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유석 "헌법은 가장 가슴 뛰는 글"
판사 출신 작가가 들려주는 헌법 이야기 '최소한의 선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문유석 작가가 헌법 이야기를 다룬 에세이 '최소한의 선의'(문학동네)를 펴냈다.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 사회적 기본권 등 익숙하지만 피상적으로 알기 쉬웠던 개념들을 심도 있으면서도 알기 쉽게 풀어썼다.

저자는 서문에서 "헌법의 근본 가치들'에 대한 나의 생각을 자유롭게 적은 책"이라며 "실용서가 아니며 나의 모든 편견과 주관이 듬뿍 담겨 있을 것"이라고 소개한다.

저자는 모든 법률은 최고법인 헌법에 의거해 만들어졌다고 강조한다.

헌법은 "가장 가슴 뛰는 글"이기도 하다.

"한 글자 한 글자가 모두 피로 쓰인 글"이기 때문이다.

"한 글자 한 글자에 역사의 무게가 실려 있는 글이 있다.

그것도 우리의 역사뿐 아니라 인류 전체 역사의 무게가 말이다.

"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할지 모르지만, 법 자체는 평등하지 않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오래된 법보다 개정된 새로운 법이 우선하고(신법 우선의 원칙), 주택임대차보호법과 같이 특수한 사항을 규율하기 위한 법이 일반법인 민법에 우선하며(특별법 우선의 법칙), 상위법이 하위법에 우선한다.

(상위법 우선의 법칙). 그리고 이런 피라미드의 제일 꼭대기에 헌법이 있다.

저자는 헌법의 핵심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꼽는다.

자유, 평등, 시장경제, 소유권, 국회와 대통령도 모두 인간의 존엄성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는 "인간이 이성에 바탕을 둔 자율적이고 윤리적인 인격의 주체이기 때문에 존엄하다는 것"이라며 "이성·자율성·윤리성이 (인간 존엄성의) 핵심 키워드"라고 설명한다.

판사 출신 작가가 들려주는 헌법 이야기 '최소한의 선의'
인간의 존엄성 논의와 관련해서 저자는 우리 사회의 첨예한 이슈 중 하나인 사형제를 들고나온다.

저자는 범죄 예방 효과가 없기 때문에 사형을 반대한다는 사형폐지론자들의 주장에는 찬동하지 않는다.

"헌법은 인간을 다른 목적을 위한 한낱 수단으로 취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사형을 찬성한 철학자 칸트의 주장을 소개한다.

칸트는 "인간이 스스로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선택을 했다면 그의 행위에 걸맞은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그를 인간으로 존중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저자는 "헌법상 사형이 인정된다면 칸트의 주장처럼 범죄자가 스스로 자기 행위에 책임을 지게 하기 위한 것, 즉 응보를 위한 것이지 일반예방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밝힌다.

다만, '국가가 국민을 살해할 권한이 부여된 사회에 살고 싶은가 그렇지 않은가'라는 원칙의 문제를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고 덧붙인다.

판사 출신 작가가 들려주는 헌법 이야기 '최소한의 선의'
그는 또한 존 롤스의 '정의론'과 롤스의 제자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비교하면서 정의의 문제를 평등이라는 헌법의 핵심 가치와 연결해서 살펴보고, 사생활 침해가 빈번한 인터넷과 SNS 사회 속에서 자유의 의미에 대해 질문한다.

저자는 "법이란 사람들 사이의 넘지 말아야 할 '최소한의 선(線)'인 동시에, 사람들이 서로에게 베풀어야 할 '최소한의 선(善)'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256쪽. 1만5천원.
판사 출신 작가가 들려주는 헌법 이야기 '최소한의 선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