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맥주캔에서 통신사가 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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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MO Insight 「케이스스터디」
KT ‘Y브랜드’ 생태계 조성의 묘수
Z세대가 즐기는 모든 것과 협업
참여형 콘텐츠, 양방향 소통 니즈 충족
Y브랜드에서 KT 로고 과감히 빼
KT ‘Y브랜드’ 생태계 조성의 묘수
Z세대가 즐기는 모든 것과 협업
참여형 콘텐츠, 양방향 소통 니즈 충족
Y브랜드에서 KT 로고 과감히 빼
통신사에게 Z세대는 마케팅이 참 까다로운 소비층이다. 일단 Z세대는 한 브랜드만 오래 찾는 경우가 많지 않다. 통신 서비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10여년 ‘충성고객’이 종종 보이는 중장년층과 달리 통신회선 바꿔타기에 익숙하다.
새롭고 독특한 것을 선호하는 Z세대에겐 기업의 기성 브랜드 이미지가 특별한 소비 유인으로 작용하지도 않는다. 수십년간 신뢰와 안정성을 일관적으로 강조해온 KT가 새 브랜드 전략을 찾아나선 이유다.
KT는 Z세대를 위해 20대 전용 브랜드 ‘Y’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이 브랜드를 통해 내놓은 맥주 ‘Y블랙IPL’은 출시 첫 주에만 약 3만 캔이 팔렸다. 지난 9월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카네이테이와 협업해 만든 가방 ‘투웨이네트백’은 출시 하루 만에 준비 물량이 다 팔렸다.
친환경 브랜드 타이거릴리와 내놓은 디퓨저(방향제), 일회용품 대체 스타트업 트래쉬버스터즈와 만든 다회용 피크닉세트도 각각 ‘완판’됐다. 자연히 Y브랜드도 입소문을 탔다. “기성 대기업이 콜라보레이션(협업)을 한 제품은 힙하지 않아 인기가 없을 것”이란 세간의 예상을 비껴간 사례다. KT의 Y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알아봤다.
상황 1 통신 서비스, 브랜드 경험 한계
통신사가 새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세우긴 쉽지 않다. 주력인 통신 서비스는 형체가 없다. 또 일정 기간 꾸준히 제공해야 한다. 이용자에게 시기마다 새롭고 색다른 브랜드 경험을 제시하기 어려운 이유다.
KT는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비(非)통신 제품·서비스로 눈을 돌렸다. Z세대에게 긍정적인 브랜드 경험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것들을 찾자는 시도였다.
대표적인 게 Y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공개하는 디지털 콘텐츠다. 여기서 제공하는 글씨체 ‘Y이드스트릿체’엔 그래피티(거리 벽화)에서 으레 볼 수 있는 낙서 아이콘이 포함됐다.
‘다꾸족(수첩·일기장 꾸미기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선 다이어리 속지와 스티커, 배경화면을 배포한다. 대학생들이 과제 용도로 많이 쓰는 파워포인트 ppt 서식 파일(템플릿)도 제공한다.
최근엔 수제 맥주 브랜드 핸드앤몰트와 협업해 Y브랜드 맥주를 출시했다. Z세대 사이에서 수제 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지난 6월 시범 출시한 ‘Y끼리IPA’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지난달 ‘Y블랙IPL’을 공식 출시했다. 협업처로는 편의점 CU를 택했다. Z세대들이 마트보다는 편의점을 더 자주, 쉽게 찾기 때문이다.
Z세대의 ‘착한 소비’ 트렌드에도 주목했다. 재활용 소재를 활용하거나 제품 생산에 따른 쓰레기를 줄이려 노력하는 친환경 브랜드를 발굴해 협업하고 있다. 지난달엔 제로웨이스트 비건 브랜드 타이거릴리와 함께 친환경 디퓨저와 비누를 출시했다.
특정 매장에 공병을 가져가면 디퓨저 용액을 무료로 나눠주고, KT온라인샵에서 디퓨저를 주문하는 이들에겐 테이프나 비닐을 쓰지 않고 친환경 소재로 포장해 배송했다.
상황 2 양방향 소통 원하는 Z세대
마케팅 시야를 넓힌 것은 ‘굿즈(기획상품)’만이 아니다. Z세대의 브랜드 몰입도를 더 강하게 올리기 위해 각종 참여형 콘텐츠를 내놨다. 브랜드 Y를 알리기 위해 제작한 광고 ‘Y드립 시네마’는 아예 영상을 80%만 만들어 유튜브에서 선보였다.
영화 신세계, 백두산의 주요 장면을 차용하고, 결정적인 장면의 대사를 말 대신 ‘삐’ 효과음으로 처리했다. 그리고 공지를 함께 올렸다. “마지막 대사를 댓글로 드립쳐주세요. 저희가 그대로 찍어드리겠습니다.” 드립은 재치있는 말장난을 뜻하는 인터넷 용어다.
‘노는 판’을 깔아주자 Z세대가 열광했다. 약 보름만에 댓글이 1만개 가량 달렸다. KT의 유튜브 채널 외에도 각종 커뮤니티에 아이디어가 올라왔다. 같은달 말 댓글을 반영해 새로 찍어 올린 광고 완성본 영상 댓글에선 ‘저 댓글, 보자마자 딱 선정될 줄 알았다’ ‘이 댓글이 나올줄 기대했는데 아니네’라며 이용자들의 참여가 이어졌다.
이 광고 시리즈는 KT 공식채널에서만 조회 수 674만 회를 기록했다. 광고 제작사인 돌고래유괴단 채널 등을 합치면 누적 조회 수가 710만 회에 이른다.
일반 브랜드 광고가 유튜브 업로드 후 한두 달간 조회 수 수천 회를 넘기기도 힘든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광고에 배우로 참여한 주호민 웹툰 작가는 이를 소재로 라이브 방송을 따로 열기도 했다.
Y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브랜드 송’도 마찬가지다. 가수 비비(BIBI)가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하는 동안 Z세대 이용자들이 남긴 글을 기반으로 가사를 썼다. BIBI가 취미가 무엇이냐고 묻자 나온 Z세대의 답 중 ‘드라마 몰아서 정주행하기요’는 랩퍼 타이거J.K.가 부르는 ‘아껴둔 드라마 for ya mama Imma 정주행’이라는 가사가 된 식이다.
상황 3 새 브랜드 정체성 필요
Y 브랜드가 내놓은 협업 제품이나 광고에선 KT 기업명을 찾아보기 힘들다. 20대의 자유와 즐거움 등 Y 브랜드가 지향하는 정체성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참여를 강조한 Y드립 시네마 광고에선 브랜드 슬로건을 읊는 흔한 내레이션도 나오지 않는다. 영상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 패러디와 Z세대들의 말장난이 전부다. 시청자들이 Y드립 시네마를 본 뒤 즐거운 기억이 남았다면 그 자체가 브랜드를 알리는 일인 것으로 봤다는 설명이다.
제리백, 카네이테이 등 패션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에선 Y브랜드명조차 크게 부각하지 않았다. 카네이테이와 협업 가방에 붙은 라벨엔 ‘YxKANEITEI’라고 쓰인 한 줄에서만 브랜드명을 볼 수 있다. 브랜드 이름을 알리려는 욕심보다 패션 제품의 디자인과 실용성을 앞세웠다.
제품과 콘텐츠에 브랜드명을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일관적으로 Y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알리기 위해선 ‘Y아티스트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KT가 Y브랜드를 통해 각 분야 20대 신진 예술가를 발굴하는 공모전 형식 프로젝트다. 수제맥주 캔에 그려진 일러스트 디자인도 이 공모전을 통해 선정했다.
선정한 디자인은 유리잔, 스티커, 핸드폰 케이스 등에 함께 활용했다. 지난 8월엔 오디오 스트리밍 플랫폼 지니와 함께 ‘Y 지니 BGM 아티스트 공모전’을 개최했다. 수상작은 누구나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틱톡 등 콘텐츠에 배경음악(BGM)으로 쓸 수 있도록 Y홈페이지에서 무료 음원으로 제공한다.
통신 서비스가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어디에서든 이용할 수 있다는 점과 결이 같은 셈이다. 가지각색으로 다변화·파편화된 Z세대들의 취향을 만족시키기에도 좋다. Z세대에겐 불특정 다수를 향한 매스 마케팅 효과가 크지 않다.
KT 마케팅 관계자는 “Y브랜드 마케팅도 처음엔 20대를 연령대 세그먼트(분류)로 보고 시작했지만, 20대끼리도 취향이 다양하다보니 점차 마케팅 채널을 더 세밀하게 나눠 발굴하게 됐다”며 “‘20대 마케팅’을 일괄적으로 정의하지 않은 채 새로운 형식을 시도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들어 친환경 브랜드와 협업을 강화하는 한편 지난 9월엔 Y브랜드를 통해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대회를 개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Y아티스트 프로젝트에서 발굴한 신진 예술가의 작품을 협업 제품·관련 상품, 온라인 콘텐츠 등으로 전방위 활용하는 것도 주목할만 하다. 이를 통해 일종의 브랜드 생태계를 구축해 넓은 협업 채널간 일관성을 확보했다.
예술가는 예술가대로 더 많은 채널에서 자신의 작품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과 서로 윈-윈 구조다. 기업이 코로나19 와중 작품을 알릴 길이 좁아진 예술가를 지원한다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 의미도 있다.
선한결 기자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시장 세분화(Segmentation)는 마케팅의 주요 전략인 STP(Segmentation-Targeting-Positioning)의 첫번째 단추이다. 마케터는 세분화 전략을 통해 다양한 특성을 가진 고객들을 몇 개의 세분 시장(segments)으로 분류하고, 이들의 니즈를 가장 효율적으로 충족시켜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다.
이때 마케터들이 자주 사용되는 시장 세분화 기준으로 (1)지리적 세분화(geographic segmentation), (2)인구통계 세분화(demographic segmentation), (3)심리적 변수에 따른 세분화(psychological segmentation), (4)행동변수에 따른 세분화(behavioral segmentation) 등이 있다.
사례에서 소개된 KT의 Y 브랜드 경우, 전형적인 “인구통계 세분화” 관점에서 도출된 마케팅 전략이다. 다시 말해 KT는 기본적으로 연령과 세대라는 기준으로 시장을 분류하고, 그 결과 Z세대라는 특정 타깃을 대상으로 Y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도출할 수 있었다.
요즘 Z 세대가 과거의 10대~20대와는 확연히 다른 독특한 특징과 태도, 구매 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접근은 실제로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KT의 경우에도 독특한 콜라보 제품, Y 아티스트 프로젝트 등을 통해서 Z세대만을 위한 브랜드 친근감을 성공적으로 유도하였다.
최근 MZ 세대의 구매력이 증가함에 따라, 이처럼 연령, 세대에 따른 시장 세분화에 기반한 마케팅 전략이 증가하고 있다. MZ세대를 위한 마케팅 전략을 내놓지 못하면 마치 시장 트랜드를 쫓아가지 못하는 올드한 기업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하지만 향후에는 마케터들이 MZ세대를 강조하는 시장 분위기에 지나치게 휩쓸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MZ세대에 집중하는 시장 트랜드도 점차 사라질 것이다.
마케터라면 시장 세분화와 관련해 좀 더 본질적인 질문에 다가가야 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시장 세분화를 왜 하느냐?”이다. 마케팅에서 시장 세분화를 하는 기본적인 이유는 세분화 그룹 간 자극에 대한 “반응”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반응이 다르지 않다면 굳이 분류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마케터라면 무작정 고객의 연령을 기준으로 시장을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고객들이 무엇을 기준으로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일 것인가?”라는 기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우리가 필요한 시장 세분화 기준이 인구통계 변수인지, 혹은 심리적 변수인지 자연스럽게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같은 MZ 세대에게도 심리적 변수, 실제 구매 행동 데이터와 같은 좀 더 구체적이고 다양한 관점의 세분화 전략이 필요할 수 있다.
선도진입자(first mover)가 아닌 이상 무작정 시장 트랜드를 따라가는 마케팅은 결국 실패한다. 마케팅은 곧 차별화인데, 시장세분화 역시 의미 없이 유행을 쫓아서는 안 된다. 경쟁자와 차별화하기 가장 좋은 시장세분화는 애초부터 남들과 전혀 다른 기준, 시각으로 시장을 분류하는 것이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KT의 ‘Y브랜드’ 마케팅에서 가장 눈길이 갔던 부분은 “댓글로 드립쳐주세요”였다. 양방향 소통을 원하는 Z세대를 위해 ‘참여’의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KT의 기대대로 Z세대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SNS 이용이 일상화되면서 소비자들은 양방향 소통에 익숙해졌다. 과거에는 제품, 서비스, 콘텐츠 등의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공급했고 소비자는 주어지는 제품, 서비스, 콘텐츠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식이었다. 공급자에 대해 구매와 구매하지 않음 중 하나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SNS의 확산으로 ‘생산→소비’의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 ‘생산→소비→재생산→재소비’ 혹은 ‘(불완전)생산→소비자 참여→(완전)생산→소비’ 같은 다양한 형태가 가능해졌다.
KT가 Y브랜드 마케팅에 ‘소비자 참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도 이런 변화를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콘텐츠 소비자들에서 나타난 ‘참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연구가 있다. 이 연구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배경으로 소셜미디어를 꼽는다. 매스미디어를 통한 기존의 수직적 유통방식이 아니라 유튜브를 통한 수평 전파가 성공의 배경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강남스타일이 이용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두드러진 ‘참여형 콘텐츠’라면, 역시 싸이의 노래인 젠틀맨은 ‘공급자 주도형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젠틀맨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거대 자본과 조직적인 마케팅이 활용됐기 때문이다.
강남스타일은 소셜미디어에서 구전이 활발하게 이뤄진 후에 콘텐츠 소비가 증가하고, 그 결과를 매스미디어가 보도함으로써 또 다시 콘텐츠 소비를 촉발시키는 양상을 보였다.
이와 달리 젠틀맨은 미디어를 통한 보도가 나왔을 때만 소셜미디어에서 구전 효과와 소비 증가가 나타났을 뿐 그 후에는 콘텐츠 소비가 감소했다.
소비자(이용자) ‘참여’의 힘이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어떤 자극이 소비자로 하여금 ‘참여’를 하게 만드는가는 마케터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과제이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들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 떠나는 마케터의 발걸음이 무겁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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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고 독특한 것을 선호하는 Z세대에겐 기업의 기성 브랜드 이미지가 특별한 소비 유인으로 작용하지도 않는다. 수십년간 신뢰와 안정성을 일관적으로 강조해온 KT가 새 브랜드 전략을 찾아나선 이유다.
KT는 Z세대를 위해 20대 전용 브랜드 ‘Y’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이 브랜드를 통해 내놓은 맥주 ‘Y블랙IPL’은 출시 첫 주에만 약 3만 캔이 팔렸다. 지난 9월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카네이테이와 협업해 만든 가방 ‘투웨이네트백’은 출시 하루 만에 준비 물량이 다 팔렸다.
친환경 브랜드 타이거릴리와 내놓은 디퓨저(방향제), 일회용품 대체 스타트업 트래쉬버스터즈와 만든 다회용 피크닉세트도 각각 ‘완판’됐다. 자연히 Y브랜드도 입소문을 탔다. “기성 대기업이 콜라보레이션(협업)을 한 제품은 힙하지 않아 인기가 없을 것”이란 세간의 예상을 비껴간 사례다. KT의 Y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알아봤다.
상황 1 통신 서비스, 브랜드 경험 한계
도전 1 Z세대가 즐기는 모든 것과 협업
통신사가 새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세우긴 쉽지 않다. 주력인 통신 서비스는 형체가 없다. 또 일정 기간 꾸준히 제공해야 한다. 이용자에게 시기마다 새롭고 색다른 브랜드 경험을 제시하기 어려운 이유다. KT는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비(非)통신 제품·서비스로 눈을 돌렸다. Z세대에게 긍정적인 브랜드 경험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것들을 찾자는 시도였다.
대표적인 게 Y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공개하는 디지털 콘텐츠다. 여기서 제공하는 글씨체 ‘Y이드스트릿체’엔 그래피티(거리 벽화)에서 으레 볼 수 있는 낙서 아이콘이 포함됐다.
‘다꾸족(수첩·일기장 꾸미기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선 다이어리 속지와 스티커, 배경화면을 배포한다. 대학생들이 과제 용도로 많이 쓰는 파워포인트 ppt 서식 파일(템플릿)도 제공한다.
최근엔 수제 맥주 브랜드 핸드앤몰트와 협업해 Y브랜드 맥주를 출시했다. Z세대 사이에서 수제 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지난 6월 시범 출시한 ‘Y끼리IPA’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지난달 ‘Y블랙IPL’을 공식 출시했다. 협업처로는 편의점 CU를 택했다. Z세대들이 마트보다는 편의점을 더 자주, 쉽게 찾기 때문이다.
Z세대의 ‘착한 소비’ 트렌드에도 주목했다. 재활용 소재를 활용하거나 제품 생산에 따른 쓰레기를 줄이려 노력하는 친환경 브랜드를 발굴해 협업하고 있다. 지난달엔 제로웨이스트 비건 브랜드 타이거릴리와 함께 친환경 디퓨저와 비누를 출시했다.
특정 매장에 공병을 가져가면 디퓨저 용액을 무료로 나눠주고, KT온라인샵에서 디퓨저를 주문하는 이들에겐 테이프나 비닐을 쓰지 않고 친환경 소재로 포장해 배송했다.
상황 2 양방향 소통 원하는 Z세대
도전 2 “맘껏 참여하세요” 판 깔아
마케팅 시야를 넓힌 것은 ‘굿즈(기획상품)’만이 아니다. Z세대의 브랜드 몰입도를 더 강하게 올리기 위해 각종 참여형 콘텐츠를 내놨다. 브랜드 Y를 알리기 위해 제작한 광고 ‘Y드립 시네마’는 아예 영상을 80%만 만들어 유튜브에서 선보였다. 영화 신세계, 백두산의 주요 장면을 차용하고, 결정적인 장면의 대사를 말 대신 ‘삐’ 효과음으로 처리했다. 그리고 공지를 함께 올렸다. “마지막 대사를 댓글로 드립쳐주세요. 저희가 그대로 찍어드리겠습니다.” 드립은 재치있는 말장난을 뜻하는 인터넷 용어다.
‘노는 판’을 깔아주자 Z세대가 열광했다. 약 보름만에 댓글이 1만개 가량 달렸다. KT의 유튜브 채널 외에도 각종 커뮤니티에 아이디어가 올라왔다. 같은달 말 댓글을 반영해 새로 찍어 올린 광고 완성본 영상 댓글에선 ‘저 댓글, 보자마자 딱 선정될 줄 알았다’ ‘이 댓글이 나올줄 기대했는데 아니네’라며 이용자들의 참여가 이어졌다.
이 광고 시리즈는 KT 공식채널에서만 조회 수 674만 회를 기록했다. 광고 제작사인 돌고래유괴단 채널 등을 합치면 누적 조회 수가 710만 회에 이른다.
일반 브랜드 광고가 유튜브 업로드 후 한두 달간 조회 수 수천 회를 넘기기도 힘든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광고에 배우로 참여한 주호민 웹툰 작가는 이를 소재로 라이브 방송을 따로 열기도 했다.
Y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브랜드 송’도 마찬가지다. 가수 비비(BIBI)가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하는 동안 Z세대 이용자들이 남긴 글을 기반으로 가사를 썼다. BIBI가 취미가 무엇이냐고 묻자 나온 Z세대의 답 중 ‘드라마 몰아서 정주행하기요’는 랩퍼 타이거J.K.가 부르는 ‘아껴둔 드라마 for ya mama Imma 정주행’이라는 가사가 된 식이다.
상황 3 새 브랜드 정체성 필요
도전 3 KT 로고, 과감히 빼
Y 브랜드가 내놓은 협업 제품이나 광고에선 KT 기업명을 찾아보기 힘들다. 20대의 자유와 즐거움 등 Y 브랜드가 지향하는 정체성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참여를 강조한 Y드립 시네마 광고에선 브랜드 슬로건을 읊는 흔한 내레이션도 나오지 않는다. 영상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 패러디와 Z세대들의 말장난이 전부다. 시청자들이 Y드립 시네마를 본 뒤 즐거운 기억이 남았다면 그 자체가 브랜드를 알리는 일인 것으로 봤다는 설명이다.
제리백, 카네이테이 등 패션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에선 Y브랜드명조차 크게 부각하지 않았다. 카네이테이와 협업 가방에 붙은 라벨엔 ‘YxKANEITEI’라고 쓰인 한 줄에서만 브랜드명을 볼 수 있다. 브랜드 이름을 알리려는 욕심보다 패션 제품의 디자인과 실용성을 앞세웠다.
제품과 콘텐츠에 브랜드명을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일관적으로 Y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알리기 위해선 ‘Y아티스트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KT가 Y브랜드를 통해 각 분야 20대 신진 예술가를 발굴하는 공모전 형식 프로젝트다. 수제맥주 캔에 그려진 일러스트 디자인도 이 공모전을 통해 선정했다.
선정한 디자인은 유리잔, 스티커, 핸드폰 케이스 등에 함께 활용했다. 지난 8월엔 오디오 스트리밍 플랫폼 지니와 함께 ‘Y 지니 BGM 아티스트 공모전’을 개최했다. 수상작은 누구나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틱톡 등 콘텐츠에 배경음악(BGM)으로 쓸 수 있도록 Y홈페이지에서 무료 음원으로 제공한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맥주와 가방, 디퓨저 등은 KT의 주력인 통신 서비스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하지만 이처럼 넓은 협업을 통해 얻는 효과는 크다. Z세대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드 친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통신 서비스가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어디에서든 이용할 수 있다는 점과 결이 같은 셈이다. 가지각색으로 다변화·파편화된 Z세대들의 취향을 만족시키기에도 좋다. Z세대에겐 불특정 다수를 향한 매스 마케팅 효과가 크지 않다.
KT 마케팅 관계자는 “Y브랜드 마케팅도 처음엔 20대를 연령대 세그먼트(분류)로 보고 시작했지만, 20대끼리도 취향이 다양하다보니 점차 마케팅 채널을 더 세밀하게 나눠 발굴하게 됐다”며 “‘20대 마케팅’을 일괄적으로 정의하지 않은 채 새로운 형식을 시도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들어 친환경 브랜드와 협업을 강화하는 한편 지난 9월엔 Y브랜드를 통해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대회를 개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Y아티스트 프로젝트에서 발굴한 신진 예술가의 작품을 협업 제품·관련 상품, 온라인 콘텐츠 등으로 전방위 활용하는 것도 주목할만 하다. 이를 통해 일종의 브랜드 생태계를 구축해 넓은 협업 채널간 일관성을 확보했다.
예술가는 예술가대로 더 많은 채널에서 자신의 작품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과 서로 윈-윈 구조다. 기업이 코로나19 와중 작품을 알릴 길이 좁아진 예술가를 지원한다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 의미도 있다.
선한결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시장 세분화(Segmentation)는 마케팅의 주요 전략인 STP(Segmentation-Targeting-Positioning)의 첫번째 단추이다. 마케터는 세분화 전략을 통해 다양한 특성을 가진 고객들을 몇 개의 세분 시장(segments)으로 분류하고, 이들의 니즈를 가장 효율적으로 충족시켜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다.
이때 마케터들이 자주 사용되는 시장 세분화 기준으로 (1)지리적 세분화(geographic segmentation), (2)인구통계 세분화(demographic segmentation), (3)심리적 변수에 따른 세분화(psychological segmentation), (4)행동변수에 따른 세분화(behavioral segmentation) 등이 있다.
사례에서 소개된 KT의 Y 브랜드 경우, 전형적인 “인구통계 세분화” 관점에서 도출된 마케팅 전략이다. 다시 말해 KT는 기본적으로 연령과 세대라는 기준으로 시장을 분류하고, 그 결과 Z세대라는 특정 타깃을 대상으로 Y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도출할 수 있었다.
요즘 Z 세대가 과거의 10대~20대와는 확연히 다른 독특한 특징과 태도, 구매 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접근은 실제로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KT의 경우에도 독특한 콜라보 제품, Y 아티스트 프로젝트 등을 통해서 Z세대만을 위한 브랜드 친근감을 성공적으로 유도하였다.
최근 MZ 세대의 구매력이 증가함에 따라, 이처럼 연령, 세대에 따른 시장 세분화에 기반한 마케팅 전략이 증가하고 있다. MZ세대를 위한 마케팅 전략을 내놓지 못하면 마치 시장 트랜드를 쫓아가지 못하는 올드한 기업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하지만 향후에는 마케터들이 MZ세대를 강조하는 시장 분위기에 지나치게 휩쓸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MZ세대에 집중하는 시장 트랜드도 점차 사라질 것이다.
마케터라면 시장 세분화와 관련해 좀 더 본질적인 질문에 다가가야 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시장 세분화를 왜 하느냐?”이다. 마케팅에서 시장 세분화를 하는 기본적인 이유는 세분화 그룹 간 자극에 대한 “반응”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반응이 다르지 않다면 굳이 분류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마케터라면 무작정 고객의 연령을 기준으로 시장을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고객들이 무엇을 기준으로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일 것인가?”라는 기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우리가 필요한 시장 세분화 기준이 인구통계 변수인지, 혹은 심리적 변수인지 자연스럽게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같은 MZ 세대에게도 심리적 변수, 실제 구매 행동 데이터와 같은 좀 더 구체적이고 다양한 관점의 세분화 전략이 필요할 수 있다.
선도진입자(first mover)가 아닌 이상 무작정 시장 트랜드를 따라가는 마케팅은 결국 실패한다. 마케팅은 곧 차별화인데, 시장세분화 역시 의미 없이 유행을 쫓아서는 안 된다. 경쟁자와 차별화하기 가장 좋은 시장세분화는 애초부터 남들과 전혀 다른 기준, 시각으로 시장을 분류하는 것이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KT의 ‘Y브랜드’ 마케팅에서 가장 눈길이 갔던 부분은 “댓글로 드립쳐주세요”였다. 양방향 소통을 원하는 Z세대를 위해 ‘참여’의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KT의 기대대로 Z세대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SNS 이용이 일상화되면서 소비자들은 양방향 소통에 익숙해졌다. 과거에는 제품, 서비스, 콘텐츠 등의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공급했고 소비자는 주어지는 제품, 서비스, 콘텐츠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식이었다. 공급자에 대해 구매와 구매하지 않음 중 하나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SNS의 확산으로 ‘생산→소비’의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 ‘생산→소비→재생산→재소비’ 혹은 ‘(불완전)생산→소비자 참여→(완전)생산→소비’ 같은 다양한 형태가 가능해졌다.
KT가 Y브랜드 마케팅에 ‘소비자 참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도 이런 변화를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콘텐츠 소비자들에서 나타난 ‘참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연구가 있다. 이 연구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배경으로 소셜미디어를 꼽는다. 매스미디어를 통한 기존의 수직적 유통방식이 아니라 유튜브를 통한 수평 전파가 성공의 배경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강남스타일이 이용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두드러진 ‘참여형 콘텐츠’라면, 역시 싸이의 노래인 젠틀맨은 ‘공급자 주도형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젠틀맨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거대 자본과 조직적인 마케팅이 활용됐기 때문이다.
강남스타일은 소셜미디어에서 구전이 활발하게 이뤄진 후에 콘텐츠 소비가 증가하고, 그 결과를 매스미디어가 보도함으로써 또 다시 콘텐츠 소비를 촉발시키는 양상을 보였다.
이와 달리 젠틀맨은 미디어를 통한 보도가 나왔을 때만 소셜미디어에서 구전 효과와 소비 증가가 나타났을 뿐 그 후에는 콘텐츠 소비가 감소했다.
소비자(이용자) ‘참여’의 힘이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어떤 자극이 소비자로 하여금 ‘참여’를 하게 만드는가는 마케터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과제이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들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 떠나는 마케터의 발걸음이 무겁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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