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 사진=서범세 기자
김인규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 사진=서범세 기자
“방사선 연구 경험을 토대로 방사선 저항성이 높은 암줄기세포의 특정 단백질이 폐암 세포 증식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를 활용해 새로운 항원을 표적하는 항암제를 개발 중입니다. 향후 폐암 외에 다른 암으로도 적응증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지난 29일 서울에서 만난 김인규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이학박사)은 그가 발굴한 신규 표적(novel target) 및 관련 치료제 개발 계획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신규 표적 발굴해 알곡바이오에 기술이전

김 박사는 성균관대에서 생물학 학사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에서 생리학 및 생화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득했다. 졸업 후엔 충남대와 전북대에서 생명과학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방사선생물학연구실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김인규 박사팀은 최근 암줄기세포(CSC)에서 찾은 새로운 항원 기반 항체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해, 케이피에스의 미국 자회사인 알곡바이오에 기술이전했다. 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선기술 분야에서 이뤄진 최초의 신약개발 관련 기술이전이다.

연구의 시작은 방사선이었다. 김 박사가 속한 방사선생물학연구실은 방사선이 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한다. 이 과정에서 김 박사는 방사선에 저항성을 나타내는 암 세포주를 찾아 방사선 항암치료의 효과를 높이는 치료제 개발을 계획했다. 방사선 치료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범인은 암줄기세포였다.

그는 “줄기세포가 우리 몸의 장기를 재생하고 유지하는 데 관여하는 것처럼 암에도 암줄기세포가 있어 암 조직을 유지하고, 치료 후 줄어든 암세포를 재생시켜 암을 재발시키거나 전이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암줄기세포가 방사선에 저항성이 강하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줄기화암세포와 비줄기화암세포를 분리해 암줄기세포의 특성을 나타내게 하는 인자를 찾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암 줄기화란 암 세포 내의 암줄기세포 발현 유전자가 작동해 암줄기세포가 만들어진 상태를 말한다.

이 중 기존에 연구결과가 많지 않은 ‘ALDH1’ 인자에 주목했다. 암세포를 ALDH1 발현이 많은 ‘ALDH1+’와 많지 않은 ‘ALDH1-’로 분류한 뒤, 이 둘의 차이점을 찾아갔다. 그 중 하나가 ALDH1+에만 포함된 ‘TM4SF4’라는 단백질이었다.

김 박사팀은 TM4SF4가 폐암의 성장과 전이에 관여하고 방사선치료 저항성을 유발하는 물질임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TM4SF4는 다른 암줄기세포에서 발견되지만, 특히 방사선 저항성이 가장 강한 폐암 줄기세포로 실험을 진행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는 설명이다.

2022년 상반기 전임상 돌입… 적응증 확대할 것

김 박사팀은 TM4SF4를 활용해 생쥐 단일클론항체를 제조한 데 이어, 최근 세종대 류춘제 교수팀과 함께 인간화항체 제작에도 성공했다. 인간화항체란 동물을 이용해 만든 항체로 인해 생기는 면역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이를 사람에 맞게 변형한 것이다.

생쥐 단일클론항체는 동물실험, 인간화항체는 세포실험에서 각각 암세포 크기 감소 등 효능을 확인했다. 두 가지 항체에 대해 국내 및 국제(PCT) 특허도 출원했다.

김 박사는 “TM4SF4 항체를 폐암 세포에 투여한 결과(아래 그림의 왼쪽 그래프)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에서는 암 세포가 500개 가까이 생긴 반면, TM4SF4 항체를 투여한 세포에서는 200개 안팎으로 나타났다”며 “방사선 민감도(아래 그림의 오른쪽 그래프) 실험에서는 6Gy(그레이) 용량의 방사선을 조사했을 때, 대조군에서는 암 세포의 수가 60% 줄어든 반면 TM4SF4 항체 투여 세포에서는 약 90%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TM4SF4 인간화항체의 종양 억제 및 방사선 민감도 실험 결과 / 사진제공=김인규 박사
TM4SF4 인간화항체의 종양 억제 및 방사선 민감도 실험 결과 / 사진제공=김인규 박사
기술을 이전받은 알곡바이오는 2022년 상반기 전임상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돌입한다. 원자력연구원도 관련 연구를 지속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임상시험 허가를 위해 필요한 요건을 충족시키겠다는 목표다. 알곡바이오는 이후 국내와 미국에서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알곡바이오는 TM4SF4 항체 치료제를 포함한 후보물질들의 연구개발 계획을 오는 5월께 발표할 계획이다.

TM4SF4 항체는 다른 암으로도 적응증을 확대한다. 김 박사는 “TM4SF4는 다른 암의 줄기세포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올해 다른 암으로도 연구를 시작해 관련 특허를 출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