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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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폭이 완만하게 둔화하던 서울 노원구 아파트 전셋값이 소폭 반등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이후 물갈이 수요가 유입됐고, 집주인들이 호가를 내리지 않으면서 높은 가격에 전세 계약이 맺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곳곳에서 하락 거래가 포착되는 등 단지별로 전셋값 움직임이 천차만별인 만큼 전셋값 방향성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노원구 곳곳서 전셋값 상승 현상 보여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중계동 '현대2차' 전용 84㎡는 이달 5억6000만원에 전월세 계약을 맺었다. 올해 맺었던 계약 중 신규 계약으로 추정되는 5억1000만원보다 5000만원 뛴 금액이다.

중계동에 있는 '주공2단지' 전용 44㎡는 이달 2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맺어졌다. 지난달 계약된 전월세 최고가(2억2000만원)보다 6000만원 비싸게 세입자를 들인 것이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으로 계약된 2억5000만원보다도 3000만원 더 오른 수준이다.

마찬가지로 중계동에 있는 '성원' 전용 59㎡도 이달 5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올 5월 신규 계약으로 추정되는 5억2000만원 전월세 계약보다 6000만원 비싸다. 이 단지는 전세 매물이 11건 있는데, 그중 가장 저렴한 매물이 6억2000만원으로 실거래가보다 4000만원 비싸다.

'상계주공16단지' 전용 59㎡는 이달 9일 3억2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10월 신규로 맺어진 3억원보다 2000만원 비싸게 세입자를 들였다. 공릉동에 있는 '동부아파트' 전용 84㎡도 지난달 5억원에 새로운 세입자를 구했다. 올 10월 맺어진 신규 전세 계약(3억4560만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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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꾸준히 상승 폭을 줄이던 전셋값이 이처럼 '반짝 상승'한 것은 수능 이후 물갈이 수요가 유입됐기 때문이라는 설명.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학군지 중 하나인 노원구에서는 수능이 끝나면 지역을 빠져나가려는 수요와 들어오려는 수요가 맞물린다.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A공인중개 관계자는 "수능이 끝난 이후 노원구 내에서 많진 않지만 '물갈이' 수요가 있었다. 내년 학기를 대비에 이사 오려는 수요도 겹치면서 전셋값이 소폭 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매물이 늘어나고 있지만 집주인들이 호가를 떨어뜨리지 않는 점도 높은 전셋값이 유지되는 이유로 꼽힌다. 부동산 정보제공 어플리케이션(앱)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노원구 전세매물은 전날 기준 2166건으로 한 주 전(2100건)이나 한 달 전(2067건)에 비해 증가했다.

중계동에 있는 B공인중개 관계자는 "전세 매물이 늘고 있다지만 일부 인기 단지의 경우 확 와 닿을 정도는 아니다"라면서 "여전히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단지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내리지 않고, 실수요자들이 계약을 체결하다 보니 비싼 값에 전세 계약이 맺어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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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 거래도 곳곳 포착…"전셋값 떨어질지는 미지수"

다만 노원구 내 하락 거래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중계동에 있는 '청구3차' 전용 84㎡는 지난달 9억원에 세입자를 들였는데, 같은 달 같은 단지 내에서 8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은 사례도 있었다. 상계동 '주공14단지' 전용 59㎡도 지난달 2억5000만원에 세입자를 찾았다. 앞선 10월 맺어진 신규 계약(2억9000만원)보다 4000만원 내린 금액이다.

하계동에 있는 C공인중개 관계자는 "최근 노원구에서 각 단지마다 전셋값 등락이 뒤죽박죽이다. 상승 거래 못지않게 하락 거래도 꽤 보인다"며 "잔금 등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싼 가격에 내놓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하락 거래가 추세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대선이 지나면 정책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내년 8월엔 전세계약갱신청구권 연장 만기가 다가온다"며 전셋값 방향성을 예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 달새 전셋값 수천만원 급등…노원구 '반짝 상승' 이유는
노원구가 포함된 서울 동북권 전세 시장은 매물이 더 많은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6일) 기준 동북권 전세수급지수는 99.8로 100 이하를 기록했다.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많다는 의미다.

서울 전세 시장도 비슷하다. 같은 기간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99.1을 기록했다. 서울 전세수급지수가 100이하로 내려온 것은 지난 2019년 10월 셋째 주(21일) 99.9를 기록한 이후 2년2개월 만이다. 강남 등이 포함된 동남권 전세수급지수는 97.0을, 은평 등 서북권은 98.0로 동북권보다 큰 폭 내렸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