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인용해 김정은 정권 10년 조명
BBC "김정은, 우려·기대 속 등장…경제 고립에 생활고 심화"
영국 BBC방송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10주기를 맞아 17일(현지시간) 김정은 정권 아래 북한 주민의 삶을 탈북자 10명을 인터뷰해 보도했다.

김 국무위원장은 아버지가 사망한 지 13일만인 2011년 12월 30일 27세의 나이로 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추대되며 최고 권좌에 올랐다.

이들 탈북자는 BBC에 당시 북한 주민은 젊은 지도자의 등장에 희망과 불신이 뒤섞인 첫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2년 전 한국에 망명한 류현우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는 "첫인상은 '어휴, 또 세습이냐'였다.

북한 인민, 특히 엘리트층은 혈연에 따른 세습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라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우린 새로운 것을 원했다.

뭔가 달라질 수는 없었느냐는 게 당시 우리의 생각이었다"면서 "27세 지도자가 국가 운영에 관해 무엇을 안다는 것인가.

터무니없었다"라고 말했다.

반면 탈북대학생 김금혁씨는 김 국무위원장에게서 희망을 봤다고 했다.

북한 엘리트층 출신으로 중국 베이징 유학 중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들은 그는 총살 위험을 감수한 채 축하 파티를 벌였다고 한다.

그는 "우리는 김정은에게 여러 가지를 기대했다.

그는 유럽에서 유학했고 아마도 우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생각하리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BBC "김정은, 우려·기대 속 등장…경제 고립에 생활고 심화"
김 국무위원장은 정적에 대한 가혹한 숙청과 별개로, 2012년 북한 주민에게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라면서 경제 성장을 약속하고 이를 지키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BBC는 평가했다.

탈북한 유성주씨는 북한 내 슈퍼마켓에 더 많은 상품이 공급되기 시작했다면서 "놀랍고 자랑스럽게도 북한 식료품은 중국제보다 맛이나 포장, 공급량에서 더 나아 (북한 주민의) 자존감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정은 치하 10년 북한은 결과적으로 더욱 가난하고 고립된 국가가 됐다고 BBC는 지적했다.

탈북한 윤민수씨는 남한 DVD를 보고 귀걸이와 목걸이, 청바지 등을 입었다는 이유로 끌려가 공개 비판을 당했다.

탈북가수 현영씨는 지도자를 찬양하는 내용이 아닌 노래를 부르려 했다는 이유로 처벌당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0년 사이 북한에서 K-팝 등 남한 영상물을 보거나 유포했다는 이유로 최소 7명이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국무위원장은 탈북자를 막기 위한 국경단속도 대폭 강화했다.

김 국무위원장이 야심 차게 밀어붙인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은 북한 주민에게 자부심을 불어넣기는커녕 삶을 더욱 힘들게 했다고 탈북자들은 비판했다.

한 탈북자는 "(북한) 사람들은 아직도 인민의 피와 땀을 짜내 무기를 만들고 있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BBC "김정은, 우려·기대 속 등장…경제 고립에 생활고 심화"
그런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져 국경이 장기간 봉쇄되면서 북한 주민의 생활고는 더 심각해졌다고 BBC는 전했다.

북한에서 운전사로 일하다 탈북한 주성씨는 "코로나19로 많은 게 바뀌었다.

경제가 위축되고 물가가 치솟았다.

살기가 너무 힘들어졌다.

(북한의) 우리 부모님은 식료품을 구할 수는 있지만 너무 비싸다고 한다.

상황이 심각하다"라고 말했다.

북한 인민 일부가 기아에 시달린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김 국무위원장과 그의 일족에 대한 숭배에 힘입어 북한 내부에서 쿠데타 등이 일어나 정권이 전복될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BBC는 분석했다.

또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를 예로 들며 김 국무위원장에게는 2천500만 북한 주민에게 자유를 줄 힘이 있었지만 이들은 자유를 얻는 대신 과거 어느 때보다도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