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NOW
삼성물산이 완공한 캐나다 온타리오주 풍력·태양광발전 단지 / 삼성물산 제공
삼성물산이 완공한 캐나다 온타리오주 풍력·태양광발전 단지 / 삼성물산 제공
석탄화력발전사업은 대표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스크가 높은 사업군에 속한다. 아무리 수익성이 높아도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사업은 국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투자를 받지 못하는 추세다. 발전 기업들이 신규 비즈니스모델 발굴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SGC에너지, 연료 전환으로 CO2 40만 톤 감축

석탄화력발전 기업인 SGC에너지는 친환경 바이오매스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바이오매스 발전은 석유가 아닌, 동식물 같은 바이오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을 뜻한다. 석탄 발전보다 효율은 낮지만,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ESG 트렌드에 맞춰 신규 비즈니스모델을 발굴해야 하는 발전업체들이 SGC에너지를 주목하는 이유다.

SGC에너지는 지난 10월 석탄연료를 사용하던 60MW급 발전소를 100% 국내산 바이오매스발전소로 전환했다. 이번 연료 전환으로 SGC에너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40만 톤가량 감축하게 됐다. SGC에너지가 택한 바이오매스는 국내산 목재로 만든다. 그중에서도 딱히 쓸모가 없어 버려진 잔가지를 활용한다. 나무 잔가지는 ‘무탄소연료’로 분류된다. 나무를 벌목할 때 이미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계산하기에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이 ‘0’다. 업계 관계자는 “버려진 잔가지를 그냥 두면 썩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며 “미래의 탄소배출원을 제거한다는 점을 감안해 발전 연료용 바이오매스를 무탄소연료로 간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GC에너지는 잔가지 같은 국내산 미이용 산림자원을 모아 구슬 형태 원료인 펠릿을 만든다. 60MW급 발전소를 1년 동안 돌리는 데는 목재 펠릿 32만 톤이 필요하다. 회사 관계자는 “같은 기간 석탄은 20만 톤이 필요하기 때문에 연료 효율은 유연탄이 더 높다”면서 “그럼에도 탄소배출 감축이 더 중요하다는 회사의 의지가 확고해 바이오매스 연료 전환을 단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18일에는 100MW급인 SGC그린파워 준공식이 열렸다. 60MW 중급 발전소와 마찬가지로 100% 바이오매스 원료만 쓰기 때문에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미세먼지 발생량도 기존 석탄발전소의 50분의 1가량으로 적다.

SGC에너지는 바이오매스 발전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 9월 한화에너지, OCI SE 등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바이오매스 발전에 필요한 미이용 산림자원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온 것은 9월 말이다. 산림조합중앙회와 국내산 미이용 바이오매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5년간 산림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계약의 핵심이다. 회사 관계자는 “SGC에너지가 보유한 발전소 중 가장 큰 규모의 250MW급 열병합발전소는 석탄과 바이오매스를 함께 쓰는 혼소 발전 방식으로 운영된다”며 “바이오매스 펠릿 수급이 원활해지면 2025년까지 열병합발전소를 100% 바이오매스발전소로 전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GC에너지는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CCUS) 기술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공정 중 추가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신기술로 모두 포집해 ‘탄소제로’에 도전한다는 구상이다. ESG 경영에도 매진하고 있다. 지난 11월 14일에는 서울 양재초교에 화분 290개를 전달하고 나무 1800그루를 심어 ‘SGC숲’을 조성했다.

태양광 몸집 키우는 삼성물산

‘탈(脫)석탄’을 선언한 삼성물산도 태양광과 바이오매스 발전 등 친환경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미국에 910MW, 캐나다에 21M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설립을 추진 중이다. 700MW 규모의 텍사스 발전소는 2022년 6월 착공을 목표로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캐나다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PEI)와 괌에서도 공사가 한창이다. 60MW 규모의 괌 발전소는 연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삼성물산은 업계 최초로 탈석탄 방침을 발표했다. 투자나 시공, 트레이딩 등 석탄과 관련한 모든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힌 것이다. 삼성물산의 석탄 트레이딩은 한때 연 600만 톤에 달했다. 하지만 탈석탄 선언 이후 체결된 신규 석탄 트레이딩 계약은 0건이다. 대신 친환경에너지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위해 회사 차원에서 중대한 의사결정을 내린 만큼 분주히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 10월 26일에는 싱가포르 최대 태양광 개발업체인 선십과 컨소시엄을 이룬 뒤 7GW 규모의 태양광발전 시스템 개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1기가 1GW인 점을 감안하면 원전 7기와 맞먹는 규모다. 이 사업은 국가 간 태양광발전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삼성물산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무스티카콤볼과 아궁세다유, 일본 스미토모, 싱가포르 오리엔스자산운용과 듀라파워, 미국 ESS 등이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회사 관계자는 “발주까지 무르익은 것은 아니고 초기 MOU 단계”라며 “앞으로 태양광 사업을 확장한다면 적합한 부지가 어디일지 내부적으로도 계속 궁리 중”이라고 말했다. 만일 싱가포르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삼성물산은 진행 중인 사업까지 합쳐 원전 총 8기 규모의 전력을 태양광으로만 생산한다.

석탄 대신 동식물 등을 원료로 전기를 만드는 바이오매스 발전 사업도 키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2014년 말 1.5% 지분을 확보한 일본 신재생에너지 1위 기업 이렉스(eREX)와 트레이딩 합작사를 설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매스 연료를 공동개발할 예정이며, 정확한 투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탈석탄으로 매출 및 손익이 감소하는 부분은 신재생에너지, 수소 사업 등 유망한 분야를 더욱 육성해 채울 것”이라며 “친환경 신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회사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친환경·바이오매스 몸집 키우는 발전 기업들
친환경·바이오매스 몸집 키우는 발전 기업들
남정민 한국경제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