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수 KB국민은행 테크그룹 부행장은 빅데이터 전문가다. 삼성전자 빅데이터센터장, 삼성SDS 데이터분석 사업담당 등 '삼성맨'이자 '인공지능 기술자'로 분류된다. 언뜻 금융과는 연관성이 크지 않은 듯한 커리어다.

KB국민은행이 현대카드 N본부장이던 윤진수 부행장을 영입한 건 2019년 4월이다. 순혈주의가 강한 금융권의 파격적인 인사로 꼽혔다. 이후 2020년 말 인사에서 KB국민은행 테크담당 부행장에 오른 뒤로 KB국민은행의 디지털 사업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테크그룹이 별도 편성됐고, 디지털 관련 인력들이 현업에 투입되는 '플랫폼 조직화' 개편도 이어졌다. 자체 개발한 금융언어 모델 'KB알버트', 자연어 처리 플랫폼 'KB스타' 등을 통한 인공지능 챗봇 등도 등장했다.

윤 부행장은 올해부터 KB국민은행 테크그룹 부행장과 KB금융지주 IT총괄을 겸직 중이다. 그는 내년 목표로 "핵심 역량의 내재화"를 강조하며 외부 영입, 오픈 이노베이션 등을 예고했다. 실제 네이버클라우드 CTO였던 박기은 테크기술본부장, 삼성 출신 임원급 인사 등 영입을 주도한 것도 윤 부행장의 작품. 이제는 KB금융지주 전체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고 있는 윤 부행장을 만났다. 아래는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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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금융권에서 대표적인 '외부 파격 인사'로 꼽힙니다. 2년 전 KB국민은행으로 합류하게 된 계기와 지금까지 소회가 궁금합니다.

A) 국민은행에 합류하게 된 게 2019년 4월 1일이었습니다. 그 때는 빅데이터 담당, 데이터 플랫폼 본부의 역할을 맡게 되어서 오게 됐는데. 그래도 지금은 '아, 금융에서 어떤 걸 해야한다'는 거는 어느 정도 찾지 않았나 합니다.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는 시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삼성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삼성맨'으로 분류됩니다. KB국민은행과 삼성이 어떻게 다른지도 궁금합니다.

A) 워낙 큰 조직에만 있어 왔다보니 그 차이를 굳이 다르다고 말씀들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금융업은 규제 안에서 계속 커온 분야이기 때문에, 뭐 하나를 새로 시도하려고 해도 필요에 따라서는 금융감독 차원의 절차들을 다 밟아야 하는 점이 새로웠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아, 금융에서 어떤 걸 해야한다' 정도는 찾지 않았나, 그리고 몇 가지 시도와 함께 결과물도 나오는 데까지는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을 합니다.

Q) 정확하게는 KB국민은행 테크그룹을 이끌고 계십니다. 테크그룹의 구체적인 업무와 역할을 설명한다면?

A) 작년 말에 저희가 플랫폼 조직화를 위해 조직 개편을 크게 한 편입니다. 기존의 IT와 디지털에 있던 인력들이 현업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플랫폼 조직화 됐고요. 그렇게 현업으로 가지 않은 나머지, 공통적인 부분, 코어에 해당하는 부분들은 테크 그룹에 남아있습니다. IT개발인력과 기획인력, 즉 디지털 관련 인력들은 현업과 같이 작업을 합니다. 그 안에서 플랫폼 조직으로 유연하게 돌아가게 되어있고요. 그 외에 요소기술, 핵심기술, 신기술 관련 부분들은 데이터를 포함해서 저희 테크그룹 안에 다 담겨져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Q) 지금까지 테크그룹의 가장 꼽을만한 성과는 어떤 게 있었나요.

A) 대표적으로는 작년에 저희가 금융 언어를 이해하는 자연어 처리 엔진 'KB알버트'라는 것을 발표했습니다. 짧게는 내부에 있는 1억 건이 넘는 텍스트 데이터가 있는데, 은행을 기준으로 봤을 때는 굉장히 고급 정보들입니다. 굉장히 정확한 정보들이 많이 있는데 그것들이 잘 활용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KB알버트를 통해 단순히 워딩이 아니라 어떤 '내용'이 있다라는 걸 찾아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물어보면 바로 그 문서의 어떤 특정 영역까지 갈 수 있게 해주는, '의미 기반의 검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KB금융지주 IT총괄(CITO)도 겸직 중이십니다. 앞으로 KB금융의 경쟁사가 어디가 될 것으로 보시나요.

A) 약간 우답일 수 있는데, 모든 금융사가 경쟁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금융에 대한 경험이 짧다 보니, 기존의 선입견도 없는 편입니다. '아, 저렇게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모든 금융사들을 바라보게 됩니다. 예컨대 금융 분야에 처음 왔을 때, 저희가 생각하기에 괜찮다고 생각하는 핀테크들은 신한금융이 이미 투자를 했거나 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신한금융은 실행력과 추진력 등에 굉장한 역량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금융 또한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지주 내에 AI나 데이터같이 새로운 기술들을 이용한 새로운 시도나 연구, 개발 들을 하는 곳인데, 굉장히 유심히 보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KB국민은행이 타행보다 이것 하나 만큼은 자신있다고 여길 만한 점은 무엇인가요.

A) 새로운 시도에 대해서 남들이 한 것을 쫓아가는 게 아니라 저희가 앞서 나간다는 자세로 새로운 시도들을 겁내하지 않고 하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저희는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시도들을 하고 있거든요. 그런 부분들은 저희가 다른 은행보다 좀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내년도 목표를 말씀해주신다면.

A) 핵심역량의 내재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내부에 있는 굉장히 많은 IT인력들이 있는데, 이 분들이 잘 자라서 앞으로의 은행의 경쟁력을 저희 테크그룹에 있는 인력들의 경쟁력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역량들을 계속 올리는 작업들이 하나 있고요. 두 번째는 급하게, 빠르게 확보해야 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외부 인재를 과감하게 모셔오는 작업들을 꾸준히 오래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도 채워지기 어려운 부분들이 또 있습니다. 이 부분은 오픈이노베이션이라고 저희가 표현하는데, 외부에서 이런 일들을 잘 하고 계신 스타트업이라든지 학교에 있는 연구소라든지 국내외를 다 구분하지 않고 이런 쪽과의 협업 체계를 만드는 것들. 이 세 가지를 통해서 핵심 역량들을 확보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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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진수 KB국민은행 테크그룹 부행장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카이스트 전산학 박사

▲삼성전자 빅데이터센터장

▲삼성SDS 데이터분석 사업담당

▲현대카드 N본부장

▲(現)KB국민은행 테크그룹 부행장·KB금융지주 IT총괄


배성재기자
"KB, 가장 과감한 금융사…외부 수혈 늘릴 것" [금융 디지털 수장에게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