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담장의 작품에 사용된 스텐실 판매로 충당
부동산 낙찰 막아 지역사회 예술사업 지원하려 직접 나서
뱅크시, 오스카 와일드 투옥된 감옥 문화공간 사업 지원
세계적인 그래피티 작가 뱅크시가 오스카 와일드가 수감됐던 영국 버크셔주의 레딩 가올 교도소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바꾸는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5일(현지시간) 가디언·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뱅크시는 이 교도소에 벽화를 그리는 데 사용된 스텐실(판에 구멍을 뚫고 잉크를 통과시켜 찍어내는 공판화 기법 또는 여기에 사용되는 판)을 판매, 시의회에 기부하기로 했다.

판매대금은 레딩 교도소 측에서 제시한 매각 금액 1천만 파운드(약 156억원)를 충당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뱅크시와 시의회가 제시한 금액을 합치면 교도소 측은 약 1천260만 파운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레딩 교도소는 아일랜드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오스카 와일드가 1895∼1897년 수감됐던 곳으로 유명하다.

당시 외설 혐의로 투옥된 와일드는 풀려난 뒤 수감 생활 중 목격한 사실을 담은 시 '레딩 감옥의 노래'를 발표하기도 했다.

뱅크시는 지난 3월 해당 감옥 담장의 벽면에 작품을 남겨 화제를 모았다.

그는 줄무늬 죄수복을 입은 한 남성이 교도소 담장을 넘어 천을 이어 만든 줄을 잡고 탈옥하는 장면을 그렸다.

이 줄 끝에 종이와 타자기가 매달린 것을 본 뱅크시의 팬들은 그림 속 탈옥수가 표현의 자유를 희구하는 와일드라고 추측했다.

뱅크시는 "오스카 와일드는 상반되는 두 아이디어를 충돌시켜 마법을 만든 수호신"이라며 "그를 파괴한 장소를 예술의 피난처로 바꾸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완벽한 일이라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2013년 문닫은 레딩 교도소는 현재 법무부가 소유 중으로 2019년 10월 처음 매물로 나왔다.

시의회는 이 교도소의 문화예술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4월 260만 파운드를 제시했지만 법무부는 금액이 적다는 이유로 거절하고 한 부동산 개발업체와 계약을 맺기로 잠정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세이브레딩가올'(Save Reading Gaol)이라는 이름의 자발적인 캠페인의 일환으로 법무부에 시의회의 매입을 수용토록 촉구하는 청원이 조직됐고, 배우 케이트 윈즐릿 등 수천 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부동산 업체와 계약은 이 지역 인근 문화유산 등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 지난해 11월 무산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