌면서 IT 업종이 호황을 맞았고 테크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금융 유통 의료 등 여러 산업에서 테크 인력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세 번째로 HR테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HR테크란 말 그대로 HR(인적자원)과 기술의 융합이다. 채용의 공정성과 리소스 효율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개발됐는데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전통적인 채용 프로세스에 디지털이 도입되고 향후 AI(인공지능)까지 붙여진다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채용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Q: 인크루트 마케팅 이슈는

A: 인크루트는 리브랜딩을 진행하고 있다. 1998년 국내 최초 온라인 취업포털이라는 수식어를 넘어 채용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테크 솔루션인 ‘리크루팅 소프트웨어’로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채용 서비스를 기업과 회원에게 제공하는 브랜드로 거듭나고자 한다.

리브랜딩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마케팅 또한 매우 바빠졌다. 기존 B2C 중심에서 B2B까지 아우르는 통합 마케팅 전략을 최근에 세웠다. 내년에는 개인 회원뿐 아니라 기업 회원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 중요하다.

■ Interviewer 한 마디

엄혜진 그룹장은 인터뷰 내내 ‘일과 사람을 연결하는 사명감’을 강조했다.

일자리에 대한 절박함으로 인크루트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일과 잘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 사명감을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데 쏟고 있다며 좋은 서비스가 가장 좋은 마케팅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일에서 남다른 사명감을 느끼고, 그 사명감으로 좋은 마케팅을 할 수 있다면 그가 바로 성공한 마케터가 아닐까.

장경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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