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호 숭례문'→'국보 숭례문'…이젠 이름만 불러주세요
오늘부터 문화재 앞에 붙는 지정번호가 사라진다. '국보 제1호 서울 숭례문'은 '국보 서울 숭례문'으로 표기해야 하는 식이다.

문화재청은 19일 국보와 보물 등 국가지정‧등록문화재를 표기할 때 지정 시 부여된 번호(지정번호)를 표기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문화재보호법 시행령’과 ‘문화재보호법 시행규칙’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문화재 지정번호는 국보나 보물 등 문화재 지정시 순서대로 부여하는 번호다. 국보 제1호는 숭례문, 국보 제2호는 원각사지 십층석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정번호 제도는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고 국보와 보물 등에 번호가 부여된지 59년만에 폐지를 맞았다. 문화재청은 "문화재마다 서열을 매길 수 없는 고유의 가치가 있고 지정번호는 가치 서열에 따라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관리주민등록번호와 마찬가지로 단순한 관리번호인데도 이를 가치 순위로 오해하는 국민들이 많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지정번호 제도의 기원이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편의적으로 160여 개 문화재마다 지정 번호를 붙인 데서 유래했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문화재청은 이번 개선으로 문화재 서열화 논란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화재와 관련한 각종 신청서나 신고서 등의 서식이 간소화되면서 문화재 행정 편의를 높일 전망"이라고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지정번호 제도 폐지로 인해 불편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예컨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중인 반가사유상 두 점은 공식 명칭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으로 같은데, 과거에는 국보 78호와 83호로 구분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정번호를 사용하지 않으면 명칭만으로 두 유물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 별명을 붙여 구분하려는 시도도 있지만 과거 유물에 현대 기준의 별명을 붙이는 게 마뜩잖다는 반응이 많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