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어제 향년 90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친구이자 그의 후임이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 별세(10월 26일)한 지 한 달도 안 돼 신군부의 두 주역이 유명을 달리하면서 ‘질곡의 1980년대’에 종언을 고했다. 그가 우리 현대사에 드리운 그림자가 크고 짙은 만큼 정치권에선 장례와 조문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당장 청와대는 고인의 명복은 빈다고 했으나 조화를 보내거나 조문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개인의 죽음을 넘어 역사로 기록할 때는 공(功)과 과(過)를 엄중하고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그가 집권 과정에서 12·12 쿠데타를 일으키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탄압하고, 또다시 ‘체육관 선거’를 통해 대통령직에 오르면서 비민주적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을 남긴 것은 씻을 수 없는 과오다. ‘서울의 봄’을 짓밟고, 민주화 인사를 탄압한 것도 마찬가지다. 재임 중 기업들로부터 수천억원을 받아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정경유착 오점을 남긴 것도 지울 수 없는 낙인이다. 퇴임 후 법원에서 반란·뇌물죄 등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김영삼 정부에서 사면받았지만 끝내 자신의 과오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그의 삶과 80년대라는 시대 자체가 다시는 되풀이돼선 안 될 현대사의 타산지석이자 반면교사인 셈이다.

그러나 완전히 어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재임기간 중 연평균 10.2%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안정을 동시에 이뤄냈다. 정보통신 인프라를 구축해 IT강국 토대를 마련하고, 서울올림픽을 유치하고, 7년 단임 약속을 지킨 것 등은 평가할 만하다. 고속 경제성장은 세계적인 ‘3저(저달러·저유가·저금리)’ 덕을 본 것이지만 이로 인해 중산층이 두터워졌고, ‘넥타이 부대’가 상징하듯 역설적으로 민주화를 앞당긴 요인이 됐다.

이렇듯 어느 시대나 양면성이 있기 마련이다. 역대 정부마다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데, 정치 유불리나 편견에 갇혀 오로지 한 가지 잣대로 선과 악으로 갈라선 발전할 수 없다. 공은 공대로 기억하고, 과는 과대로 경계하며 긴 호흡으로 역사를 관조해야 그 시대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철권통치를 종식시켰지만, 그 이후 한 세대 넘게 지나는 동안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가 과연 제대로 뿌리내렸는지 자문해볼 필요도 있다. 그의 죽음으로 갈등과 대립, 적폐와 오점을 남긴 5공화국은 역사의 평가로 넘기게 됐다. 성숙한 선진 민주국가로 거듭날 때라야 비로소 그 시대를 청산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