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치솟는데 소득은 줄어들고 있다. 무엇 하나 선뜻 사기가 겁나는 판에 지갑은 얇아지는 상황이다.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이자 부담도 만만찮아진 가계 살림이 한층 팍팍하게 됐다. 수출에 기댄 우리 경제가 협곡에 갇힌 것 같은 위기감이 가중된다.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7%나 올랐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10년3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라 상승폭이 5.2%에 달했다. “장보기가 겁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동시에 나온 한국은행의 ‘2021년 3분기 국민소득’도 어둡다.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2분기보다 0.7% 감소하면서 5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앞서 산업생산 지표도 1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터여서 긴장감이 고조된다. 산업생산은 지난 10월에 일하는 날이 이틀 줄어든 요인이 있었던 만큼 좀 더 지켜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물가는 한은이 불과 한 주 전에 내놨던 연간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다시 바꿀 만큼 뛰고 있다. 소득 감소도 재난지원금 살포 등 재정 퍼붓기를 계속하는데도 실제 국민소득 증대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만 거듭 확인해준 셈이다.

연말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한껏 커졌다. 제대로 된 대응마저 없으면 두 차례 전국 선거가 이어지는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과도한 돈풀기와 글로벌 공급망 이상 등에 기인한 물가 급등은 세계적인 걱정거리이고, 해법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래도 정부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생필품 유통망 점검과 물류난 예방, 에너지·식량 등의 수입처 확인 등은 기본이다. 요소수 대란에서 절감했듯이 공급망의 어디에서 어떤 지뢰가 터질지 모른다.

GNI 감소도 해외에서 오는 소득이 줄어든 정도라며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올 들어 1분기부터 계속된 감소 추세를 볼 필요가 있다. 일찌감치 허구성이 드러난 소득주도 성장에 더 매달리지 않는 정도 이상으로 정부 차원 경각심이 절실해졌다. 재정지출에 기대는 경기부양은 지속 가능하기 어렵고, 소득증대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을 분명히 해야 정책도 정상화될 것이다.

하지만 어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주재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보면 정부에는 위기감이 안 보인다. 우려·비판이 쌓이는 와중에 국회도 초(超)슈퍼 예산을 더 늘려버렸다.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여러 근본과제와 구조개혁 문제로 가면 끝도 없다. 홍 부총리는 당장 눈앞의 위기관리라도 제대로 수행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