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주식 거래소인 코넥스는 코스닥 입성을 위한 ‘징검다리’로 불려왔다. 올해만 10개사가 코스닥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개인들에게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기본예탁금 3000만원의 문턱이 있어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기본예탁금을 폐지키로 함에 따라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제도 발표에 앞서 유망 종목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자산운용사, 벤처캐피털(VC) 등 큰손들이 투자한 종목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신규 투자자 유입 기대

큰손처럼 '코넥스 기업'에 투자해볼까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에게 적용되면 코넥스 기본예탁금 3000만원을 폐지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협의를 통해 구체적 내용과 발표 시기를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예탁금이 폐지되면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해 거래량이 늘어나고 신규 투자자가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종목은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코넥스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대부분 500억원 내외로, 조금만 거래가 늘어도 크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고위험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라면 코넥스 종목을 선점해볼 수 있다. 투자금이 3000만원 아래면 ‘코넥스 소액전용계좌’를 개설하면 된다. 소액전용계좌는 개설이 번거롭지만 지금도 기본예탁금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전 증권사를 통틀어 1개 계좌만 만들 수 있고, 계좌에 다른 거래소 종목은 하나도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예컨대 기존 계좌에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 종목이 있으면 코넥스 소액전용계좌 신청이 불허된다. 같은 증권사에서 계좌를 추가로 개설해 소액전용계좌로 만드는 것이 편리하다. 소액전용계좌 신청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만 가능하다.

큰손이 탑승한 종목 주목

코넥스는 초기 벤처기업이 대부분인 만큼 투자 리스크가 상당하다. 전문가들은 유명 자산운용사와 VC가 주요 주주로 있는 종목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한다. 같은 기관이라도 대형 운용사, VC가 투자했다면 더 좋다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운용사와 VC는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코스닥 이전상장을 돕는다. 투자한 회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투자설명회(IR)와 홍보도 조언한다.

현재 10여 개 종목에는 여러 개 기관이 동시에 투자하고 있다. 시가총액 1420억원인 엔솔바이오사이언스는 유한양행이 11.3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타이거자산운용이 추가 매수를 통해 지분을 12.36%까지 확대했다.

시가총액이 314억원인 진단키트업체 켈스는 한국투자파트너스, DSC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가 주요 주주로 있다. 코스닥 유전자 검사업체 랩지노믹스도 지분 7.05%를 보유하고 있다.

내년 이전상장 이어진다

디스플레이 소부장업체 에이치엔에스하이텍은 내년 초 코스닥에 도전한다. 이 업체는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이방성 도전필름(ACF)의 국산화에 성공해 올해 800억원 매출이 예상된다. 한국투자파트너스와 아주IB투자가 주요 투자자다.

인카금융서비스, 에스엘에스바이오, 휴벡셀 등도 코스닥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에스엘에스바이오는 사모펀드 1위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12.07%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의약품 품질관리(QC)와 임상시험수탁(CRO)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이들 기관이 언제 얼마에 투자했는지도 볼 수 있다. 주당 매매가격을 보면 고점 매수를 피할 수 있다. 만약 주요 주주가 주식을 팔아치우면 바로 매매기록이 공시된다.

기관들이 투자했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코넥스는 고위험·고수익 시장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코넥스 상장사 씨앗은 한국투자파트너스, 아주IB투자가 주요 주주로 있지만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이 나오며 최근 거래가 정지됐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